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최저임금 결정 방식이다"

22일 다산인권센터 등 5개 인권단체 주최 '최저임금투쟁발전방향' 토론회

지난해 최저임금 교섭과 관련하여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투쟁에 대한 조직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투쟁이 활성화되었다”는 내부 평가를 내놓았다. 부정적 평가도 있었다. 사업방향과 목표에 배치되는 교섭 결과로 제도개선투쟁의 근거를 강화하지 못했다는 것, 즉 ‘최저임금결정기준 평균 임금의 50% 이상’이라는 중심목표를 세우고도 결국 공익위원이 내놓은 조정안 7~13%에서 0.1% 벗어난 13.1% 인상안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지난 협상안의 한계로 지적하면서도 이중적으로 “이마저도 수용하지 않았다면 더 열악한 최저임금 안이 확정되었을 것”이라는 나름의 성과라고 자평했다. 이밖에도 성과는 또 있다. 감시단속 노동자를 적용 대상에 포함시켰고 그해 9월에서 그 이듬해 8월까지이던 최저임금 적용시기를 1월에서 12월로 교체했다는 것.

결국 2004년 최저임금 교섭 결과 최저임금은 ‘상용직 노동자 임금의 37%인 641,840원’으로 확정되었으며 이는 올해 9월까지 적용되는 ‘최저임금’ 내용이다. 통계에 따르면 이에 미치지 못하는 노동자는 125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의 최저임금 교섭 내용을 토대로 2005년 최저임금 투쟁은 어떤 방식이 되어야 하는가?


다산인권센터, 인권운동사랑방 등 5개의 인권단체는 사회권전략팀을 구성하고 22일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 회의실에서 ‘최저임금투쟁발전방향’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서는 최저임금위원회를 통한 결정방식에 문제를 지적하고 최저임금 결정 기준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또한 최저임금제도의 한계를 지적하고 사회공공성 투쟁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날 토론회 발제자들은 현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저임금교섭이 한창인 가운데 이러한 논의를 진행시키는 것이 시기적으로 적절한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면서도 사회적 의제로 더욱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저임금위원회를 통한 결정은 최저임금 현실화 불가능

구미영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정책부장은 “‘최저임금위원회를 통한 결정’이라는 현재의 방식 아래에서는 공익위원이 사실상 결정권을 쥐고 있고 이는 최저임금 현실화가 불가능한 구조이다. 특히 공익위원은 중립이라는 사명감에 갇혀 절충안만 내면 소임을 다했다고 여기고 있다"며 "노동자안과 재계안의 간극 사이에서 양쪽을 어르거나 협박하는 등 어처구니없는 광경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에서 중재 또는 조정의 역할을 자임한 공익위원이 노사 동수인 상황에서 사실상의 결정권한을 쥐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위협이 통하는 구조라는 것. 실제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경우 공익위원이 무모하다고 판단되는 안에 대해 “다른 안을 지지하겠다”는 압력을 넣고 결국 타협안이 수용되도록 하는 경우가 있었다. 지난 2004년의 교섭 상황이 바로 그 경우에 해당된다.

구미영 정책부장은 “최저임금법에는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근로자의 임금 및 노동생산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나와 있으나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최저 임금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놓고 협상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결정기준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미영 정책부장이 언급한 ‘결정기준’은 ‘통상 노동자의 임금 50%으로 하느냐’, ‘생계비로 하느냐’ 등 두 가지 내용으로 압축되고 있다. 구미영 정책부장은 “이 두 가지 결정기준 중 어떤 것이 더욱 합당한지는 추후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이며 “최저임금을 최고임금으로 만드는 저임금 구조가 되지 않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이란 ‘인간다운 삶을 실현하기 위한’

최저임금 교섭이 지난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저임금제도 자체에 한계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최저임금 현실화가 인간다운 삶을 실현하기 위한 경로일까라는 고민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최저임금제도가 저임금노동자들에게 매우 절박한 제도이기는 하지만 시장이 요구하는 임금노동자가 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직접적으로 의미가 없는 제도”라고 꼬집었다.

미류 활동가는 이러한 최저임금제도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사례로 미국의 ‘생활임금조례제정운동’을 제시했다.

미국의 ‘생활임금조례제정운동’은 지방정부의 보조금을 받거나 세금이 면제되는 개별 사용자가 그들이 고용한 노동자들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하도록 요구하는 것으로 ‘생계로서의 임금’으로 전환시키려는 시도의 하나였다. 이는 노동자에게 생활임금을 지불할 의무가 바로 공동체의 의무로 이를 지방자치체에 법률적 책임을 묻는다는 의미를 가진다.

미류 활동가는 “최저임금제도는 공정한 임금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자본으로부터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제도”라며 최저임금제도의 의의를 설명하고 “현행 최저임금 결정구조는 우월한 권력관계에 기대 인권을 침해하는 자와 인권을 침해당하는 자로 놓고 서로 알아서 해결하라는 것은 국가적 차원의 의무 방기”라고 현행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강하게 비판했다.

미류 활동가는 또 “임금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노동자와 자본 간의 권력관계를 뒤엎기 위한 투쟁을 바탕으로만 노동자의 권리를 지켜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저생계비와 최저임금 공동투쟁 해야”

플로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다. 김종건 사회복지와노동 편집위원은 최저생계비 계측방식의 문제점과 최저생계비 투쟁과정들을 설명하고 “노동시장 밖으로 퇴출된 사람은 물론 노동시장 안에 포함된 사람들까지 현 사회가 빈곤을 전방위적으로 확산시키고 있다”며 “최저임금투쟁이 최저생계비 투쟁과 공동투쟁 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종건 편집위원은 최저생계비와 최저임금 공동투쟁의 구체적 방향에 대해서 “서로의 투쟁에서의 경험을 수용하고 99년 이후부터 점차적으로 벌어진 최저임금과 최저생계비의 간격을 줄여나감과 동시에 최저임금과 최저생계비 수준을 함께 끌어올리는 투쟁 방식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앞선 미류 활동가가 강조한 사회공공성 강화투쟁과 일정 부분 일치하는 것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최저임금 교섭은 최저임금을 그야말로 ‘최저’임금으로 고착화시켜 전체 노동자를 저임금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보고 진정한 ‘최저임금’이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선으로 확보해 나가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한편 양대노총은 27일부터 최저임금위원회 교섭 종료일인 28일까지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최저임금 82만원 쟁취’ 노숙투쟁문화제 및 결의대회를 가질 계획이다. ‘최저임금 82만원’은 통상임금 50%로 현재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 요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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