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 교향악단의 정기공연에서는 남성연주자들이 양복을 벗었다. 이는 서울시에 추진하고 있는 서울시 교향악단 재단법인 설립에 반대하는 행동이었다.

서울시, 세계적인 교향악단을 만들겠다
서울시에서는 지난 22일 서울시 교향악단의 음악감독으로 지휘자 정명훈 씨를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서울시는 24일 새로운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단원을 뽑기 위한 오디션을 진행할 것을 공고하며 현재 서울시 교향악단을 구성하고 있는 수석, 부수석, 단원을 포함해 전원도 이 오디션에 참여할 것을 발표했다.

정명훈 씨는 "서울시향을 한국인의 뜨거운 열정이 살아있는 악단으로 키우겠다"며 체제, 운영 등 외형과 내실 전반에 걸쳐 근본적인 개편 계획을 밝혔다. 그리고 오는 7월 말까지 117명 규모의 교향악단 구성을 마치고 재단 형태의 독립법인으로 출범하면서 본격적인 공연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서울시는 외부 컨설팅 결과에 따라 무용단 등 6개 예술단은 독립법인화 하고 오페라단은 아예 해체하는 등 세종문화회관을 사실상 정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나섰다. 그래서 7개 예술단을 두고 공공문화 사업을 주도 해온 세종문화회관은 앞으로 공연시설 관리만 맡게 될 위기에 놓일 가능성이 농후해지고 있다.

새로운 교향악단에 오려면 전원 오디션 봐라

하지만 세계적인 교향악단을 만들겠다는 서울시의 계획은 처음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24일 전국문화예술노조 세종문화회관지부에서는 성명을 발표하고 "서울시가 서울시향의 정통성을 이어 세계적 교향악단을 육성하겠다는 법인설립목적을 밝혔음에도 제3의 법인설립형태를 취하고 급기야 현 서울시향 단원에게 전면 신규 채용 오디션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것은 전체 단원을 정리해고하여 서울 시향을 해체하고 이름만 도용하겠다는 것"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또한 노동조합에서는 그동안 진행해오던 서울시향 재단법인 추진에 대해 우려를 표방하며 "수 차례의 면담과 내용공개, 교섭을 요구했지만 서울시와 사측은 이를 계속 묵살해왔으며 세종문화회관과 서울시 교향악단에는 어떻게 서울시향이 법인으로 출범하는지에 대해 단 한번도 노조나 예술단체들과 이야기 한 바 없다"며 비민주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재단법인 설립을 비판했다. 또한 현재 재단법인 설립의 근거가 되고 있는 서울시의회의 '서울특별시출연예술단체설립 운영조례안'에는 고용승계에 관련한 보호조례가 없어 문제가 되고 있다.

김 현 세종문화회관노조 사무국장은 "서울 시향에서는 재단 설립을 앞두고 시향의 혁신과 역량있는 연주자 확보를 위해 현재 수석, 부수석 단원들이 직책을 포기하고 기존 단원들의 명예퇴직 등을 결정하여 서울시와 세종문화회관 측에 전달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서울시에서는 이러한 스스로의 혁신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원 오디션에 임해서 실력을 검증 받으라는 요구만을 하고 있다"며 "새로운 법인은 지금의 정규직 체계를 모두 1년∼3년의 계약직 체게로 바꿀려고 하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답답한 마음을 전하기도 하였다.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 된다?

세계적인 교향악단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실력을 중심으로 오디션을 진행한다는 것은 일면 타당한 면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새로운 시향이 추진되는 과정을 보면 당사자들을 배제하고 서울시가 독단적이고 비공개적으로 진행하면서 앞으로 진행될 오디션 역시 얼마나 공정하게 진행될 지 의심이다. 익명을 요구한 조합에 가입해 있지 않은 직원은 "우리는 정명훈 씨의 계약과정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했고, 서울시 문화과장이 진행한 22일 기자회견을 보고서야 추진상황에 대해 알았다. 우리는 끼어들 틈도 없다. 일방적 밀어붙이기 식이 아니겠냐"라며 현재 상황에 대해 강력히 비판했다.

이후 세종문화회관노동조합에서는 서울시의회에서 제정한 '서울특별시출연예술단체설립 운영조례안' 개정과 새로운 재단법인 설립과정에서 고용승계, 단원채용, 단원처우 등을 요구하며 투쟁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