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 전제로 한 고용보장, "거짓이다"

우리증권노조, '고용보장 합의서' 요구, 금감위 지주회사 특혜의혹 제기
"황영기는 600명도 안 되는데 왜 이렇게 질기냐고 생각할거다"

우리증권 파업대오가 거점인 가평을 떠나 다시 서울로 상경, 우리금융지주회사 타격 투쟁을 전개했다. 지난 6일 파업에 돌입한 우리증권노동자들은 파업 3일차를 맞는 8일 기자회견과 우리금융지주회사 타격 투쟁을 전개했다. 현재 560명의 조합원 중 480여 명의 조합원들이 파업에 참여하고 있고, 전국 각 지점에는 전산 필수요원과 비조합원 지점장 1인과 조합원 관리직원 1인이 남아 지점업무를 하고 있어서 아직 업무상 큰 차질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우리지주 봐주기 특혜 의혹

수염도 깎지 못한 덥수룩한 모습으로 나타난 김성호 우리증권 지부장은 가평에서 상경투쟁을 준비하고 있는 우리증권 파업대오의 강고한 분위기를 전했다.


김성호 지부장은 "금융지주회사가 투기자본화 되는 것을 방지하고 새로이 생겨나는 금융그룹군의 건전성에 기여하는 경제민주화 투쟁이다. 또한 금융지주의 재벌화와 투기자본화를 막고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지키기 위한 법과 제도를 만들고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사수하는 투쟁이다"라고 자평하며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우리증권노조는 "파업투쟁의 쟁점은 고용보장이다. 회사는 2년의 고용을 보장한다는 조건으로 희망퇴직 합의를 요구하고 있다. 희망퇴직 숫자에 따라 사람들을 정리해 내고 하는 고용보장이 무슨 고용보장이냐 라고 물으며 회사는 말도 안되는 논리로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우리지주의 주장은 황영기 회장이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라고 선전하며 뒤로는 희망퇴직, 인력조정, 청산 등을 거론하며 노조 협박 카드들을 악용하는 것과 같은 맥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회사측이 주장하는 희망퇴직은 고용안정 보장의 전제 조건으로, 이러한 희망퇴직의 형태는 올해 다른 증권사들의 명퇴처럼, 인원수 발표 후 표적으로 퇴직을 강요해 강제 퇴직시키는 '찍어내기 식 퇴직'이 될 것이 명확하다. 그렇기에 노조는 우리지주회사에 조건 없는 '고용안정 협약 합의서'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김성호 지부장은 특히 계속적으로 제기 되고 있는 금융감독위원회는 편법 승인의 특혜 의혹을 거듭 강조했다.

금융감독위원회 또다시 불거지는 특혜 시비

많이 알려진 바와 같이 2004년 11월 26일 금융감독위원회는 우리지주회사의 LG증권 자회사 승인과 관련해 두가지 부대조건을 세우고 유례없는 자회사 편입을 승인했다.

조건 첫 번째는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에 따라 우리금융지주회사가 자회사를 편입하려면 상장회사 주식의 30% 이상을 소유해야 하는데, 현재 23.1%에 불과하다. 금감위는 자회사 편입을 가승인하면서 승인일로부터 6개월 이내 총발행주식 30%를 소유할 것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합병승인보고서에는 이와 관련한 합병전제로 한 금감위의 유예사항이 정확히 명시 되어 있다.

두 번째는 금융지주회사 감독규정에 의해 금융지주회사의 종합평가등급이 2등급 이상에 해당해야 하는데 승인일 당시 우리금융의 종합평가등급은 3등급이었다. 이와 같이 금감위는 우리지주 회사가 현행법에도 충족되지 않는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특혜를 주며 조건부로 자회사 편입을 승인한 것이다. 한 증권업 관계자는 "금감위의 이러한 결정은 외국자본의 사례를 뺀다면 유례가 없는 경우다. 특혜가 아니고서는 어떻게 금감위가 부담을 지고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겠냐"며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증권노조는 "금감원의 이러한 특혜는 증권산업 구조조정을 촉진 시키기 위한 일환이고, 또한 금융지주 회사의 지위를 강화해 주기 위한 편법 동원이다"라고 강력히 금감위의 권한 남용을 규탄했다.

