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동맹파업 20주년, "동지들을 찾습니다"

구로동맹파업동지회 등 20여개 단체 구로동맹파업20주년기념사업회 구성


동지들아 기억하니?
나는 14살 산업일꾼으로 칭송 받으면서 국가의 경제발전에 이바지했다고들 하지만, 또 다른 한쪽에서는 공순이로 기계의 일부분으로 취급받으며 살아야 하는 세월이 있었다. 우리는 가난한 집을 위해서, 회사의 사장을 위해서, 나라의 산업경제발전을 위해서 인간이 아닌 기계와 같이 감정이 없는 듯 시키면 시키는 데로 밤낮없이 그렇게 일해야 했던 세월이 있었다.

그런데 인간다운 삶이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인간답지 못하게 하는 사회에 분노를 느끼게 되었다. 그 분노는 내가 일하는 노동현장에서부터 노동자의 권리를 찾는 것으로 활동하게 되었지. 노동조합활동을 통해 나는 참으로 행복했다. 까막눈이 빚을 보듯 사회의 모순을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고, 그 모순을 바꾸고자 뜻을 같이하는 동지들이 생겨서......

85년 구로동맹파업 때 가리봉전자 사무국장 혜련이가 동지들에게 中



한국전쟁 이후 최초의 노동자 동맹파업 '구로동맹파업'

1985년 6월 24일부터 29일까지 구로에서는 여공들의 동맹파업이 진행되었다. 85년 6월 22일 구로 1공단에 있었던 대우어패럴 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간부들을 연행하자 24일 오후 2시를 기해 효성물산·가리봉전자·세진전자·청계피복·부흥사·선일섬유 노조가 공동으로 '노동조합 탄압저지 결사투쟁선언'을 발표하고 동맹파업에 들어간 것이다. 이는 한국노동운동사에 '한국전쟁 이후 최초의 노동자 동맹파업'으로 기록되었다.

구로동맹파업 이후 20년이 지난 2005년 6월, 구로동맹파업들의 주역들이 함께 했던 동지들을 찾아나섰다. 구로동맹파업동지회, 민주노총, 한국노총, 민주노동당, 전국민중연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등 20여개 단체는 '구로동맹파업2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구로동맹파업의 역사적 의의를 현재에 되새기고 노동자의 역사를 노동자 자신이 역사의 주체가 되어 노동자의 관점에서 올곧게 그 의미를 계승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었다.


"노동운동은 과거형이 아니다"

구로동맹파업2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는 16일 오전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주년의 역사적 의의와 사업계획을 밝혔다. 이 자리에는 구로동맹파업 당시 가리봉전자 사무국장이었던 윤혜련 씨와 효성물산 위원장이었던 김영미 씨가 함께 했다.

  김영미 前효성물산 위원장

구로동맹파업2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 공동대표 김영미 前효성물산 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1985년 6월, 그날로부터 어느덧 20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비록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하는 세월이 지나갔지만, 그날 우리가 품었던 정당한 투쟁 정신은 오늘 민주노조 운동의 대중적 기반이 되었다"고 구로동맹파업의 역사적 의의를 설명하고,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를 통하여 미래로 발전해 가는 것이다. 모든 노동자가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그 날을 위해 우리의 작은 힘을 다시 모아보자"고 전했다.

이어 김지예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구로동맹파업이 과거이면서 현재인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은 거리와 옷매무새는 변했지만 노동자를 탄압하는 현실은 여전하기 때문일 것이다"며 "80년대 서슬퍼런 독재정권 하에 숨죽이면서 만들었던 최초의 연대투쟁을 기억하는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몫일 것이다. 이땅의 노동운동은 과거형일 수 없다"고 밝혔다.

구로동맹파업2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 윤혜련 前가리봉전자 사무국장은 "우리는 구로동맹파업 당시의 기억을 살리기 위해 4개월을 준비했다. 통신장비도 전혀 없던 그때, 우리는 블랙리스트로 찍혀서 뿔뿔이 흩어졌다. 그때 함께 투쟁했던 2000여 명의 동지들을 우리는 찾아야 한다. 이름없이 투쟁했던 동지들의 명예를 회복시켜야 할 것이며, 민주주의를 만들어 왔던 노동자들로 기억되어야 할 것이다"고 호소했다. 구로동맹파업2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는 20주년 기념사업으로 18일 고대구로병원 대강당에서 '구로동맹파업 20주년 정신계승대토론회'를 진행하며, 이날 토론회에서는 구로동맹파업에 함께 했던 조합원들이 직접 나와 그 때 상황을 증언한다. 또한 25일 구로에서는 '20년만의 해후 아름다운 만남'이라는 제목으로 흩어졌던 동지들이 모인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구로동맹파업 20주년 기념 결의문'을 통해 "2005년 6월, 우리는 역사를 거슬러 1985년 6월 한국 민주주의 투쟁의 또 한 장을 열었던 민중항쟁의 한 시기를 기억하고, 그 끝나지 않은 역사를 현재화 하고자 한다"고 밝히고, △빈곤과 차별을 넘어 실질적인 사회변혁 쟁취 △무장한 세계화 분쇄 △노동자민중의 역사를 사회 보편의 역사로 만들 것을 결의했다.

기자회견에서는 구로동맹파업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영상이 상영되었다. 구속동지 석방을 외치며 구로공단을 점거했던 동지들의 목소리가 들리자, 서울중부노동사무소에서 연행되는 동지들의 울부짖음이 들리자 구로동맹파업에 함께 했던 노동자들은 조용히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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