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상애원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원장과 직원들의 방관 속에 양로원 노인들까지 조합원 폭행

"너희들 노조에서 뇌물 받고 찍는 거지!"
"당신들이 뭔데 남의 회사(?)에서 사진 찍고 난리야! 당장 나가!"
"방송국 카메라 앞세우고 들어오면 니들 인정해 준대?"
"이젠 개나 소나 다 들어와서 설치네!"


  취재진이 들어서자 상애원 직원들이 몰려나오고 있다.

  모든 사무실 문이 잠겨 있는것에 항의하자 직원들이 나서서 밀어내고 있다.

원주에 위치한 사회복지법인 '상애원'의 노사 갈등 사태를 취재하기 위해 상애원 건물 안으로 들어간 기자들은 직원들로부터 난데없는 욕설과 봉변을 당해야 했다. 상애원노조가 건물 앞에서 5분 정도 약식 집회를 진행한 후, 김희찬 상애원 원장을 면담하기 위해 박정규 공공연맹 수석부위원장을 필두로 요양원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이를 취재하기 위해 원주 지역 방송국과 지역신문사 기자들이 뒤따라 들어가자 수십 명의 직원(비조합원)들이 몰려나와 이같은 난동을 벌인 것.

비조합원인 직원들은 바로 전날 원주 MBC가 상애원 사태에 대한 드러난 사실만을 보도했음에도 이에 항의하며 원주 MBC 기자에게 폭언을 퍼부었으며, 다른 기자들에 대해서도 카메라를 손으로 치며 "당신이 뭔데 찍냐"며 퇴거를 종용했다. 이러한 태도는 상애원노조에 연대하기 위해 함께 방문한 '상애원문제 해결을 위한 원주지역 공동대책위(공대위)' 소속인 사람들에게 더 한층 심해서, 심지어 공무원노조 원주시지부의 한 간부가 화장실을 이용하려 하자 화장실까지 따라가 "너희가 쓰는 물도 아깝다"며 폭언을 퍼붓고 나가게 했다.

이런 소동의 와중에도 김희찬 원장은 방문을 굳게 잠그고 면담 요청에 묵묵부답이었다. 마침내 기자들과 조합원들이 건물 밖으로 모두 밀려나자 수십 명의 직원들은 현관 앞에서 팔짱을 끼고 조합원들을 향해 입에 담기 힘든 폭언과 야유를 퍼부었다. 어떻게 이런 사태까지 발생하게 되었을까?

비조합원이 곧 관리자이자 구사대

상애원은 원주시가 관리감독하고 인건비는 전액 국고에서 지원되는 공공 사회복지시설로 치매, 중풍, 무의탁 노인들이 입소해 있는 요양원과 양로원을 운영하고 있다. 상애원 노동조합은 2002년 말에 설립하여 부분파업 95일, 전면파업 138일 만인 2004년 3월에 단체협약을 맺었다.

이 과정에서 김희찬 원장은 당시 위원장이었던 박은자 위원장을 해고하기도 하고, 비조합원들을 내세워 교섭을 거부하거나 조인식 때 잠적하는 등 수많은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른 바가 있다. 단협을 맺은 후에도 사측의 탄압은 계속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이렇다.

상애원노조의 조합원은 현재 17명으로 전체 직원이 70여 명인 것을 감안하면 수적으로 열세에 놓여 있으며 나머지 50여 명의 비조합원이 관리자나 구사대와 다름없는 행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장 내에서의 위치가 대단히 불안한 상태다. 노조가 파업을 마치고 업무에 복귀하자 비조합원들은 집단적으로 노조 가입원서를 보내 2차례에 걸쳐 총회를 소집하고 △노조 임원 탄핵과 해임 △3년간 조합원 자격 박탈 △상급단체 변경 등을 시도했으나 원주시의 반려로 무산된 바 있다.

