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화섬, "우리는 제조업 공동화 저지 투쟁의 선봉"

[인터뷰] 백문기 노조위원장, "우리 투쟁 정당성 곧 인식될 것"

금강화섬노조가 다시 3차 상경투쟁에 돌입했다. 금강화섬노조는 지난 6월 회사 측의 일방적인 공장 가동 중단에 항의, 공장재가동과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1차 집중 상경투쟁을 벌였다. 1차 상경의 성과로 당시 인수의사를 밝힌 한국합섬과 3승계(고용, 단협, 노조)를 합의했다.


그러나 경기 등을 이유로 한국합섬으로의 인수가 불투명해지고 공장 가동 중단이 지속되면서 노조는 11월 다시 상경투쟁에 돌입했다. 노조의 요구는 '공장재가동 및 고용승계 쟁취와 제조업공동화 저지'였다. 그리고 다시 12월 21일 3차 상경투쟁을 단행하게 된 것이다.

공장이 폐업된 상황 속에서 금강화섬 노동자들은 상경 투쟁 때 마다 빡빡한 일정으로 한원 CC 등 장기투쟁사업장, 새마을호 여승무원 등 현안 사업장과 연대해 왔다.

22일 국회 앞 금강화섬 수요 집중 집회 자리에서 만난 백문기 위원장에게 274일에 이른 금강화섬 노동자들의 지치지 않는 투쟁의 의미와 전망을 들어보았다.

이번에 다시 간부상경 투쟁을 하면서 중점을 두는 점은 무엇인가
제조업 공동화가 엄청나게 이뤄지고 있고 지금도 그렇다. 그러나 그러한 공동화 과정이 눈에 보이지 않게 진행되고 그 속에서 폐업, 파산, 해외 이전이 진행되고 있지만, 그러한 공동화 과정이 눈에 쟁점으로 보이지 않게 진행되고 있다. 누군가는 이런 제조업의 무너짐에 대해 말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당장 제조업 공동화 저지 투쟁이 공장 재가동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 조합원들 설득하는 것이 힘들기도 했다. 지역에서 장기투쟁 사업장들과 연대를 통해 제조업 공동화의 실상과 고민들을 서로 얘기하는 과정에서 그러한 조건들을 만들어왔다.

이번에는 간부를 중심으로 20여명이 매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한 달간 서울 상경투쟁을 벌이기고 했고, 조합원들이 수요 집중 집회에 상경해 결합한다. 이런 투쟁의 연장을 통해 연대의 끈을 끊지 않고 이어가고자 하는 것이다.

현재 금강화섬 투쟁의 주요 쟁점은 무엇인가
솔직히 선뜻 말하기 어려운 안타까운 면이 있다. 주 타켓도 없다. 자본가 한 놈은 공장을 폐업상태로 만들고 뒤로 빠졌고, 경매가 2차에 걸쳐 진행되었지만 유찰되었다. 내년 1월 15일에 3차 경매가 있지만 화섬전반의 경기가 워낙 안 좋은 상황인데다 폐업사업장 인수 조건을 두고 재고 있는 상황이라 이 역시 기대하기가 힘들다. 인수가가 더 낮아지는 4차 경매에서나 여지를 볼 텐데 만약 인수자본이 나타나지 않으면 금강화섬노조의 직접 타켓 설정이 마땅하지 않은 상황이다.

상반기 한국합섬에서 노조, 단협, 고용승계 등을 문서로 합의하며 인수에 적극 나서기도 했지만, 그조차 경기를 이유로 무산된 상황이다. 자칫하면 브로커들이 설비는 설비대로 땅은 땅대로 따로 팔아넘길까 우려되기도 한다. 하지만 앞서도 말했듯이 제조업 공동화는 소리 없이 진행되고 있고, 이후 한일FTA 등을 거치면 2~3년 내에 제조업은 다 무너질 것이다. 우리의 투쟁이 단지 우리만의 투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곧 닥칠 제조업 공동화를 저지하는 투쟁의 선봉에 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노총이나 연맹이 같이 고민하지만, 아직은 전체 투쟁 속에서 이런 전망들이 함께 보이지 않는 게 안타깝다.

