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 동해시지부, 시청 옥상에서 첫 해맞이

강원지역본부 산하 징계자, 전국의 절반에 근접
안팎의 무관심 속에 극심한 탄압에 시달리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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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원단, 동해안 곳곳은 해돋이 인파로 붐볐다. 그러나 공무원노조 강원지역본부 동해시지부(이하 동해시지부) 조합원들은 새해 첫 날을 동해시청 옥상에 모여 함께 일출을 맞았다. 시청이 철거한 지부사무실 자리에 지난 달 13일 설치한 천막사무실 사수하기 위해 동해시지부 조합원들은 현재까지 농성을 벌이고 있다.

동해시청 옥상에서 일출을 보고 있는 동해시지부 조합원들

지난 달 11일 새벽, 동해시청은 지부 사무실을 기습적으로 철거했다. 시청 측은 지부 사무실이 위치한 가건물을 허물고 책상, 컴퓨터 등 모든 집기를 지하창고로 옮겼다. 동해시지부는 강력히 항의하며 그 자리에 천막을 쳤고, 안홍수 사무국장은 14일 부터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그러나 15일 시청측은 시정상담위원을 포함한 민간인 50여명을 동원해 다시 강제철거를 시도했고, 동해시지부 조합원들은 전기줄을 목에 감는 등의 투쟁을 벌여 겨우 천막을 지켜냈다고 한다.

1. 전 지부사무실 2. 철거된 모습 3. 천막 침탈 후 4. 현재 모습


병원으로 후송중인 안홍수 사무국장
한편 단식농성 18일 차에 접어들었던 지난 31일 노조 종무식 도중, 안홍수 사무국장은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됐다. 박영호 전 대외협력부장이 뒤를 이어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현재 안홍수 사무국장은 의식을 회복, 동해성지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공무원노조에 대한 정부의 전방위적 탄압이 극심한 가운데 특히 강원지역은 중앙정부의 탄압 외에 지방자치단체의 횡포로 이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무원노조 총파업관련 전국 징계자 1448명 중 강원지역은 총 707명으로, 전국 대비 49%에 달한다. 또한 강릉, 동해, 삼척, 원주 등 강원지역내 대부분의 지부 사무실은 시 당국에 의해 폐쇄당하거나 퇴거 명령을 받은 상황이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중앙언론은 물론이고 지역언론에서조차 관심을 가지지 않아 각 지부의 투쟁들은 주목을 받지 못하고 탄압이 더욱 노골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동해시지부의 경우 파면 13명, 해임 1명, 직위해제 71명 등 총 85명의 조합원이 징계를 당했다. 심지어 파업 당일 정상 출근 했던 사람들 조차 징계를 받았다. 평소 노조 활동에 적극적이었던 사람들은 전부 무더기 징계에 포함 시킨 것으로, 총파업을 빌미로 눈에 가시였던 노조 자체에 대한 말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안홍수 사무국장의 경우, 다리 부상으로 1달 전부터 휴직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파면 당했고, 지난 5월 4일 동해경찰서 항의 방문 과정에서 이미 파면 당했던 조합원들이 다시 파면 처분을 받는 어이없는 사태도 발생했다.

뿐만 아니라, 조합비 원천 징수를 막는 것은 물론이고, 노골적으로 노조탈퇴를 종용하는 한편, 심지어 노조의 단식농성에 대해 ‘뒤에서 (음식)먹는 거 다 안다’는 식으로 흑색선전을 유포하고 있다고 한다.

31일 시청 종무식 자리에서 항의중인 가족들
결국 이런 탄압은 조합원들 뿐 아니라 가족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디어참세상이 농성장을 찾은 지난 1일, 지난한 투쟁을 함께 겪은 조합원 가족들은 든든한 지지자로 거듭나 있었다. 징계의 부당함을 이야기 하던 한 조합원 가족이 “몇 년 동안 얼굴 보기 힘들 정도로 열심히 일했는데 억울하게도 이런 징계를 받았다”며 울음을 터뜨리자, 자리를 함께한 사람들 모두 눈시울을 붉혔다. 조합원 가족들은 31일 시청 종무식 자리에 항의하러 갔더니 “시장은 본체만체하며 코웃음을 쳤다”며 “10여 년간 같이 일했던 사람에게 어떻게 이렇게 야박한지 모르겠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현재 단식농성 중인 박영호 전 대외협력부장
천막은 시청 건물내에 설치됐지만 차가운 겨울 강원도 바람을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동해시지부 측은 당초 시청 앞에 천막을 설치할 계획이었으나, 시청 내에서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알 수 없고, 시청 내의 조합원들과 호흡을 함께 하기 위해 지부 사무실이 있던 자리에 천막을 설치했다고 전했다. 현재 단식농성 중인 박영호 전 대외협력부장은 “단식 농성을 하고 있는 동안, 오며 가며 잠시나마 들러 얘기를 나누는 조합원들이 반갑고, 그 시간이 제일 소중하다”며 “간부들 징계는 할 수 없다손 치더라도 평조합원들의 징계만이라도 빨리 풀렸으면 좋겠다”는 말로 새해소망을 털어놓았다.

