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화의 지렛대 역할을 하는 국제금융기구

[국제워크샵-2부] 물 사유화에 대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현황과 사례

2부의 핵심적인 내용은 각국의 물 사유화 상황과 투쟁 사례에 대한 정보 공유였다. 말루 타비오스 ‘주빌리사우스 외채와 개발에 대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운동(JS-APMDD)’ 간사의 물 사유화 아시아,태평양 지역 현황에 대한 1차 분석 자료가 발표됐다. 이들은 보고를 통해 사유화 과정에 국제 금융기구들이 깊숙히 개입하고 있음을 제시하며 시장개방과 사유화에 대한 압력을 공공연히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은 “개발 비용이 필요해 외채를 빌려와야 하는 상황이 아닌 한국에서는 왜 그렇게 자발적으로 사유화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풀기 어려운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필리핀, 부패한 관리와 세계은행의 합작품

  에드거 빌라욘 필리핀노총 철도노조 대협국장
97년에 실시된 메트로 마닐라 상하수도 사유화 프로젝트는 세계에서 가장 큰 프로젝트였다. 2백만 가구의 11백만 인구가 영향을 받는 대단위 사업이었다. 95년 당시 11백만 메트로 마닐라 인구의 75%에 해당하는 인구가 수도관을 소유했지만 3백 6십만은 수도관 조차도 없었다.

93년부터 95년까지 수도관 교체를 위해 235백만 달러가 필요했고 국제금융기관은 249백만 달러를 장기 차관으로 제공했다. 당시 비효율적이고 부패하기로 소문났던 메트로마닐라상하수도관리국(MWSS)와 세계은행에 의해 사유화가 시도됐다.

필리핀은 두 지역으로 나뉘는데 동부 마닐라는 마닐라 수도공사와 벡텔이 관장한다. 마닐라 수도관의 60%가 연결되어 있는 서부지역은 필리핀 기업인 마릴라 물 서비스 주식회와 주에즈 온데오가 관장하고 있다.

사유화 이전 입방 미터당 8.78페소의 비용을 지불했고, 마닐라 온데오가 관할하는 서부지역의 지역민들은 97년 8월 43%까지 떨어진 4.96페소 지불해 초기에는 매우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리고 메트로마닐라상하수도관리국(MWSS)는 협약 문서를 통해 물 공급이 2001년까지 8.74%, 2006년 97.1%, 하수도 공급이 2001년 까지 16%, 2006년까지 20%, 위생시설이 2001년 43% 접근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당시의 논리를 보면 메트로마닐라는 국가소유회사로 물을 공급했지만 열악한 서비스로 물 사유화가 대안이라는 내용의 양허안을 체결하게 되는 것이다. 물 사유화는 더 나은 서비스, 더 많은 수도관, 더 싼 물 공급의 가장 좋은 대안이라는 주장을 하면서. 그러나 필리핀 정부는 수자원 사유화할 만큼의 자본이 없으므로 국제금융기관의 사유화 재정을 지급받게 된 것이다.

현재 마닐라-온데오가 관할하는 지역의 물 값은 입방 미터당 19.92%로 97년 보다 500%가 인상된 상황리가. 한달에 20입방 미터를 쓰는 가구는 한달에 600페소(12달러)를 지불해야 하는데 이중 40%는 그들이 사용하는 물에 대한 비용이 아니라 추가 비용인 상황이다.

또한 낮은 수압과 낮에는 몇 시간 동안만 물이 나오는 관계로 이 지역의 사람들은 자정이나 새벽에 일어나 물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협약문서로 발표됐던 사업 목표가 3-5년 지연됨으로 인해 577,492명이 수도관은 있으나 물이 제공받지도 못하고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도시 빈민들은 결국 물을 300-500% 더 비싸게 주고 물을 사야 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런 상황은 마닐라-벡텔 지역의 314,550명도 마찬가지다. 물이 하루에 3-5시간만 흐르기 때문에 물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네팔, 현상은 비슷하다

인도네시아 수하르토 대통령이 사회운동의 힘에 밀려 물러난 후 새로운 정부는 인도네시아가 금융지원을 받기 위해 국제금육기구가 제시한 조건으로 국영기업 사유화를 수용할 것에 동의했다.

인도네시아와 같이 많은 계발도상국가들의 시골과 도시 슬럼가에 사는 빈민들이 수도관 시스템을 제공받지 못하고 있고, 빈민들이 그 대신 사용하는 물은 오염된 강, 호수 내지는 손으로 판 우물 등이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세계은행은 1991년 6월 자카르타에서 물 사유화에 개입했다. 이때 세계은행은 인도네시아 국영 물 회사인 PAM Jaya가 자카르타의 기본 수도 시설을 확장하도록 9억 2천만 미국 달러를 대출해 줬다. 더불어 정부에 차관 조건으로 자카르타 수도 시설을 사유화 하라고 압박했고, 세계은행은 수도시설에 사유화는 어떤 방식으로 취야해 하는지 논의하기 위한 자문관들을 선임해 급파하기도 했다. 세계은행의 대출로 사적 투자자들이 자카르타 수도 서비스에 진출할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다른 측면에서 템즈 수도해외주식회사의 경우는 수하르토의 아들인 시짓 하르조주단토와 연계해 인도네시아에서 사업을 펼치기도 했다. 부패한 정치 커넥션을 이용해 템즈는 지역에 회사를 설립해 시짓에게 이윤의 20%를 주었다.