장기간 투쟁을 했다. 조합원들 분위기는 어떠한가
처음에 조합원들이 260명 있었다. 지금은 160명이 남았다. 투쟁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알고 있지만, 생계의 문제로 떠날 수밖에 없었던 조합원들이 대다수다. 우리의 목표와 타켓이 구체화되지 못했기에 더 지치고 힘든 부분도 있었겠지만, 전체대오가 이로 인해 힘들어 한 적은 없다. 여전히 우리는 굳건히 투쟁중이다.

향후 투쟁일정을 말해 달라
1월 중순까지 매주 20명의 간부들이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 상경해 주로 장기사업장들과 연대투쟁을 벌이고, 조합원들도 수요 집중집회에 함께한다. 구미도 코오롱 구조조정 등 만만치 않은 싸움들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지역에서는 지역 사업장과 연대를 하고 있다.

2월에 4차 경매가 진행되는 모습을 보며, 인수 자본에 대한 투쟁이나 유찰시 마지막 공장사수-재가동 투쟁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개별자본이 인수하면 훨씬 편하겠지만, 정부가 방치하는 식으로 설비와 기계를 해외 이전하게 되면 그것을 막아내는 투쟁을 고민해야 한다. 현재 조합원들 실업급여가 2월 8일에 끝난다. 경매결과와 함께 이 시점에서 다시 어떤 식으로든 새로운 투쟁의 국면을 고민하고 배치할 것이다.

그간 민주노총이나 민주노동당의 연대는 어떠했는가
솔직히 막막하고 갑갑하다. 11월 상경투쟁 당시 민주노총에서 산자부와 '제조업 공동화'에 대한 토론회 등을 진행하기도 하며 이 투쟁을 받아 안고 이후를 모색하겠다고 했지만, 투쟁진행을 공유하는 정도에 머물고 있다. 민주노동당 역시 조승수 국회의원과 함께 논의도 했었지만 지속적인 끈은 없는 상태다. 제조업 공동화에 대한 직접적 고민을 하고 있을 금속연맹 역시 선거 등으로 해서 한 참 바쁜 상황이고...

투쟁을 하면서 힘들었던 점이 많았을 텐데
조합원들 보며 울기도 많이 울었다. 힘들어서 떨어져 나가는 조합원들도 있었고, 7,8년 함께 했던 조합원들을 징계하고 제명해야 할 때도 있었다. 조합원들이 노가다 하루 하고 와서 4만원 일당을 보여주는 모습을 보며 느끼는 서글픔, 조합원 가족들의 얼굴을 마주할 때의 죄스러움...

위원장이어서가 아니라 개인적으로는 힘든 줄 몰랐다. 그저 조합원들과 주변의 동지들이 잘 버텨주는 거, 그거 하나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 앞으로도 그럴 거다.

함께하고 있는 조합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해달라
지금은 어쨌든 보이지 않는 목표와 희망이지만, 그러나 이후 우리의 투쟁이 전체 노동자들의 투쟁 속에 의미 있게 남을 것이다. 물론 공장이 재가동 된다면 더 힘찬 성과가 남을 것이지만, 그게 안 된다면 또다시 그것을 만드는 투쟁을 엮어나가자. 희망을 잃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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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고용직

    금강화섬 노조여러분!
    항상 옆에 경찰고용직노조가 있으니 다들 힘내시고, 열심히 투쟁하셔서 승리하세요..화이팅

  • 경찰청 고용직

    항상 연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매일 볼때마다 가슴이 아픔니다.... 눈물이 납니다.
    꼭!!! 승리해서 내려갈때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하루 빨리 고향으로 돌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꼭!! 승리하세요...
    너무 가슴아프게 눈물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