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여성들의 주체적인 운동이 필요하다"

서울여성영화제 국제포럼, '아시아 지역 성매매 현실'

8일부터 시작된 7회 서울여성영화제에서는 12일 '아시아 지역 성매매 현실과 비디오 액티비즘'이라는 주제로 국체포럼을 개최하였다. 서울여성영화제의 여성영상공동체 섹션에서 상영되고 있는 성매매에 대한 다큐멘터리와 동시에 기획된 이번 국제포럼은 아시아 성매매 현실과 현장의 목소리는 어떠한지, 그 목소리들을 모아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무엇을 문제 삼아야 할 것인지를 살펴보는 것을 목표로 했다.

국제포럼에는 대만, 태국 등 동아시아의 여성단체들과 한국의 다양한 여성단체들, 성매매 종사자가 직접 참가해서 성매매 여성들의 현실과 쟁점들에 대해 열띤 토론을 진행하였다. 특히 성매매 여성을 성노동자로 바라보는 관점이 제시되었는데, 이는 포럼 내내 쟁점으로 등장하였다. 또한 성매매 종사자들의 주체적인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되었으며, 한국의 성매매 종사자들과 여성단체들과의 첫 공식적인 대화가 진행되면서 더욱더 의미있는 자리가 되었다.

성매매를 윤락행위에서 성노동으로

  고정갑희 한신대 교수
발제자로 나선 여/성이론 편집주간 고정갑희 한신대 교수는 "성매매를 윤락행위로 보고, 도덕적으로 타락한 것으로 보는 사회적 시선은 결국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더욱더 힘들게 한다. 다른 아시아 지역에서는 성노동자 선언문을 낭독하기도 하고, 성노동자들을 만나기도 한다. 성매매가 하루아침에 사라질 것이 아니라면 현재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붙여줄 긍정적인 언어가 필요하다"며 성매매를 윤락행위에서 성노동으로 인식할 것을 제안하였다. 그녀는 "노동이란 단어는 권리와 저항의 언어이다. 이러한 과정은 성매매 종사 여성들이 피해여성이 아니라 저항하고 방어하는 주체로 다시 설 수 있을 것이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성매매 여성들의 자치조직 형성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며 "한국사회에서나 아시아 지역 다른 국가에서도 성매매 여성들의 목소리는 침묵 당했다. 이제 성매매 여성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작업 환경과 다양한 문제들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자치조직이 필요하다. 이 조직은 스스로를 돌아보며 건강권, 생존권, 노동권 등을 주장할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 날 인도의 DMSC, 대만의 COSWAS, 태국의 EMPOWER, 한국의 한터여성종사자연맹 등의 자치조직들의 활동이 소개되기도 하였다.

고정갑희 교수는 한국과 아시아의 성매매/성노동을 위해 △성매매 여성들이 모든 사안에 대해 주체적 결정 필요 △성매매에 대한 기존 인식의 변화, 성매매 여성들의 일을 노동으로서 인정 △성매매 여성들의 자치조직 형성 지원 △국가의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발상전환 △성매매 여성들의 자체 생존력의 강화 △아시아 지역의 성노동자 여성들의 현실을 함께 이야기 할 네트워크 구성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성매매 여성 스스로의 운동이 중요

  딩 나이페이 대만국립중앙대 교수
이어 대만성별위원회 위원 딩 나이페이 대만국립중앙대 교수는 축첩제의 그늘 속의 성과 성노동에 대해 이야기했다. 딩 나이페이 교수는 대만에 사는 익명의 주부와 성 노동 활동가 레이쿤의 대화를 소개하며 "결혼했다는 건 장기식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고, 내가 가진 건 일회용 식권이라는 것 뿐이에요. 당신은 남편이랑 결혼했으니 그 남자랑 만 자야 하는 것이고, 우리도 다른 사람들하고 자야 하는 거죠"라는 레이쿤의 말을 인용했다. 이 대화를 통해 딩 나이페이 교수는 가족과 국가에 있어 여성 내부와 그녀들 간의 계급적 지위 차이는 중요한 문제로 제기하였다. 또한 "가부장제를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일부일처제의 가족제도가 여성을 첩이라는 형태로 착취되고 모든 여성들의 성이 통제되었던 과정을 설명하며, 성매매 여성들을 이 과정 속에서 봐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찬타위파 아피숙 태국 임파워 대표
태국 성매매 종사자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 찬타위파 아피숙 EMPOWER 대표는 "태국에는 약 20만명이 성매매에 종사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해변에서 일을 많이 하는데 이번 쓰나미로 해변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일자리를 잃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태국의 여성들은 고등교육은 물론이며 의료해택도 받지 못한다. 하지만 평등하게 살고자 하는 것은 바로 정치적 행위로 낙인찍히며, 더 나은 삶을 이야기 하는 것만으로 이미 범죄이다"며 태국 여성들의 삶을 이야기하면서, "언론에서는 성매매 여성들을 착취의 희생양으로만 보여준다. 이제 그녀들도 인간이다라는 관점이 절실하다"고 목소리 높였다. 태국의 EMPOWER는 1985년 성매매, 매춘 관광, 성산업 내에서의 착취 문제를 다루는 소규모 프로젝트로 시작한 단체로 현재 성매매 여성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안전한 섹스에 대한 교육 진행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쇼히니 고쉬 인도 DMSC 간사
서울여성영화제에서 상영되고 있는 '밤의 요정'의 감독인 인도 여성협력위원회(DMSC)에서 온 쇼히니 고쉬는 "성매매에 있어서 동의의 문제를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특히 성매매 종사자들의 자체 규제 위원회를 소개하면서 "문제가 발생했을 시에 가장 먼저 파악하는 사람들은 성매매에 직접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성매매 종사자들은 경찰을 싫어하기 때문에 경찰은 오히려 가장 나중에 이 문제에 대해 파악할 수 밖에 없다"며 성매매 종사자들의 주체적 활동을 강조했다. 또한 "이런 활동이 여성들과 미성년 소녀들이 성노동자로 인신매매 되는 것을 방지하고 있으며, 성산업 내에 착취를 중지시키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DMSC는 성노동자들과 그 아이들로 구성된 포럼으로 성노동자 전체의 공동체를 통해 연대를 조직하여 집단적 힘을 키우고, 노동자로서 그들 자신의 긍정적인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김문희 한터여종사자연맹 대표
이 날 포럼에는 한국의 성매매 종사자들의 모임인 한터여종사자연맹에서도 함께 했다. 김문희 한터여종사자연맹 대표는 현재 성매매에 종사하고 있는 주체로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김문희 대표는 "성매매 근절이라는 말이 종사자들을 보호하겠다는 것인지, 필요악으로 보고 무조건 없애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아무런 대책 없이 집결지를 없애는 것만이 우리를 성매매에서 구제하고 여성인권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아니다. 우리를 생존을 위해 노동하는 사람으로 봐달라"고 주장하였다. 또한 앞으로 조직의 전망과 관련한 질문에 "상황에 따라 더욱 강력한 투쟁이 필요하면 노조의 형태를 띨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은 시작단계이다. 지켜봐달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태그

여성 , 성매매 , 성노동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이꽃맘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