사실상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을 경우 자회사 편입은 무산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평가가 일각에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경영평가 2등급 이상 받아야 자회사를 편입할 수 있는데 전년도에도 3등급 판정을 받은 상황이다. 그 이유는 자회사 관리 능력이 부족한 것과 관련해 경영관리 항목이 4등급, 자금조달이 자회사 배당에 의존하고 있어 금융지주회사 항목이 3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지주회사는 지금도 자회사 고배당과 중간배당 실시 심지어 유상감자 시도 등 평가항목에서 지적된 행태들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이런 정황을 종합해 본다면 자격 미달로 인해 자회사 편입이 불가능해 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물론 금감원의 또 다른 특혜가 있다면 다른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한편 우리증권과 LG증권의 합병기일은 2005년 2월 2일이었으나 실제로는 연기 되 내년 분기 시작일인 2005년 4월 1일 정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리지주를 인간띠로 둘러싸고

파업대오가 도착하자 우리지주 건물을 둘러싼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입구의 모든 출입구는 봉쇄되고 전경들이 가로막은 후문의 문 하나만이 개방됐을 뿐이다. 몇 겹으로 둘러싼 경비원들이 일일이 목적을 확인하며 출입 허가를 하는 등 파업대오의 행여 있을 진격투쟁을 의식해 철저히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또한 이날 집회에는 7일간의 크레인 고공농성을 마치고 현장으로 복귀한 김경진 서울경인사무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도 함께 했다.


대회사를 한 김성호 지부장은 "황영기는 생각할 거다. 600명도 안 되는데 왜 이렇게 질기냐고. 지주회사는 노동조합 흔들기를 자처하고, 조합원 가정에 편지를 보내며 파업대오 흔들기를 계속하고 있다. 2004 임단협으로 쟁의 조정의 절차를 밟은 우리가 왜 불법 파업이냐" 라며 "흑색선전에 흔들리지 말고, 끝까지 같이 가자"라고 파업대오의 투쟁을 독려했다.

자리에 참석한 이정원 전국증권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우리금융 노동자들도 증권노동자들과 한 배를 탄 운명 공동체이다. 우리금융지주의 노동배제적인 정책과 노조 탄압에 맞선 파업투쟁에 연대 투쟁을 부탁한다"고 우리은행 노동자들의 연대 투쟁을 호소하기도 했다.

삭발한 머리에 거뭇거뭇 머리가 자라기 시작한 김경진 서사노 위원장은 "사무가 번듯해 보이지만, 번듯하다면 우리가 왜 길밖에서 이렇게 투쟁하겠나. 여기 있는 동지들 중 누가 이 겨울에 거리에서 투쟁할 줄 알았겠나"라며 "강하고, 자신감을 가지고 투쟁하고, 꼭 정규직 과 비정규 노동자가 함께 투쟁해 꼭 승리하자"라고 연대 발언을 했다.

개인 발언을 한 우리증권의 문모 조합원은 "입사 9개월 째다. 결혼 1달 앞두고 있는데 오늘 아침 사랑하는 예비신부가 '리어카 끌어도 좋으니까 끝까지 질기게 해서 이기고 오라'고 했다. 선배들이 살얼음을 걷고 있는데 신입직원이라고 앉아 있을 수 만은 없었다. 신입사원들도 끝까지 함께 붙어 볼테니 우리 힘내서 열심히 하자"고 발언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날 집회는 우리금융지주회사를 인간 띠잇기로 엮는 퍼포먼스로 마무리 되고, 파업 대오는 다시 가평으로 이동했다. 인간 띠를 잇는 동안 지주 회사 곳곳에 배치된 전경들과의 신경전이 있기는 했으나 마찰 없이 마무리 됐다.
태그

증권노조 , 우리증권지부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라은영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