인도네시아 법에 따르면 외국 회사들은 인도네시아 시설을 운영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지만, 96년 7월 내무부 장관 요기 SM은 외국인 투자가 금지되어 있는 사업의 항목에서 수도 부문을 삭제하라고 장관 지시를 내렸고 결국, 97년 6월 9일 계약이 성사 되 수에즈와 템즈 양사가 지역 파트너와 함께 인도네시아 회사를 설립했고 그 계약에 근거해 인도네시아의 물 시장이 사적 회사로 넘겨 졌다.

이후 PAM Jaya는 개별 가정이 사적인 우물을 모두 폐쇄하고 협회를 통해 그들의 물을 구입하도록 강제했다. 자카르타의 마시는 물의 70%가 사적인 우물에서 나오는 것이었는데, 이런 조치를 내린 것이다. 이 대가로 템즈와 수에즈는 PAM Jaya의 외채 2얼 3,100만 달러를 대신 지불주기도 했다.

네팔의 경우는 정부가 좀더 공세적으로 나온 케이스 이다. 네팔 정부는 에너지와 물 사유화 문제를 제기하며, 이 부문에 대한 정부 투자를 줄이거나 중단했고, 이런 방법을 통해 외국인 직접투자를 포함한 사적 투자의 문을 열었다.

이런 식으로 개방된 물 시장의 경우 아시아 개발은행과의 협정에 따라 상수도 요금이 인생 됐는데 2004년 네팔 상수도 회사는 9월 17일자로 상수도 요급 15%를 인상했다. 또한 해마다 요금을 5%씩 인상하기로 했다고 한다.

네팔의 경우는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한다. 보테 코시 수력발전 회사는 약 10년 전에 설립된 사적 수력발전 회사이다. 네팔 전력청과 보테 코시 수력발전 간의 전력공급 협정을 맺어 네팔 전력청은 보테 코시 수력발전 회사가 생산한 전력을 연간 247MW씩 구입해야 한다. 그러나 보테코시 수력발전 회사는 이 협정을 위반하고 265 MW의 전력을 생산 추가구입을 강제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 협정 하에는 가격이 매년 3%씩 오르게 되고, 단위당 비용 또한 다른 소규모 회사와 체결한 전력 공급 협정보다 훨씬 비싸다고 한다. 네팔의 마라쉬 바달 네팔노총 노동관계국장은 ‘사적 수력발전회사의 사기 사건’이라고 소개했다.

물 사유화의 전령사로 나선 국제금융기구들

말루 타비오스 간사는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아태지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물 및 전력 사유화의 주된 추종자”라고 주장했다. 이 기구들은 지역 내 다양한 방식을 통해 개별적 혹은 서로간의 조정을 거쳐 물과 전력 사유화를 밀어 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대출이나 긍정적인 신용 평가들을 내주는 반대급부로 이들은 개별 국가 정부에 물과 전력과 같은 기본적인 서비스의 사유화를 포함한 부과조건의 이행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세계은행의 경우 2003년 당시 세계은행의 상하수도 투자 운용 현황 자료를 보면 물 부문에 있어서는 아시아는 세계은행의 최대 투자처임을 알 수 있다.


이런 세계은행을 비롯한 이런 국제금융기구는 단지 기금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조언과 훈련까지 제공하며, 사유화의 이행을 위해 정부와 민간부문에 기술적 지원을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국제금융공사를 통해 민간부문에 직접 재정 지원을 하거나, 민간 기업들의 주식을 매입 하기도 한다.

또한 이들은 아시아의 풍부한 자원을 활용한 댐 건설 및 수력 발전 프로젝트에 국제 금융기구들의 대규모 재정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수출신용기관들은 대규모 댐 건설에 대한 주요한 금융지원 원천이고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IMF 외환위기 당시 한국이 IMF 구제금융 지원을 받기 위해 구조조정을 발맞춰 진행했던 것처럼 국제금융기관들의 대출 조건을 이행하기 위해 국가의 개별 정부는 물 산업에 대한 민간 부문의 참여 확대를 가능케 하는 정책 환경 조성에 나서게 된다. 또한 이를 반영하여 국가적으로 물 부문 개혁 법제들을 입법화 시키거나 기존의 법을 개정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태그

물 사유화 , 수에즈 , 국제워크샵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라은영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 독자

    혹은 이렇게 중요한 문제가 다른 매체는 거의 언급도 없는 것인지...어쨌든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 나도 독자

    참 큰일입니다. 구한말이나 현재나 무지는 계속됩니다. 무지하면 항상 먹히지요. 먹는 놈이 먹히는 놈을 바보로 만들고 먹히는 놈은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다가 먹히는 겁니다. 똑똑한 바보들 너무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