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은 '몰개'가, 참세상은 '나네'가 되어야 해"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의 창간 축사

골수를 쪼개는, 사위를 잠재운 사자후

참세상 창립기념식에 참석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의 축사는 그야말로 사자후였다. 백기완 선생의 축사가 진행되는 동안 참석자들의 목울대만 꿀꺽 거릴 뿐이었다. 백기완 선생의 목소리가 높아질 때는 다들 숨을 몰아쉬었고 목소리가 낮아질 때는 조그맣게 한숨들을 토했다.

백기완 선생의 뒤를 이어 인사말을 전한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골수를 쪼개는 듯 한 선생님의 산 같고 파도 같은 말씀을 들으니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백기완 선생은 노동자 운동은 ‘몰개’(파도)와 같이 때려부시는 운동이고 변혁은 ‘나네’(새싹)라며 참세상의 일꾼들은 ‘나네’의 목소리를 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참세상은 얼음 든 대지의 싹틔우는 소리를 전해야 해"

여러분, 반갑습니다.

시인 김지하 선생이 금년에 아마도 예순 다섯인가 여섯인가 그럴 거요.
근데 그 시인이 한 이십 년 전에 개를 한 놈 잡아놓고 나한테 이런 얘길 하더라고
자기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선생님께서 중동고등학교에 와갖고 나무 심는 운동을 하자, 생명을 심는 운동을 하자, 이런 얘길 했다는 거예요..
난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여하튼 53년도서부터 내가 농민이다, 노동자다, 빈민이다 이렇게 얘기했는데, 난 요새, 젊은애들 있잖아, 대학생이라는 애들, 걔네들 보면 무서워. 지나가다 나한테 인사하는 이가 하나도 없어.

내가 여기 김세균 선생처럼 대학교 교수라고 하면 인사들 하겠지,

두 번째로 요새 노동자라는 애들 보기가 무서워! 왜 만날 티격티격해! 창피하게! 또 길거리 지나댕겨도 나한테 인사하는 애들도 없어.

무슨 파업하는 애들, 요 며칠 전에는 덤프짐차라 하지? 덤프짐차! 그 친구들 뭐, 파업한다고 오라 그래서 가서 땡볕에서 한 시간쯤 얘기하다가 몸살 감기만 들은 적이 있는데.

여하튼 학생들, 노동자들 무서워. 여기도 노동자 대표 단병호, 또 이수호도 왔는데, 아유 나 저 친구들 보기 무서워! 다 유명해졌잖아! 매일 텔레비에 나오고!
차라리 노무현이 여 나오라 그래! 쥐새끼, 요 놈의 새끼!


그런데, 참세상 한다는 젊은이들. 날더러 한 마디 하라고? 그래 내 두 마디만 하고 가께.

첫째, 진보란 말이 뭐요? 한 번 일어나서 말해 보시오. 진보가 뭐요? 영어로 얘기하면 다 알지요, 진보. 내가 한 번 풀이할테니까 들어보시오.

진보는 몰개라는 말이에요. 몰개는 한문으로 얘기하면 파도란 말이야, 파도! 좌아 밀려가다 벼랑이 있으면 땅하고 때리고 스스로 바사지는 거야. 바사진다고 해서 그 몰개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니까!! 바사진 다음에 계속해서 요만한 물방울이 또 하나로 뭉쳐갖고
또! 절벽을 때리고 때리고 그러면서 흐르는 거. 이걸 보고 몰개라 그래요.

그래서 옛부터, 유치환이란 시인이 파도야 파도야 날 어쩌란 말이냐 님은 가고 말이 없는데 날 어쩌란 말이냐, 그런 시를 일찌기 읊었지만 그 사람 생각이 쪼끔 깊었다면 몰개야 몰개야 나를 어쩌란 말이냐 노동자들은 다 가는데 나를 어쩌란 말이냐 이렇게 읊었을텐데 우리말을 계발을 못 했거든.

여러분, 노동자 운동은 몰개 운동이야! 자본주의 때려부시는 운동이야! 그런데 왜 이런 자본주의 체제에 낑겨들어? 그런것들은 노동운동이 아니야!
그럼 그건 뭐냐? 그건 소시민 운동이예요.
왜 손뼉 안 쳐 이거! 손뼉 세게 안치면 다시는 나 이런데 안 오고 나와도 날 보고 얘기하라고 그러지 말어!

두번째로 한 마디만 더 할께. 여기 김세균 교수가 내가 한 얘기 다 하대. 변혁이 어떻다 다 그러대.

여러분, 변혁이 뭔지 아시오 우리말로? 한 번 변혁이 뭔지 우리말로 얘기할 수 있는 사람 손 들어 보시오. 내 글 하나도 안 읽었지? 요런, 짜뱅이들 읽지 말어! 안 읽어도 좋아.
나 이미 다 살았어! 몇 일 안 남았어! 나 죽으면 젊은이들이 뭐 나 기억이나 해 주겠어?

다만 내 얘기 요거 하나 기억해 주시오.

변혁은 ‘나네’란 말이야, 나네.
나네는 뭐요? 얼은 땅을 치고 일어서는 새싹이야. 언 땅을 치고 일어서는 새싹! 그것이 나네야, 미인이야, 미남이야! 그러니까 여러분, 우리말로 변혁은 뭐요. 언땅을 치고 일어서는 거야.

새싹이 트는 소리를 내지 않으면, 참세상 언론의 목소리가 아니라고!

새싹이 트는 소리를 나네의 소리라 그러는데, 그것을 다시 한 번 풀이하면 뭐라고 부를 수가 있습니까. 대지를 싹틔우는 소리야! 대지! 째째하게 화분에서만 싹이 트는 게 아니야, 대지! 잠자는 대지를 일으키는 소리가 바로 나네의 소리요, 변혁의 목소리요!

노동자 여러분! 참세상을 꿈꾸는 젊은이 여러분!
이제 여러분은 대지의 목소리를 외치고저 이 자리에 모인 거요!

몽땅 소시민적인 목소리, 몽땅 변절자의 목소리, 제국주의 앞잽이들의 목소리가 판을 치다가!

저기 바람 불면 말이야 나무가 흔들흔들하지? 쉬이-하고. 그 소리가 그럴 듯 하지? 아니야... 그건 바람부는데 나부끼는 기회주의자의 목소리야!

진짜 목소리는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가지의 목소리가 아니라 얼어붙은 대지를 싹틔우는 소리인게야

얼음든 대지를 싹틔우는 나네의 목소리를 참세상의 일꾼들이여!
한 번 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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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완 , 몰개 , 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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