천막농성장을 나와 동해성지병원으로 향했다. 지난 31일 입원한 안홍수 사무국장은 현재 의식을 회복하고 걸어다닐 수 있을 정도였지만, 겉보기에도 여전히 쇠약해 보였다. 자신의 건강이 좋지 않은 안홍수 사무국장은 시장에게 노조사무실 원상복구와 징계자들의 복직을 촉구하며 현재 단식 중인 조합원들의 건강과 조합원을 염려했다. 한편 동해시지부는 앞으로도 ‘공직사회개혁과 부정부패척결 그리고 노조사무실쟁취를 위한 천막농성과 단식투쟁’을 계속할 예정이다.

안홍수 사무국장_왼쪽부터 단식 1일 차, 현재 병원에 입원중인 모습

현재 강원도내 공무원노조 각 지부들은 중앙정부의 탄압, 지방자치단체의 과중한 징계, 지역 언론의 무관심이라는 삼중고에서 어려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전국 징계자의 절반에 달하는 700여명의 징계자가 포함된 전국공무원노조 강원본부에 대한 관심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동해시지부 투쟁일지
12월 11일> 지부사무실 철거
12월 13일> 천막 설치
12월 14일> 안홍수 사무국장 단식투쟁 시작
12월 15일> 시청 측, 천막 철거시도
12월 31일> 노조 종무식 중 안홍수 사무국장 실신, 박영호 전 대외협력부장 단식 농성 시작
01월 03일> 21일차 단식투쟁 중

동해시지부 신년사


존경하는 동해시지부 조합원 여러분!

2005년 을유년 새해가 힘차게 밝았습니다.
그 동안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동해시지부에 아낌없는 격려와 뜨거운 동지애를 보내주신 동지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돌이켜 보면 지난 한 해 우리 500여 조합원은 동지애로 똘똘 뭉쳐 “공직사회 개혁”과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 힘차게 달려왔으며, 정부의 일방적이고 노동악법인 공무원노조특별법을 온 몸으로 저지하기 위한 사상초유의 총파업을 이루어 내었습니다.
비록 그 과정에서 정부와 시의 광폭한 탄압으로 71명의 조합원들이 희생되고 노조사무실이 강제로 철거되는 등 엄청난 고난을 겪었지만 우리는 조합원 여러분들의 가슴속 깊은 동지애를 믿었기 때문에 이에 굴하지 않았고 당당하게 싸워왔습니다.
존경하는 조합원 여러분!
금년 한 해는 그 어느 해 보다도 많은 어려움과 힘겨움을 안고 출발하게 되었으며,
참으로 많은 과제를 헤치고 나가야하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공무원노동자를 자신의 입맛대로 다스리려는 특별법에 맞선 결사항전이 이어 질 것이며, 부정부패 척결과 공직사회 개혁을 위한 노력이 계속될 것입니다.
또한 부당징계 철회와 희생자 구제 그리고 공무원노조 탄압 분쇄를 위한 중단 없는 투쟁이 이어질 것입니다.
특히 노동조합 해직자는 노동조합의 자존심이자 양심입니다. 당당하게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길은 다시 조직을 강건하게 재건하는 일입니다.
민주노조 건설, 조직재건 및 희생자 구제 이 모든 것이 여러분께 달려있습니다.
이러한 투쟁 과제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500여 조합원들의 뜨거운 동지애와 단결 및 끊임없는 참여와 관심이 필요합니다.
새해에도 더욱 더 뜨거운 관심과 동지애를 보내주시기 바라며,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2005년! 반드시 승리하는 역사를 기록합시다.

2005. 1. 1.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강원지역본부 동해시지부
덧붙이는 말

취재를 도와준 공무원노조 강릉시지부 김동현, 강릉씨네마떼끄 안창영 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새해 첫 날부터 고생하신 공무원노조 동해시지부 조합원들과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