사측은 한술 더 떠, 조합원과 비조합원의 근무지를 분리하여 1층에는 비조합원, 2층에서는 조합원이 근무토록 했는데 층별로 입소한 요양 노인의 수는 동일하기 때문에 조합원이 비조합원에 비해 2-3배의 노동강도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상애원 건물에서 약 100여 미터 떨어진 밭 위에 지어진 노조사무실

단체협약 쟁취로 얻은 노조사무실은 건물에서 100여 미터 떨어진 밭 위에 콘테이너로 설치했으나 전기와 물을 한동안 공급하지 않아 무용지물인 상태였다. 25일 기자가 방문한 컨테이너 노조사무실은 이제 그나마 전기가 들어오긴 했으나 한증막과 다름없는 찜통이어서 도저히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CCTV 조작하여 조합간부 2명 해고

조합원 2명을 수용자 폭행 혐의로 형사 고발하고 징계 해고하는 일도 있었다. 요양원을 이용하는 노인 중 절반이 기저귀를 착용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환자인 것을 볼 때 상애원 직원, 특히 조합원들의 노동 강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 와중에 아침 상 밑에서 자고 있는 이용 노인을 깨우다 노인이 이불에서 미끄러져 이마를 바닥에 부딪힌 일이 있었고, 연고를 바르는 수준으로 마무리했는데 이 일이 사측에 의해 '폭행 치상'으로 둔갑된 것.

다른 한 건에 대한 사측의 해석은 더 심각하다. 사측에서는 이 조합원이 '이용 노인에게 양말을 신기는 와중에 깔고 앉아 늑골을 부러뜨렸다'는 것인데 이에 대한 증거로 조작된 CCTV를 내놓고 있다. 이 CCTV는 조합원이 할머니의 몸을 부축해 눕히는 화면인데 중간 부분을 편집해 내어 마치 밀어서 넘어뜨리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이 화면은 법원에 의해 이미 조작된 것으로 판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이 테입을 들고 원주시나 강원도 의회를 돌며 상영(?)까지 하고 있다.

사측은 이 두 조합원을 징계성으로 상애원 입구인 식품창고에 대기발령하여 온갖 손가락질을 받게 하다 결국 해고했다. 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 해고 판결을 받은 이 사건에 대해 사측이 재심을 청구하여 현재 중앙노동위원회 판결을 기다리고 있으며, 형사 고발 건에 대해서는 8월 4일에 선고될 예정이다.

  7월 25일 요양원 앞에서의 중식집회


지팡이 짚고 조합원 폭행에 나선 노인들, "원장이 안 시켰다"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더욱 놀랍다. 노조가 단체협약 이행과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아침 점심 저녁에 5분간 구호를 외치는 약식집회를 진행하자 조합원들이 주로 상대하는 요양원이 아닌 '양로원'의 이용 노인들이 사용하지 않던 지팡이를 모두 들고 나와 눈에 띄는 대로 조합원들을 폭행하기 시작한 것.

이 노인들은 10여 일 전부터 아침 저녁의 출퇴근 시간과 점심시간 등에 평소 왕래가 없던 요양원 건물 앞에 모두 나와 있다가 드나드는 조합원들을 지팡이로 때리기 시작했다. 이 노인들은 조합원들이 누구인지 모두 파악하고 있고 때리면서는 '왜 이러시냐'고 묻기도 전에 "이 빨갱이들" "김희찬(원장)이 시킨거 아니다"는 등의 말을 한다고 조합원들은 전했다. 사측에서 이용 노인들을 부추겨 조합원들을 폭행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강하게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용 노인들로부터 폭행당해 부상을 입고 입원해 있는 조합원들 [출처: 상애원노동조합]
기자가 상애원을 찾아갔을 때 조합원들을 폭행한 양로원의 노인들과 접촉할 수 없었으나, 직원들은 양 손등에 멍이 든 한 할머니를 부축해 데리고 나와 "조합원들이 할머니를 때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회복지시설의 특성상 건물 내 모든 활동이 CCTV에 의해 촬영되고 있고, 작은 사고가 조합원 해고의 수단으로 쓰이기까지 했는데 실제 그런 일이 있었다면 왜 증거를 제시하지 않는지에 대한 의혹이 일고 있다. 공대위에서는 '사측이 할머니의 상처를 여론몰이에 이용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예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설령, 이용 노인들의 이같은 행위가 사측의 지시에 의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원장 및 관리자, 비조합원들이 이 사태를 수수방관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의사와 간호사도 포함된 이 직원들은 폭행당한 조합원이 사지가 뒤틀리고 경련을 일으켜 결국 병원에 입원했음에도 불구, 이를 지켜보며 "쇼한다"고 손가락질 하는 등 노인들을 전혀 말리지 않고 지켜본 것으로 드러났다.

