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이 480억을 투자한 '100주년 기념 삼성관' [출처: 고려대 홈페이지] |
"명예박사가 아니라 노동탄압박사다"
고려대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인재중시와 기술중시의 경영철학으로 삼성은 물론 한국기업 전체의 혁신과 질적 변화를 이끌며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하여 명예철학박사 학위를 주려했다. 그러나 고려대생들은 "무노조 경영의 우두머리인 이건희 회장은 노동탄압박사"라며 학위 수여식 장소인 인촌 기념관 앞에서 연좌시위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학교 측 직원들과 학생들의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으며, 결국 학위수여식이 무산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삼성 측은 이 사건에 대해서 "준비도 안된 행사에 초청하면 어떻게 하느냐. 학생들의 행동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고려대 설립 백주년을 맞이하여 4백 80억원을 지원해 '백주년 기념 삼성관'을 건립하였다.
이에 대해 고려대는 5월 3일 긴급 처장단 회의를 열고 "2일 벌어진 삼성 이건희 회장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에 앞서 벌어진 학생들의 시위 및 농성사태에 책임을 지고 안문석 교무부총장 이하 9명의 처장단이 사퇴하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어윤대 고려대 총장 "충심으로 사과를 드린다"
또한 어윤대 고려대 총장은 사과문을 발표하고 "어제 오후 이건희 삼성회장님의 명예철학박사 학위 수여식장에서 발생한 불상사에 대해 매우 부끄럽게 생각하며 고려대학교를 대표하여 충심으로 사과를 드린다"며 "비록 극소수에 의한 돌발적 사태였다지만, 이들의 시위가 학생신분으로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선을 넘어선 비민주적이고 폭력적인 행위였기에 그들의 스승으로서도 총장으로서 저의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이어 어윤대 총장은 "고려대학교 구성원의 절대다수는 이건희 회장님의 공로를 아주 높게 평가하고 있다"며 "이번 기회로 고려대학교의 많은 것들이 바뀌어지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앞으로 바른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균형잡힌 시각과 절제된 행동양식을 갖추도록 가르치겠다"고 밝혔다.
학생들 "삼성의 경영철학은 노동자 탄압하는 전근대적 철학"
고려대 문과대 학생회는 이건희 삼성회장의 명예철학박사 수여에 대해 "이건희 삼성회장은 고대 100주년 기념관에 480억을 기부하고 그 대가로 명예철학박사학위를 수여 받았다. 학교 측은 신경영철학을 통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냈기 때문에 학위를 수여 받는다고 했으나 그의 경영철학은 이병철 전 회장의 내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 삼성에 노조는 못본다는 말처럼 노동자들은 탄압하는 전근대적 패러다임이다"고 비판했다.
또한 "명예철학박사학위 수여를 교수들도 전날 알았다. 학내 구성원들의 기본적인 합의도 없이 진행되는 박사학위 수여는 인정될 수 없다"며 "경찰력 투입까지 고려하며 수여식을 진행하려는 학교측은 학생들을 학교의 일주체로 사고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