대기업노조 이기주의인가, 산별교섭 제자리찾기 위한 직언인가

28일, 보건의료노조 산별합의안 10장 2조의 문제점에 대한 전국토론회 예정

오는 8월 28일(토요일) 오후 2시 보건의료노조 산별합의안 10장 2조의 문제점에 대한 전국토론회가 서울대병원 A강당에서 개최된다. 이 날 토론회에서는 황현섭 보건의료노조 대구경북지역본부장, 김애란 서울대병원지부 지부장, 김형계 금속노조 사무처장, 이정현 경북대병원지부 지부장이 발제자로 참여하여 보건산별안합의안 10장 2조의 문제에 대해 현장사례와 다른 노조의 사례등을 밝히고, 이어서 2부에서는 패널토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미 산별잠정합의안 조인식까지 이루어지고 내년 산별교섭을 준비하자고 말하는 상황에서 토론회 기획단은 왜 보건산별합의안 10장 2조에 대해 문제제기 하는가?

대기업노조 이기주의인가, 산별교섭 제자리찾기 위한 직언인가

121개 지부 1만여 명의 참여로 6월 10일 총파업에 돌입한 보건의료노조는 6월 23일 산별교섭에 잠정합의하고 8월 17일 조인식을 통해 산별건설 6년 만에 첫 산별교섭을 마무리 지었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산별총파업에 대해 “첫 산별교섭의 성사로 산별교섭 시대의 개막, 지역·특성·조건의 편차를 뛰어넘은 산별합의안, 산별교섭의 지평을 넓힌 최저임금제·보건연대기금, 위력적인 산별총파업, 산별총파업의 합법성 쟁취, 근기법 개악을 뛰어넘은 주5일제 쟁취, 의료공공성 강화의 새로운 전화점을 마련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산별잠정합의안이 마련된 지난 6월 23일부터 서울대지부는 보건산별잠정합의안 내용 중 “신규직원과 기존직원에 대한 생리휴가 수당 차별지급을 인정한 것이 노동자 내부의 차별을 승인했으며 산별합의안이 지부교섭과 취업규칙에 우선한다는 10장 2조를 통해 지부의 교섭력을 봉쇄하여 산별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된 것”이라고 공식 문제제기하며 44일간 지부파업을 계속했다.

이러한 서울대지부의 문제제기에 대해 보건의료노조는 “중앙쟁의대책위 찬반투표 등 모든 절차를 거쳐 합의했던 조직 원칙이 한 지부의 문제제기로 훼손될 수는 없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본조 차원의 서울대지부의 파업 과정에 대한 개입은 사실상 전무했다. 급기야 서울대지부는 10장 2조와 관련하여, "보건의료노조가 이 조항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공식 의결기관을 통해 차기 년도 단체교섭에서 이를 삭제키로 결의하지 않는 한, 보건의료노조를 탈퇴하겠다"는 조건부 탈퇴를 조합원들의 89.9%의 찬성으로 가결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대해 보건의료노조 내부에서는 서울대지부의 문제제기가 대기업노조의 이기주의라는 평가와 산별교섭이 제자리를 찾기 위한 직언이라는 평가가 갈리고 있다. 서울 시내 한 사립대병원 노조관계자는 서울대지부의 투쟁이 “결국 대기업노조가 더 많은 부분을 얻을 수 있었는데 산별안이 부족하다며 산별을 깨라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대지부라는 거대 집단이 탈퇴하겠다는 것을 무기로 나머지 조합원들을 협박하고 있다는 의견까지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는 보건의료노조의 내년 선거를 염두에 둔 지도부 흠집내기라는 반응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그는 “10장 2조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이전에 사실상 교섭조차 할 수 없었던 중소병원의 입장에서는 산별안이 있어서 그나마 교섭의 효과를 발휘하고 있고 실제로 산별안이 지부의 교섭력을 막는 경우는 극소수 국립대 병원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어쨓든 보건 평균은 넘긴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 축에서는 “노동자 내부에서 차별을 승인한 생휴문제와 산별합의안이 지부안을 구속한다는 이중교섭금지조항은 산별이 최소가이드라인이어야 하는 기본 상식에 위배되는 것이기 때문에 폐기되어야 한다"며 서울대지부의 문제의식이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산별 원년인 만큼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은 인정하지만 그것들은 추후에 풀어나갈 문제이며 최초의 산별협약을 마련했다는 의의가 퇴색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대지부와 이에 동의하는 조합원들은 “산별 원년이기 때문에 산별의 큰 틀인 산별협약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가야만 이후의 산별이 제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산별협약 10장 2조는 단순히 ‘미흡하다’는 차원이 아니라 성격상 중대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10장 2조은 사실상 지부의 교섭권과 쟁의권을 박탈하는 것으로 작용 지부의 상향된 요구안을 수용하지 않을 수 있는 명분을 주면서 지부 투쟁의 발목을 잡았고, 잠정합의안을 뛰어넘는 요구안을 쟁취했다 하더라도 법적인 논란을 만들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었다는 것”이다.

