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노동 탄압의 제왕 "

수백 억 흑자에도 정리해고 단행, 대상 중 16명이 전·현직 노조 간부
2001년 태광산업 전례 이어 흥국생명노조 무력화 시도

24일 흥국생명 앞에서 '투쟁선포식'을 하고 있는 조합원 모습 [사무금융연맹 사진 제공]

흥국생명이 또 다시 노동탄압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다. 217명 희망퇴직 이후 24명의 추가 정리해고 명단을 발표했으나 그 중 16명이 전·현직 노조 간부이다. 이에 흥국생명 노조(노조)는 24일 기자회견 서 "노조 말살과 정리해고를 전면 철회하지 않는다면 악덕기업을 고발하는 전사회적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히며 또한 같은 날 흥국생명 남대문 사옥에서 '투쟁 선포식'을 개최했다.

흑자 속에 3,400명에 500명으로 줄여

흥국생명은 자본금 122억, 자산 4조 6천 억 원으로 98년 25억, 99년 59억을 비롯해 2003년도 550억 원, 2004년 상반기에만 475억 원의 당기 순이익을 내는 등 매년 연속 흑자를 내는 우량 기업이다. 그러나 흥국생명은 IMF 이후 3,400여명에 이르던 직원들을 명예퇴직, 강제퇴직, 분사, 신분전환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정리했고, 현재 500여명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해 11월 29일 흥국생명은 다시 구조조정안을 발표하며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무려 전 직원의 1/3에 해당하는 217명의 직원들이 정리했고, 이후 흥국생명은 "유휴인력 규모에 모자란다"며 1월 31일 까지 24명에 대한 추가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정리해고 대상자 중 16명은 상근 부위원장과 홍보편집부장을 포함하는 전, 현직 노동조합 간부들이다.

이에 노조는 "흥국생명이 노동조합 말살의 의도를 공공연히 내보이고 있다"며 "정리해고 철회와 즉각적인 노동탄압 중단"을 촉구했다. 노조는 "정리해고를 강행하면서 사측은 노동조합과의 사전 협의도, 심지어 노동부에 신고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흥국생명은 "노동부에 신고하지 않아도 정리해고가 인정된 판례가 있다"고 이유를 들었으나 노조는 "노사의 일반관행과 노동부의 행정 지도 조차 도 무시하고 있는 상식에 벗어난 행동"이라며 강력히 비난했다.

또한 노조는 "흥국생명은 내근 직원 감축 뿐 아니라 보험 모집인(1,000여명)에 대한 대대적인 퇴직도 함께 진행시키고 있다"며 "흥국생명의 사례를 보며 업계의 다른 회사들도 올해 구조조정의 움직임을 가시화하고 있다"고 설명해, 보험업계에 대대적인 인원감축에 대해 경고했다.

흥국생명, 태광산업에서 전수 받은 소문난 노조 탄압 경력

흥국생명의 대주주인 이호진은 태광산업, 대한 화섬의 회장이다. 그리고 이 사업장에서는 유례 없는 노동조합 탄압의 사례들이 줄을 이었다.

지난 2001년 태광·대한화섬은 울산에서 효성, 고합, 태광·대한화섬의 화섬사 3사 공동투쟁으로, 83일간의 파업투쟁을 전개했던 사업장이다. 당시 태광산업과 노조는 2000년 11월 "조합원을 인위적으로 감원하지 않는다. 권고사직, 희망퇴직, 명예퇴직, 정리해고를 하지 않는다"는 고용안정협약을 체결했었다. 하지만 태광산업은 2001년 5월 적자가 '예상된다'는 이유로 정리해고를 일방적으로 통보했고, 결국 460명에 이르는 대대적인 정리해고를 감행했다.

또한 파업투쟁 이후 태광산업은 노조를 어용화 시켰고, 부당 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복직투쟁자만 골라 손배소송을 끈질기게 진행했다. 그리고 지난, 2004년 5월 울산지법 민사3부는 2001년 파업과 관련해 "대의원 이상 간부 19명은 1천만 원 씩 모두 1억 9천만 원을 회사 쪽에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냈다. 태광산업은 노동계의 지탄 속에서도 해고자들에 대한 거액 배상 판결을 이끌어 냈던 것이다.

당시 태광산업은 97년 146억원, 98년 1,409억원, 99년 1,383억원, 2000년 250억원 으로 연속 흑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흥국생명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2000년 노조 탈퇴공작으로 조합원 2/3가량을 탈퇴시켰었고, 대의원대회, 분회장 대회의 방해하려 일일이 전화 걸어 '대회에 참가하는 결근 처리하겠다'는 식의 위협도 했다. 또한 '애사대'를 조직체계로 편성해 지역별 홍보 선전물 게시, 파업저지, 간부활동 동향 체크 등을 하며 2003년 파업기간 중에는 1일 1건 이상의 게시물을 게시하도록 하기도 했다.

그리고 2002년 금융권에서 최초로 정리해고를 시도했고, 2003년 노조의 파업과 관련해 위원장을 포함한 7인을 해고하는 등 부당 징계를 했고 흥국생명 사장 명의로 간부 14명과 조합원 1명에게 1인당 9,5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 및 가압류를 신청했다. 이로 인해 같은 해 민주노총의 10대 악덕사업장으로 지목되기도 했고, 악덕사업주 구속 투쟁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 노사관계를 담당하고 있는 오용일 전무이사는 과거 태광산업 노조 무력화를 이끌었던 인물이고, 유석기 대표이사 역시 태광산업에서 낙하산으로 내려왔다"며 "태광산업 노조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했던 방법들이 고스란히 흥국생명에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호진 회장 '불법대출' 등, 경영자 자격 시비

2004년 2월 금융감독원은 흥국생명에 대한 종합검사를 실시해 이호진 회장이 한빛아이앤비 인수 시 흥국생명이 계열사인 종합유선방송업체(수원방송, 안양방송, 천안방송)를 통해 125억 원 을 불법 신용 대출 한 것을 발견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업무상 배임혐의'로, 8억2,800만원 과징금과 유석기 사장은 '주의적 경고'를 받았다.

이호진 회장과 흥국생명 경영진들은 보험 설계사를 이용해 314억 원 동원, 17억 5,400만원의 리베이트를 착복했다. 이 또한 금융감독원 종합검사에서 드러났으나 금감원은 리베이트 자금만 환수 했고, 검찰이 '업무상 배임죄'로 고발했으나 이호진 회장에게는 벌금 5백 만 원으로 약식 기소되었다.

이와 관련 해 노조는 "대주주와 경영진의 도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하며 "향후 사측이 대주주와 회사만의 이익을 위해 노동자 생존권을 말살행위를 계속한다면 태광산업, 흥국생명이라는 악덕 기업을 전 사회적으로 고발하고, 전면적인 투쟁을 벌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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