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돈 키운 소버린. 1조원 차익실현

18일 시간외 매매로 SK(주) 전량 매각, 장단 맞춘 참여연대에 비판 일어

SK와 경영권 다툼을 벌여왔던 소버린자산운용(소버린)이 18일 오전 SK(주) 지분 1902만 8천 주(14.82%)를 시간외 매매로 전량 국내외 기관 투자가들에게 매각했다. 지분 처분의 주간사는 워버그 증권으로 매각 가격은 4만 9천 원 선인 것으로 알려져 소버린은 SK지분 매각으로 약 7천 500억 원의 차익에 배당금과 환차익까지 합하면 1조원에 가까운 차익을 남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로써 건전 자본을 자청하며 경영권 분쟁을 벌여온 소버린의 행태가 '주가를 올리기 위한 것이 아니었냐'는 시장의 우려는 현실이 됐고, '투지가본은 어쩔 수 없다'는 평가가 지배한 가운데, 이런 소버린의 활동을 공개적으로 두둔했던 참여연대에 대한 비판 여론도 함께 일고 있다.

  최태원 회장 [출처: SK(주)]
경영참여냐 단순 투자냐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 증권거래법상 주식의 대량보유보고(5% 보고)제도 관련 법률 개정안이 시행됐다. 개정내용은 이사 선임, 해임, 정관 변경 등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려는 투자자는 주식을 사들인 돈이 자기자금인지, 차입자금인지 등을 구분해 신고해야 하고 투자자가 법인이면 자본금, 임원현황, 주요 의사결정기구 등을 상세히 신고해야 한다. 즉 5%이상 주식을 보유하고, 경영참가가 목적인 투자라면 돈의 구성과 조성 내역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국자본 특히 펀드의 경우 자본 구성이 공개되지 않기때문에 5%룰에 발목이 잡힐 수 밖에 없고, 이들 또한 법안 시행에 강력한 불만을 토로했다.

당시 개정법안 적용 이후 외국계 큰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2개, 코스 닥시장에서 45개 등 총 87개 상장법인의 보유 지분율을 5% 미만으로 줄였다. 이름만 들어도 유명한 피델리티, 골드만삭스, 도이체방크 등 대형 글로벌 펀드들도 주식을 팔아 지분율을 인위적으로 낮추기도 했다. 또한 당시는 기업들의 주주총회가 집중되어 있었고, 소버린과 SK(주)의 최태원 회장의 재신임과 관련한 경영권 분쟁이 다시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른 시기였다.

업계에서는 소버린의 이런행태를 △계속된 SK주총의 패배 △자신의 요구가 SK 이사회에서 부결 △법원 패배 △달라진 감독규정 등이 부담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소버린, '건전 자본은 없다' 보여줘

소버린은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법상 현재 주주의 자격으로 할 수 있는 모든 법적 권리들이 소진되었기 때문에 이제 남아있는 유일한 주주로서의 권리보호수단은 SK㈜에 대한 투자를 철수하는 것뿐" 이라고 밝혔다. "SK는 부실 경영진과 취약한 기업지배구조 관행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2003년 6월, 최태원 회장은 1조 2천억원 규모의 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실형 선고 받아 수감 △투명경영위원회와 제도개선위원회 등 이사회내 위원회들의 신설에도 불구하고 SK㈜의 주주들은 그룹내에서 발생한 수조원대의 손실에 대해 어떤 설명도 듣지 못한 점 △2004년 SK㈜의 계열사인 SK해운의 손길승 회장이 이사회 승인 없이 부실계열사인 아상에게 2,490억원을 제공한 혐의 △380억원에 이르는 법인세를 포탈한 혐의 △이사회 승인 없이 무려 7,880억원을 무단으로 인출하여 선물투자, 손실을 초래한 혐의 △120억원의 불법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 등과 이런 각종 불법행위 혐의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 등을 들었다.

