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장 그만두더니, 이사장으로 돌아오나”

정립회관 사태, 2라운드 돌입

한국소아마비협회(협회) 이사회가 이완수 현 정립회관 관장을 신임 이사장으로 결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립회관은 그간 이완수 관장의 정년 연장을 비롯해 시설의 비민주적 운영으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려왔다. 이에 지난 해 6월부터 37개 장애인단체로 구성된 ‘정립회관민주화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231일 동안 사회복지 시설의 민주적 운영을 요구하며 정립회관 점거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출처: 인권하루소식]

공대위, “이사회가 교묘히 이완수 관장을 승격시켜”

공대위는 15일 광진구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협회 이사회의 이완수 관장 이사장직 결정 철회를 촉구하는 한편, 감독기관인 광진구청에 대해서도 즉각적인 시정명령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이완수 관장은 11년 이상 관장직을 유지하고 정년을 넘겨서 변칙적인 연임을 통해 임기를 연장하려는 문제로 230여일의 정립회관 점거농성사태를 촉발한 장본인”이라며 “시설의 파행운영과 부도덕함으로 관장직에서 물러나는 당사자가 어떻게 관장직을 임명하는 이사장이 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공대위는 “광진구청, 협회 이사회, 공대위가 이완수 관장의 퇴임을 합의한 바 있음에도 불구하고, 협회 이사회는 교묘히 이완수 관장을 이사장으로 승격시켰다”며 “이사회가 과거 사태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고, 장애민중을 기만하고 우롱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공대위는 231일 농성 끝에 올 2월 5일, 광진구청의 중재로 협회 이사회와 △시설 정상화 이후 적절한 시기에 이완수 관장 퇴임 △8명의 노동조합 징계자들 중 7명에 대한 징계완화 △각 고소고발 철회 및 추가고소, 징계 금지 등을 합의한 바 있다.

공대위는 이번 결정을 내린 협회 이사회에 대해 “제도적 모순을 이용하여 자기들끼리 패거리적인 나눠먹기식 작태를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라며 “시설의 민주적 운영이 얼마나 허구적이고 봉건적 운영체계가 온존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경석 공대위 집행위원장은 "이번 사태는 관리감독 주체인 구청이 수수방관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이러한 사회복지법인들의 횡포를 막고, 장애인들의 의사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개방형 공익이사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완수 관장, “터무니없는 주장”

공대위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현 협회 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이완수 관장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이완수 관장은 참세상과의 전화통화에서 “협회 이사장 개인적인 권한으로 관장을 임명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또 이사들이 이사장 맘대로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니”라며 “내부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이사장이든, 관장이든 결정하게 되는 것”이라고 공대위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또 공대위의 활동에 대해서도 “현재 공대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중에는 정립회관을 이용하는 당사자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고, 그들이 시설에 대해 무엇을 요구하는 것은 얼마든지 수용 가능하다”고 밝힌 뒤 “그러나, 대부분의 공대위 구성 단체들을 보면 협회나 시설과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개입은 월권행위”라고 공대위의 자격을 문제 삼았다.

이완수 관장은 ‘재단사유화’, ‘조직폭력배 동원’ 등 공대위의 기존 주장에 대해서도 “대한민국 헌법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내가 조폭을 동원했다면 왜 처벌받지 않는가”라고 반문하며 “구체적인 증거를 가지고, 주장을 해야 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광진구청, “법적 하자 없다면 ‘안된다’고 할 수 없다”

감독기관인 광진구청은 정립공대위의 문제제기에 대해 “협회로부터 아직 공식문서가 접수되지는 않았지만, 구청은 법적 테두리 내에서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광진구청 사회복지과 관계자는 “오랜 분규를 겪어 논란의 여지가 있고,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법적인 하자가 없다면 ‘안 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립공대위 측에서는 인사권자로 승진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관장을 이사장 개인이 임명하는 것이 아니라, 이사회 절차에 따라 임명하게 된다”며 협회와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다만, 현재 직접적인 이해관계에 얽혀 있는 사람이 이사장으로 결정된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법률원, “합의 취지에 반해 위법하다”

한편, 민주노총 법률원은 이완수 관장의 협회 이사장 임명결정이 2월 합의 취지에 반하여 위법하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민주노총 법률원은 14일, “합의서상의 ‘관장 퇴임’의 의미는 최소한 ‘관장으로서의 권한 및 그보다 더 중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서의 업무를 금지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합목적적인 해석”이라며 “이완수 관장을 협회 이사장으로 임명한 협회 결정은 합의 취지에 반하여 위법하다”는 견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