즉 “서울대지부처럼 교섭 자체를 사측이 거부하는 빌미가 되거나, 교섭 거부가 명백하기 때문에 아예 지부에서 교섭 내용으로 다룰 엄두를 내지 못 하기도 하며, 제주대처럼 산별합의안을 뛰어넘어 생휴 임금 보전을 신규 인원에게도 적용하기로 합의했음에도 교육부에서 재교섭 압력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따라서 차기 단체교섭에서라도 이를 삭제한다는 결의가 있어야 보건의료노조가 바로 설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조합의 민주주의는 산별에서 어떻게 적용될 것인가

서울대지부의 문제제기에 대해 보건의료 내부에서는 서울대지부가 스스로 고립을 자초했다는 반응도 보이고 있다. 앞서 인용한 서울시내 사립병원노조 관계자는 “서울대지부가 본조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과 산별안 폐기를 요구함으로서 다른 지부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여지없이 자신들만의 투쟁을 가져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이전부터 서울대지부가 보건노조 내부에서 일명 ‘튀었던’ 행동 패턴의 반복이라는 것이다. 특히 조건부 탈퇴까지 결의한 것은 도를 넘어선 태도라는 것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미 쟁대회의를 거쳐 형식적 절차를 모두 거친 문제에 대해 번복을 주장하는 것은 조직 내부의 민주적 기풍을 흔드는 반조직적인 행위”라고 서울대지부의 행동을 규정했다.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기획국장은 “당시 산별 투쟁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산별합의안 자체의 폐기를 주장하는 것은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조직의 민주주의를 해하는 것으로 판다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대지부의 투쟁에 지지를 보내는 조합원들의 정서는 이와 다르다. 그들의 의문은 “쟁대위 다수가 산별협약에 찬성하고 10장 2조가 문제없다고 결정하면 이에 반대하는 의견을 밝힌다고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인가?”라는 것이다. “형식적 절차를 거쳤다는 이유로 모든 문제제기를 봉쇄하려는 태도야말로 조직의 민주적 기풍을 흐리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서울대지부에서 산별잠정합의안에 문제제기하던 시점은 말그대로 합의안이 잠정합의안인 상태였고 그 안에 대한 다양한 토론의 일환으로 자신들의 의사를 밝힌 것이었다는 주장이다.

또한 김애란 서울대지부장은 보건의료노조에서 말하는 형식적 민주주의를 갖추었다는 말에도 문제를 제기한다. 김애란 지부장은 “6월 11일 이미 사측에서는 우선협약 문제를 들고 나왔고 6월 17일 실무교섭에서 정식으로 다뤄졌다. 그런데 22일 잠정합의안을 만들기 위해 오전에 있었던 지부장 회의자리에서야 10장 2조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산별합의안이 성사되려면 일괄 받을 수밖에 없다고 강변한다면 그 상황에서 누가 쉽게 반대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한다. “10장 2조처럼 현장에 미칠 영향이 큰 문제에 대해 전조합원의 토론을 통해 검토되는 것이 노조의 민주주의 아닌가? 그런 민주적 의견수렴 절차를 지도부가 방기했고 이런 상태에서 형식적 민주주의가 지켜졌다는 말조차도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주호 정책기획국장은 ”올해 산별의 쟁점이 마치 10장 2조만의 문제로 서울대지부가 몰아가는 것은 균형감 있는 문제제기가 아니다. 정확한 날짜는 확인해야 하지만 파업과정에서 쟁점이 되는 얘기들은 쟁대위에서 검토되고 보고되었던 부분이다“라고 말하고 ”보건의료노조는 10장 2조를 중심으로 말하고 싶지 않은 입장이다. 전체적 협약체계에 대해 풀어나가야 할 문제이고 서울대지부가 대화를 원한다면 보건의료내부의 평가에 참여할 문제이지 조직외부에서 10장 2조라는 협소한 문제만으로 토론회를 진행하겠다는 것도 올바른 문제제기의 모습이 아니“라고 서울대지부에 대해 비판했다.

