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인 전쟁 피해 증언대회 열어

전범민중재판 준비위, 3일 국회에서 살람, 하이셈 씨 직접 증언
전주, 광주에서 연이어 개최, 11일 민중재판 참석

"살람 알라이꿈, 알라이꿈 살람"은
"평화가 그대에게, 그대가 평화에게"라는 뜻의 인사말

12월 3일 오후 7시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는 뜻 깊은 자리가 마련되었다. 한국인들에게 이라크전쟁을 증언하기 위해 입국한 두 명의 이라크인과 그들의 증언을 듣기 위해 모인 70여 명의 사람들은 국회라는 익숙하지 못한 공간에서도 전쟁에 반대하는 마음 하나로 서로를 보듬을 수 있었다.

부시, 블레어, 노무현 전범민중재판 준비위(준비위)가 마련한 “이라크인 살람, 하이셈의 이라크전쟁 증언대회”에서 살람 씨와 하이셈 씨는 미국이 내세운 전쟁 명분이 거짓임을 밝혀 주고, 반전운동에 나선 한국인들에게 연대의 인사를 전하며, 전쟁을 멈추기 위한 실천에 함께 하자고 호소했다.

살람 씨와 하이셈 씨는 입국당일부터 이라크인이라는 이유와 한국에서의 주거지 문제를 핑계로 2시간 가량이나 조사를 받고 피로한 심신을 달래지도 못한 채 전쟁참상을 증언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여나가고 있다.

증언에 나선 이라크인 하이셈 씨
증언에 나선 하이셈 씨는 “지금 이라크에서는 일상적인 생활이라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미국이 전쟁을 일으킨 이유는 “이라크의 해방을 위해서가 아닌 미국의 이익 때문” 일 뿐이라고 증언했다. 하이셈 씨는 2주전 무자헤딘(전사)이 아닌 보통의 팔루자 시민 5명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며 “팔루자는 완전 봉쇄중이다. 적십자를 비롯한 인권, 구호단체들의 물자들도 팔루자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2개있는 병원마저 미군 진입 첫날 무너졌고, 전기도 없이 그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말해 팔루자 상황이 미국이 밝힌 것과는 상당히 다름을 짐작케 하였다.

한편 하이셈 씨는 한국군이 파병되어있는 아르빌은 이라크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라며, “한국이 내세운 주둔 이유가 이라크인 보호와, 이라크 재건이라고 하지만 한국군이 이라크에서 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하이셈 씨는 “한국과 이라크가 평화와 우정으로 연결되길 바라고, 그러한 우정의 연결을 위해 미군을 위시한 점령군이 이라크에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나는 팔루자 사람을 직접 보았습니다
미군들의 대량학살 희생자들을 보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과다출혈로 죽었습니다
병원이나 진료소도 갈 수 없는 상황입니다
어떻게 이런 참사를 정당화 할 수 있습니까
하나님의 이름으로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죠
화가나고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난 우리가 침묵이라는 방식으로
이 살육에 함께 했다고 생각합니다.
10일 만에 750명도 넘는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 살람씨의 편지 중에서(전범민중재판 홈페이지)


살람과 하이셈 씨는 2일 대구에서 시작된 증언대회를 대전과 전주(4일), 광주(5일)에서 계속한 다음, 전범민중재판에 참여해 이라크에서의 전쟁범죄를 다루는 2차 공판(8일), 최종 결심 및 선고공판(11일)에서 증언할 계획이다.
두 이라크 인의 증언을 열심히 듣고 있는 사람들

이라크인 살람 씨의 전쟁 증언 요지

처음 전쟁이 일어났을 때는 기뻤다. 사담 후세인 정권이 무너졌을 때 이라크인 모두는 다른 민족, 국민처럼 잘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기뻐했다. 하지만, 해방의 미명으로 미군이 들어왔을 때 그들이 이라크의 모든 것을 빼앗아가려는 점령군이라는 것을 모두 알 수 있었다.

증언에 나선 이라크인 살람 씨
보통 사람들은 아침에 종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어나지만, 이라크인들은 폭발물 소리를 들으며 일어난다. 아침의 폭발음이 크면, 이라크인들은 거기에 가보기도 하는데, 그러면 무너진 집안을 보게 된다. 어린이들에게 이 사태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저 미안할 뿐이다. 폭발에 쓰러지는 어린이들 앞에서 그 어머니가 죽어간다. 직접적으로 그 아픔을 잘 전하지 못해서 유감스러울 뿐이다.

인류에게는 이 어린이들을 보고 책임질 의무가 있다. 이런 전쟁을 겪은 아이들은 다른 평범한 아이들과 달리 세상을 아름답고 살만한 곳이라는 것을 믿지 못할 것이다.
이 슬픔에 동참하자. 고통 받는 이라크 아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달라.

이라크에서 사람이 죽는 일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되고 있다. 외국의 통신, 언론사들은 사실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우리가 점령군만큼이나 이들을 비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라크에서 ‘죽는다는 것’은 가장 쉽고 일상적인 일이다. 이라크 땅에서 안정, 안전이라는 말은 이제 누구도 알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말이 되어버렸다.

나는 여섯 아이의 아버지다. 생각해보라. 온전하게 살아서 집에 돌아갈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이러한 상황이 바그다드의 현실이다.
현재 이라크는 인류에서 어떠한 나라가 처할 수 있는 가장 나쁜 상황이다. 그들(미군)은 이라크의 모든 ‘이름이 있는 것’(살아있는 것)을 살육하고 있다.

오늘 우리는 여러분들과 함께 전쟁의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
지금 우리가 느끼는 삶의 무게는 사담 후세인 시절보자 훨씬 절망적인 것이다.
개인적으로 사담 후세인을 좋아하지 않았고 적대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보다는 그 때가 더 살만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진실을 알기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생명과 모든 것을 바쳐 진실을 알릴 것이다.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참 많은 용기를 얻었고, 힘이 되었다.
여러분에게 원하는 것은 큰 것이 아니다. 작은 힘이라도 모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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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 전범민중재판 , 살람 , 하이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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