  조합원들이 이용 노인들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쓰러져 있는 모습 [출처: 상애원노동조합]


자기 사업장에 경찰의 신변보호 받으며 출입해야

이런 와중에 전원 여성인 상애원노조 조합원들은 극도의 정신적 불안과 공포,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으며 급기야 경찰에 의해 신변보호를 받기에 이르렀다. 실제로 25일 낮 두 명의 조합원은 중식 집회가 끝난 후 건물 밖 벤치에서 한참을 머물다가 경찰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2층의 일터로 들어가기도 했다.

이날 상애원을 방문한 민주노동당, 공무원노조 원주시지부 등 공대위 소속의 노동자들은 "직원(비조합원)들이 어떻게 저렇게까지 할 수 있느냐"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일상적인 폭언과 야유와 조롱을 견디고 심지어 이용 노인들로부터까지 폭행당하면서도 조합 활동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조합원들에 대해서는 "보통 의지로는 하루도 못 견딜 것" "정말 대단하다"는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비조합원들이 이처럼 극단적인 갈등을 유발하고 있는데 대해 이명애 상애원노조 위원장은 "예전에 김희찬 원장이 '노조 때문에 폐업' 운운한 적이 있다"며 "운영은 국민의 세금으로 하는 것이고 인건비도 전액 국고에서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직원들은 아직 '원장 소유'라는 개념이 있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김경화 공공연맹 조직부장은 "사회복지시설의 특성상 '봉사'의 개념에 자신을 한정지어 노동자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상애원과 같은 전적인 '생활 시설'은 단순한 '이용 시설'보다 노동자들이 더 많은 시간을 투여하고 사업장 안에 갇혀 있기 때문에 사측의 논리에 지배되기 쉽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박정규 공공연맹 수석부위원장, 이명애 상애원노조 위원장 등 공대위 대표단이 김기열 원주시장을 면담하고 있다.

원주지역 노동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상애원문제 해결을 위한 원주지역 공동대책위'는 25일 원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입소자에 의한 조합원 폭행 중단 △폭력행위를 암묵적으로 조장한 상애원 측의 사과 △김희찬 원장의 자진 사퇴 등을 촉구하고, 원주시청에 대해서는 '관리감독의 책임을 지고 있는 만큼 김희찬 원장의 독선적이며 비민주적 운영에 대한 책임을 묻고, 상애원이 원주시민을 위한 복지공간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근본적이고 책임있는 행정을 할 것'을 주문했다.

이어 오후 4시에 열린 김기열 원주시장과 공대위의 면담에서 원주시장은 공대위의 상황 분석과 원인에 대부분 수긍하고, 상애원 측에 시정 조치를 취하겠다는 답변을 했다.

사회복지시설의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인, 희생을 전제로 한 극심한 노동강도에 노동자성 부정과 탄압, 이제는 조합원을 제외한 전 직원과 이용자들에게까지 폭력을 당하고 있는 상애원 조합원들의 비참한 현실에 대해 김희찬 원장과 원주시가 어떠한 조치를 취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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