민주노총 지역본부의 한 관계자는 “보건본조가 산별합의안 10장 2조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함께 해결의 방도를 찾으면 될 것을 아무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전혀 여지를 주지 않자 최후의 수단으로 조건부 탈퇴를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대지부 측은 “보건의료노조가 서울대병원지부 투쟁 지지를 표한 일부 후보 문제로 민주노동당에 해명 공문을 보내고 심지어는 민주노동당 중앙위에서 ‘서울대병원지부 투쟁 지지를 위한 특별결의’를 할 때 본조 간부들이 퇴장하기도 하였으며 장기투쟁중인 서울대지부의 생계비와 투쟁지원 요청마저 거절했다. 이는 더 이상 대화의 여지를 차단한 것인데 이 상황에서 지부가 택할 수 있는 방법이란 훼손된 산별을 인정하거나 조건부 탈퇴라도 결의하는 것 외에 무엇이 있었겠는가?”라는 반응이다.

산별협약 어떻게 자리매김해야 하는가

민주노총이 이후 조직적 전망을 산별노조로 두고 있는 이상, 보건의료노조 산별합의안 10장 2조를 둘러싼 문제는 단순히 보건의료노조 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토론회 기획단은 “산별협약이 지부의 단체협약을 개악시키고 지부의 쟁의권을 봉쇄시키는 것, 또한 산별 지도부의 입장에 반한다는 이유로 지부 파업에 대한 지원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철저히 논의하고 평가하지 않는다면, 이후 이러한 10장 2조 문제는 필연코 타 노조에 파급을 끼칠 수밖에 없는 문제”라는 것이다

보건의료노조는 97년 민주노총 최초로 산별 형태로 전화했다. 그러나 6년간 제대로 된 산별성과가 없는 상태에서 구조조정과 인력 감축을 저지하기 위해 매년 지부별로 치열한 투쟁을 했다. 결국 올해 병원노동자 최초의 전체 연대파업을 전개한 것이다. 그렇게 어렵사리 꾸려진 7년만의 산별협약의 의미가 중요하기에 한계는 추후에 쟁취해야 한다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산별성과에 대한 조급함과 당위성 때문에 투쟁의 원칙과 민주노조 원칙을 저버렸다는 평가 역시 존재한다.

이종훈 사회진보연대 노동국장은 “보건의료노조에게 내외적으로 산별의 성과를 내야한다는 정세적 압박감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산별노조 건설 자체를 놓고 민주노조 운동의 성과라고 보는 것은 문제가 많다. 산별논의 자체가 일정하게 진보성을 담고 있다는 평가가 유효한가를 다시 물어볼 때”라고 말했다.

산별협약이 노동조건의 최소 가이드라인이라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러나 보건 본조 산별합의안 10장 2조는 구조적으로 지부의 이중교섭 가능성 자체를 차단하고 있다. 앞서 사립대병원노조 관계자가 한 말처럼 10장 2조가 현실적으로 그러한 기능을 했는지에 대해 견해차이가 있다 할지라도 지부교섭 가능성을 차단하는 구조를 가진 산별협약 자체가 원칙적 산별의 모습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금속노조의 경우 산별교섭의 원칙을 '대기업은 낮추고 중소사업장은 높여서 격차를 줄이는 게 아니다. 전체 노동자들에게 해당하는 사회복지제도, 최저임금제를 현실화 시켜서 격차를 줄인다. 정기적인 임금인상도 산별협약에서는 최저기준을 마련하고 기업별로 보충교섭 해 보완한다'로 하고 있다.

산별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권력이 집중되는 구조다. 그런 구조속에서 하부의 의견이 상층으로 관철되는 민주적 기풍의 확립은 대단히 중요하다. 이것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산별은 막대한 의사결정 독점권을 가지고 조합원의 투쟁을 관리하는 역할로 전락할 것이다. "산별지도부의 의견과 같지 않다는 이유로 투쟁하는 지부를 반조직적 행위로 규정하고 모든 논의를 봉쇄한 채 심지어 다른 단위와의 연대 가능성도 차단한 보건의료노조의 모습에서 이러한 우려가 단순한 우려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사례였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종훈 노동국장은 “문제의 핵심을 보건산별노조 10장 2조에만 맞추면 오히려 지엽적인 평가에 그칠 수 있다. 자본은 끊임없이 정규직노동자들의 희생을 운운하며 노동 내부의 분열을 획책하고 노사정기구를 통해 안정적 노사관계를 구축하자며 노동자들의 투쟁력을 체제내화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이데올로기를 깰 수 있는 노동운동의 근본적 혁신이 필요한 상황이다”이라고 진단했다.
태그

보건의료노조 , 산별 , 서울대지부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최하은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 학생

    참세상에서 다시 기사화 되겠죠?

    저번에 사회적 합의주의에 대한 기사도 참 잘 봤습니다.
    그런데 패널들의 발제문을 볼 수 없어서(요약된 형태로 기사화) 아쉬었습니다.

    이번 토론회가 끝나고 기사화될 때 발제문을 첨부할 수 없을까요?

    부탁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