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교섭' 과연 재개 되나?

노사정위 출범 이래 모든 사회적 협약, 파탄으로 종결

33차 대대 4번 안건 '사회적 교섭에 관한 건', 관심 집중

20일 오후부터 열리는 민주노총 33차 대의원대회가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4번째 안건인 ‘사회적 교섭에 관한 건’에 대한 노동계 내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 이수호 위원장이 민주노총 집행부 선거전에 뛰어들면서 선거공약으로 ‘사회적 교섭 재개’를 선언한 바 있다.

이수호 집행부의 당선 이후에는 지난 해 5월 청와대에서 열린 ‘노사정 대토론회’에 참여해 ‘노사정 대표자회의’ 제안을 받아들여 두 차례 대표자 회의에 참석하기도 했다. 당시 ‘노사정 대표자회의’에는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과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과 이수영 경총회장, 김대환 노동부장관과 김금수 노사정위 위원장 등이 참가했다.

지난 해 9월 열린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

현집행부 공약에도 불구, 정부의 탄압으로 분위기 냉각

그러나 궤도연대 파업과 LG칼텍스 파업에 대한 정부의 탄압이 극에 달하며 민주노총은 ‘노사정 대화’의 무기한 연기를 선언했고 사회적 교섭에 대한 논의도 자취를 감췄다. 이후 지난 9월 정부의 비정규개악법안이 알려지고 비정규투쟁으로 정국의 가닥이 잡히면서는 ‘노사정 대화’의 ‘노’자 조차 언급될 수 없는 분위기로 흘렀다.

작년 9월 18일 미디어참세상은 이수호 위원장과 비정규법안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당시 “현 정부는 지속적으로 노동탄압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계속 네덜란드 모델을 이야기 하거나 민주노총의 노사정위 복귀를 요구했다. 노동운동 진영 일각에서도 노사정위 복귀나 사회적 합의주의에 대한 호응이 있었다”는 미디어참세상의 질문에 대해 이수호 위원장은 “현재의 상황에서는 주고받을 것이 없다. 노동자들이 내어 놓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우리가 누리고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런 면에서 사회적 합의주의는 불가능 할 뿐더러 아예 성립할 수도 없다고 판단한다”고 답했다.

아직까지 노사정위를 지키고 있는 한국노총의 이용득 위원장 조차도 같은 질문에 대해서는 “비정규직 보호법안이라고 자기들만 우겨대는 이런 법안을 내놓는 것이 현 정부의 노동정책 기조라면 대타협이고 대화고 필요없다”며 “악법에 대해 청와대가 묵인하고 방조한다면 노무현정권의 노사정위는 외국에 보여주기 위한 전시수단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회적 교섭재개에 관한 충분한 토론은 거쳤는지 의문

지난 해 9월 22일 열린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이수호 위원장은 “노사정 합의에 관한 건은 내년 대의원대회에서 다뤄질 것이나 현 시점에서는 3차 노사정대표회의 참가 등 노사정 대화를 시도할 의사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해 9월 미디어참세상과의 인터뷰 당시의 이수호위원장
이에 앞선 8월 31일에 열린 민주노총 중앙위원회는 ‘현장에서 충분한 토론을 거친 후 차기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사회적 교섭에 관한 건을 다루겠다’고 결정했다.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안건 심의 말미에 "사회적 교섭 기구를 만들고 사회적 교섭을 한다는 안건은 오늘 중앙위 토론을 바탕으로 오는 임시대대에 상정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조합원, 대의원들이 판단할 수 있는 충분한 인식 공유와 토론을 진행시키면서 다음 정기대대에서 처리하는 것으로 한다"며, 중앙위원의 이의 여부를 물은 후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후 사회적 교섭에 관한 건이 현장에서 충분한 토론을 거쳤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아있는 가운데 지난 14일 열린 민주노총 중앙위원회는 이 안건을 정기 대의원대회에 넘기기로 최종 결정했다.

