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인권단체, "행자부, 개인정보보호 수수방관"

행자부, "예산 부족해 실태조사는 어려워"

[%=영상1%]
‘공공기관 홈페이지 주민등록번호 노출 실태 조사’ 2차 결과에 대해 정보인권활동가모임, 지문날인반대연대 등 정보인권단체들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며 행정자치부에 △주민등록번호가 노출된 해당 공공기관에 대한 삭제 요청 및 주의 조치 △공공기관의 허술한 개인정보관리 실태에 대한 개선방침 마련 △주민등록번호 체계 전면 재검토 △전자정부 사업 전면 재검토 △독립적 개인정보 감독기구 설치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안적 신분증명 체계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

10일 행정자부 앞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김영홍 함께하는시민행동 정보인권국장은 “주민등록번호를 일상적으로 수집하는 관행 자체에 문제가 있고, 수집된 주민등록번호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주민등록번호제 자체를 폐지하고, 대안적인 신분증명 체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처럼 심각한 수준의 개인정보 노출이 일어나는 상황에서는 전자정부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사람들이 방문하지 않는 전자정부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반문하며 전자정부 사업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청했다.

타리 목적별신분등록제실현연대 활동가는 “정보인권에 대한 개인들의 감수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 정부 정책은 오히려 그에 역행하고 있다”며 “정부는 이번 문제가 단지 시스템 상의 오류가 아니라, 주민등록번호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문제임을 직시해야 할 것”이라며 정보인권에 대한 정부의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전자정부 시스템, 구조적으로 개인정보 노출 위험”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이종회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는 전자정부 시스템에 대해 “무분별한 개발이 치명적인 환경파괴를 나았듯이 효율성만을 중시하는 전자정부 사업이 치명적인 인권문제를 낳고 있다”며 “행정자치부 전자정부 시스템은 구조적으로 개인정보의 노출 위험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회 대표는 또 “이미 1차 조사를 통해 전자정부 지원세터 홍페이지 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행정자치부의 정보인권 수준은 증명된 바 있다”며 “민원처리 등을 통해 가장 먼저 시민의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지방자치단체에 제공되는 시스템 오류는 전자정부 사업이 정보인권을 전혀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행자부, 개인정보 보호 수수방관”

그는 또 이번 조사결과가 “전자정부 사업 추진과정에서 진행될 시스템 통합과 정보의 중앙 집적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깨닫게 하는 일”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자치부는 주민등록번호 제도에 대한 어떠한 개선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으며, 전자정부 사업의 주무 부처로서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책임에 대해서도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행정자치부의 안일한 대응을 비판했다.

이어 이종회 대표는 “현 상황에서 행정자치부에 개인정보의 관리감독 권한을 유임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며 “주민등록번호의 사용 제한 및 폐지, 주민등록법의 전면 개정, 실효성 있는 개인정보보호기본법의 제정, 독립적이고 권위 있는 개인정보 감독기구의 설치”를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정보인권단체들은 행정자치부에 조사결과와 요구사항을 담은 공개요청서를 전달했다.

이종회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가 행자부 측에 공개요청서를 전달하고 있다

행자부, “해당 웹 페이지 조속히 삭제하겠다”

정보인권활동가모임과 지문날인반대연대의 문제제기에 대해 행정자치부는 “지적된 해당기관 웹 페이지를 조속히 삭제하고, 관련 공무원들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행 주민등록번호 체계와 전자정부 사업 전면재검토 요구에 대해서는 답변을 유보했다.

이날 공개요청서를 전달 받은 행정자치부 전자정보국 담당자는 정보인권활동가 모임의 해당 기관 웹 페이지 삭제요청에 대해 “3일 내에 지적된 웹 페이지는 삭제하도록 하고, 시스템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등록번호 체계 전면재검토 요구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또 독립적인 개인정보 감독기구 설치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며 “법안이 결정되면, 그에 따른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통부, 정보보호 위해 2천 3백억 투입
행자부, “예산 부족해 자체적인 실태조사 어려워”

한편, 전자정보국 담당자는 자체적인 주민등록번호 노출 실태조사 실시 여부에 대해서 “우리도 조사를 하고 싶지만, 1천개 정도의 사이트를 검사하는데 1억 원 정도가 든다”며 인력부족과 예산상의 이유를 들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결국 정보보호를 위한 실태조사를 하고 싶어도 돈이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예산부족을 이유로 개인정보를 보호하지 못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빈약하다는 지적이다. 10일 정보통신부는 올 해 409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등 정보보호 기반조성을 위해 오는 2008년 까지 총 2천 3백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내용의 중장기 정보보호 로드맵을 발표했다. 또 웹품질 관리 솔루션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업체에 따라 솔루션 가격이 다르지만, 1천개 정도의 사이트를 검사하는데 1억 원 정도면 저렴한 편”이라며 “외산제품에 비해 10분의 1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지음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정보통신부가 나서 올 한 해만 409억 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을 밝히고 있는데, 행정자치부가 1억 원의 예산이 없어 정보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며 “행정자치부는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의지와 정보인권에 대한 마인드가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태그

진보네트워크 , 전자정부 , 개인정보 , 주민등록번호 , 행정자치부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김삼권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