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재판부, "성적 도의 관념에 반하는 것 아니다"
2000년 한 미술교사가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부부의 나체 사진과 자신의 작품들을 올렸다. 모 중학교에 미술교사로 있는 김인규 씨는 자신의 홈페이지 '나체미학' 사이트에 7장의 누드 사진을 올리며 자신의 인생의 의미를 묻고 답하는 형식의 글을 붙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학부모들의 반발로 김인규 교사는 경찰에 긴급 체포되고 '음란물적시및청소년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기에 이른다. 하지만 1,2심 법원은 "김 교사의 작품들이 사회 통념상 허용 범위를 벗어날 정도로 호색적 흥미를 돋우기 위한 것이라거나, 성욕을 자극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치거나 선량한 성적 도의 관념에 반하는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하였다.
대법원, "사회 평균인의 입장에서 건전한 통념에 따라 음란"
하지만 대법원의 김 교사의 작품을 보는 시선은 달랐다. 대법원 3부는 27일, 1,2심의 무죄 판결을 뒤집고 일부 유죄 취지로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검찰이 "음란하다"고 기소한 6개의 작품 중 임신한 자신의 부인과 함께 찍은 알몸사진과 여성의 성기를 근접하여 묘사한 그림과 발기된 남성의 성기에서 정액이 나오는 김 교사의 그림에 음란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음란'이란 보통사람의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쳐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이다"며 "음란물 여부는 사회 평균인의 입장에서 그 시대의 건전한 통념에 따라 객관적·규범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1,2심 재판부에서 무죄를 선고한 기준과 같은 것이다. 하지만 누가 '사회 평균인의 입장'인지를 밝히는 과정에서 명확한 차이가 드러난 것이다. 결국 '사회 평균인'이라는 주관적일 수 밖에 없는 판단의 근거가 유죄와 무죄를 가른 것이다.
문화연대, "창작물의 음란성 도덕적 잣대로만 이뤄질 수 없어"
이에 대해 문화연대는 성명서를 내고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시대를 역행하는 반문화적 판결이다"며 대법원의 판결을 규탄하고 나섰다. 문화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이번 판결의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사법권력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새로운 권력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며 "'그때 그 사람들'에 대한 일부 장면 삭제 판결, '안기부 X파일' 관련 일부 방송 금지 판정 등 창작물이 사회적 논란의 대상이 될 때마다 사법부는 독단적으로 창작물의 성격을 규정하고 장면 삭제, 방송금지 등의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창작물이 음란물인가 예술작품인가에 대한 판단을 결코 도덕적 잣대로만 이뤄질 수 없으며, 도덕적 잣대를 근거로 처벌하는 것은 더더욱 곤란하다. 이번 판결이 생명현상 자체로서 사회 유지의 원초적 동력인 '성'을 부정하는 '음란'의 규정에만 초점을 맞춘 유아적 해석이다"며 이번 판결에 대한 대법원의 근거를 비판하고 "김인규 교사에 대한 사회적 억압의 핵심은 문화적·예술적·교육적 맥락에 대한 검토보다는 '청소년 성 보호'라는 명분으로 예술·창작의 자유를 억압하고 '표현의 자유'를 통제하려는 발상이다"고 강력히 규탄했다.
김인규 씨는 이번 판결에 대해 "예술가의 작품 제작 의도를 판결의 근거로 포함시키지 않은 재판부는 변화를 원치 않는 것 같다"며 '옹색한 판단'이라고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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