대통령과 노동부 장관은 고압적 자세로 일관

물론 노정관계를 급격히 냉각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 비정규법안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아직까지 미동조차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3일 연두기자회견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불합리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국회에 계류 중인 “비정규법안이 조속히 통과 되기를 기대”한다며 법안 통과에 대한 강한 의지를 비쳤다.

그리고 19일 SBS가 주최한 ‘제2차 미래한국 리포트 발표’에 참석한 김대환 노동부 장관은 “민주노총이 내일 개최하는 대의원대회에서 (노사정위에) 참여 쪽으로 결론내릴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상한다”며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대환 장관은 이에 앞선 작년 12월 28일에는 “민주노총이 조건부 복귀를 고집하면 '사회적 대타협'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배짱을 부리기도 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11월에는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이수호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대화와 타협, 노사를 적대적 관계가 아니라 협력하고 이해하는 관계로 접근하는 점은 (자신과)일치하죠”라며 “민주노총의 조직구조와 분파주의, 1987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온 내부의 독특한 투쟁적 문화 등이 집행부의 발목을 잡고 있어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그리고 현 집행부에 대한 정부의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회적 교섭의 역사를 들여다 보니

한국 노동운동사에서 ‘사회적 교섭’이 논란에 오르거나, 실제로 행해진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민주노조 운동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연초 신문지상을 장식하던 ‘노경총 임금합의’가 있었고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한국 사회의 주요한 사회적 교섭시도는 3차례 진행됐다.

김영삼 정권 초기 경총과 한국노총 중심의 ‘노-경총 사회적 합의’, 96년 ‘신노사관계 구상’을 중심으로 한 ‘노사관계개혁위원회’, 그리고 IMF 외환위기 극복의 일환으로 98년에 김대중 정권이 추진했던 ‘노사정위원회’ 출범과 노사정 대타협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민주노총이 참여한 것은 98년 노사정위원회 출범과 노사정 대타협이다.

물론 정부가 내놓은 정리해고안에 도장을 찍어준 노사정 대타협은 현장 조합원에 의해 거부 당했다. 당시 노동계는 공무원과 교원의 단결권 보장, 노조의 정치활동 보장, 실업자의 초기업단위 노조 가입 허용등 노동기본권을 일부 보장 받는 대신 정리해고와 근로자 파견의 법제화에 동의했다.

그러나 정리해고나 근로자 파견의 칼날은 득달같이 떨어진 반면, 실질적으로 얻은 노동기본권은 별로 없을 뿐더러 당연히 쟁취해야할 권리를 거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민주노총은 1999년 2월 대의원대회에서 ‘노사정위원회’를 구조조정의 들러리 기구로 규정하고 노사정위 탈퇴를 공식 결정했다.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의 처참한 결과물

최근에 벌어진 사회적 협약은 지난 해 2월 민주노총이 빠진 노사정 위원회에서 체결된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이 있다.

한국노총, 경총, 노동부, 노사정위가 체결한 이 협약은, 기업은 투자확대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인위적인 고용조정을 자제해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다하고, 노조는 생산성 향상에 적극 협력하여 향후 2년간 임금안정에 협력하며, 정부는 일자리 만들기를 정부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1년이 지난 지금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이 낳은 결과는 처참하다. 지난 16일 노동부는 ‘노동부는 '2004년 평균 협약임금인상률은 5.2%로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임금인상률‘을 기록했고 ’사업장 4곳 중 1곳이 임금 삭감 또는 동결‘ 됐다며 ‘임금안정으로 고용안정 분위기 확산’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그러나 임금 인상률은 대폭 하락한 반면 실업자는 양산되고 생기는 일자리라고는 비정규직 일색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자살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렇듯 지금까지 벌어진 사회적 협약이란 협약은 모두 파탄난 상황에서 민주노총 대의원들이 '사회적 교섭에 관한 건'이라는 4번째 안건에 대해 어떤 결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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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원대회 , 사회적 교섭 , 사회적 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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