  소버린 홈페이지, '성공적인 투자는 예술입니다'는 문구가 보인다.
소버린은 조세 회피지 인 두바이에 근거지를 둔 전형적인 투자펀드이다. 소버린은 2003년 4월 크레스트 증권을 통해 SK(주) 지분 8.64% 매입하며 SK(주)의 2대 주주로 떠올랐고, 이후 'SK(주) 투자에 대한 입장' 발표, SK(주) 지도부의 교체, 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실형이 선고된 최태원 SK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경영권 분쟁을 일으켜왔다. 또한 임시주총 소집 요구하거나, 법원 임시주총 허가를 신청하고, 두 차례의 정기 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을 끌어 모으며 표 대결을 벌이는 등 노골적인 경영권 다툼을 벌여왔다.

소버린은 올해 주총 때 '투자대상 주식의 평균 보유기간이 4년 이상'이라며 건전한 기업경영을 지원하고 보조하는 기업 이미지를 선전했다. 그러나 지난 6월 20일 SK(주)에 대한 투자목적을 '경영참여'에서 '단순투자'로 변경하며 '경영참여 하지 않겠다'고 공식선언하며 사전 정비작업에 들어갔고, 이후 시장에서는 '지분 매각'에 대한 소문들이 줄을 이었다. 그리고 지난 17일 소버린측 법률대리인이 한국에 온 것이 확인됐고, 18일 오전 시간외 매매로 주식을 전량 매각한 수순을 밟은 것이다.

이런 소버린 행보로 '소버린은 처음부터 SK의 경영권보다는 경영권 분쟁을 통해 주식 매집 경쟁이 벌어지면 주가를 올리고 판돈을 불려 팔고 떠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소버린 두둔했던 참여연대, '닭 쫓던 개' 신세

소버린의 이런 선택으로 인해 궁지에 몰린 곳은 다름 아닌 참여연대다.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은 프레시안과의 인터뷰를 통해 "투기자본이라고 비난하기 전에 국내 기관투자가들부터 반성해야"한다며 대기업의 지배구조에 개혁에 대한 소버린의 역할을 높게 평가해 왔기 때문이다.

당시 김상조 소장은 "소버린의 지분 매입·매각 과정에서 벌인 행태에 대해 국수적인 비난은 경계해야 한다"면서 "장부가치만 주당 5만원 짜리 SK주식이 1만원 할 때 손 놓고 바라만 보고 있던 국내 기관투자가 등 국내 자본들은 무엇을 했느냐는 점을 심각하게 짚어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아이러니하게도 최태원 회장조차 소버린 덕에 손길승 회장과 일가 등 여러 계파들을 정리하면서 경영권이 보다 강력하게 확보돼 큰 이득을 봤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는 대기업의 불합리한 지배구조에 대해 문제제기였지만 이런 주장이 오히려 소버린에 힘을 실어준 꼴이 됐다.

이와 관련 해 '대안연대회의' 게시판에 본인을 '골뱅이'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외국자본의 횡포란 바로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아낌없이 보여준 소버린의 활약은 참여연대의 눈물겨운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지적하며 "오히려 소버린을 통해 지배구조의 개선과 주가상승이라는 이득을 보았다는 시덥 잖은 헛소리로 소버린의 충실한 개임을 자임하고 있는 김상조는 그 더러운 입을 다물어라"는 비판적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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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 SK , 소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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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 마지막 문단 '대한연대회의'가 아니고
    '대안연대회의' 아닐까요? ^^

    맞으면 바밤바 쏘세요 ^-----------^

  • 라은영

    이런..또..ㅡㅜ'대안연대회의'가 맞습니다. 바밤바 쏘겠습니다. 한번 오세요~~ ^^;

  • 독자

    1. 왜 참세상은 아시아나조종사파업을 외면하는가 독자 /2005.07.19 02:05

    건의할 데가 없어서 이 의견란을 빌어 씁니다.
    참세상하면 그래도 노동자의 권리와 투쟁을 대변하는 전통이 있었는데
    파업 3일차인 현재 왜 아시아나 파업에 대한 기사가 하나도 없는거죠
    새롭운 매체를 만들고 편성 기조가 바뀐 건가요. 아니면 아직 기사를 작성하지 못한건가요. 좀 너무하네요. 참세상.
    어제 오늘 들어왔다가 헛탕만 치고 나갑니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이 기사는 오늘 대부분의 보수일간지-조중동-과 논조가 비슷합니다. 조선과 중앙 경제섹션을 읽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