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플랜트 다자협상, 노동계의 대폭 양보로 일단락

집단교섭 미지수, "불법 행위 사과" "합법적 조합활동" 등 오점 남겨

울산건설플랜트노조 사태를 둘러싼 다자간 협상이 전국노동자대회가 진행중이던 27일 오후 5시반 경 노동계의 대폭 양보속에 일단락됐다.

이날 발표된 합의문은, 이미 근로기준법 건설산업기본법으로 보장되어 있는 내용들 외에는 실무협상으로 넘기거나 사용자측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수준으로 노동계는 실질적인 성과를 남기지 못했다. 집단교섭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측의 막판 뒤집기 성공


10시 30분부터 재개된 협상은, 오후 3시 55분경 회의실 안에서 박수 소리가 들리는 등 타결로 가는 듯한 양상을 보였으나 사측은 이때부터 '합의안의 내용이 실질적으로 단체협상 아니냐' '노조측은 사과를 해야한다'고 요구하는 등 막판 뒤집기에 나섰다.

장시간 줄다리기를 계속하던 플랜트노사와 울산시·울산시민단체협의회는 5시 40분 기자회견을 열고 '공동협의회 회의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공동협의회는 일단 울산플랜트노조와 관련한 협상이 최종 합의될 때까지 협의틀 운영을 지속하기로 하고, 이와 함께 사측 2인 노동측 2인이 참여하는 실무협의를 병행하기로 했다.

공동협의회는 근로조건과 관련해 △1일 8시간 주 44시간 근무 △4대 사회보험(구체적 적용은 실무협의에서 논의) △'주휴수당, 연·월차수당, 연장·야간근로수당, 퇴직금은 기본급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등의 내용에 합의했다.

다음으로 건설산업기본법에서 정한 불법적 하도급을 금지키로 했으며, 근로자에게 도급을 주지 않는 문제는 실무협상에서 논의키로 했다. 또한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채용시 불이익을 주지 않기로 했으며 이에 대한 구체적 방안도 실무협상에서 논의키로 했다.

노동조합 인정문제와 관련, 조합비는 회사가 일괄 공제해 노조에 인도하기로 했으며 노조간부의 사업장 출입문제는 공장장협의회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집단교섭 미지수, "불법행위 사과" "합법적 조합활동" 등 오점 남겨

집단교섭 문제 등 미타결 쟁점은 대표자회의에서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

한편, 공동협의회는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는 이번 불법행위에 대해 울산시민과 해당기업체에 사과한다" "건설플랜트노조는 앞으로 합법적인 조합활동을 한다"는데 합의함으로써, 노동계는 합의안의 내용에 있어서도 오점을 남기게 됐다.

기자회견 자리에서, 합의안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노동계를 대표한 백석근 건설연맹 부위원장은 "100프로 만족은 못하지만 합의가 되어서 기쁘다"며 "어지간하면 합의를 보려고 엄청나게 줄였다"고 밝혔고, 사측을 대표한 김재홍 경남 대한설비건설협회 회장 역시 "만족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핵심쟁점이었던 집단교섭과 관련해서는 백석근 부위원장이 "집단교섭 부분은 계속 얘기를 해 나가기로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한 것"이라고 말한 반면, 김재홍 회장은 "개별교섭을 통하여 조합원이 있는 사업장에 한하여 대화로 풀어가겠다"고 말해 이견을 드러냈다.

지도부 구속·수배중인 울산플랜트노조, 안개속으로

이번 전국노동자대회는 울산플랜트노조 파업 해결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예상되었지만, 무력하게 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구속·수배자 처리 등 이후 울산플랜트노조의 정상화는 안개속으로 빠졌다. 또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여수 포항 광양 등 3개 플랜트노조의 임단협에도 일정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협상 결과가 전해지자 협상장 안밖에서는 '총연맹 지역본부 등이 노동자대회의 모양새와 여론을 의식한 나머지 너무 불리한 합의안에 도장을 찍었다'는 등의 의견이 들리기도 했다.

울산플랜트노조는 내일쯤 조합원 총회를 열어 교섭결과를 보고하고, 합의안을 찬반투표에 부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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