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외국인보호소에서 아노아르로부터

지난 21일 아노아르 위원장 청주보호소의 문제점을 세세히 서술한 편지 보내와

지난 4월 24일 총회를 통해 ‘평등노조 이주지부’를 해산하고 한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장받기 위한 수도권 이주노동자의 독자적인 노동조합이 건설된 후 불과 한 달도 안된 5월 14일, 법무부와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합동단속반은 아노아르 서울경인지역평등노조 이주노동자지부(이주노조) 위원장을 연행하기에 이른다. 불법 및 폭력, 표적 연행된 아노아르 위원장이 청주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된 지 벌써 86일 째를 맞고 있다.

이름뿐인 보호소, 실상은 감옥보다 나쁜 상태

  청주보호소에 구금 중인 아노아르 이주노조 위원장
아노아르 위원장은 지난 6월에는 같은 보호소에서 석방과 출국보장을 요구하며 단식투쟁을 벌인 알제리 이주노동자 압둘호압씨의 구명운동을 펼친 바 있으며 지속적으로 보호소의 비인간적 환경, 인권침해, 부당한 대우 등에 항의하고 있다. 그리고 청주보호소발 아노아르 위원장의 편지 한통이 이주노조 측에 전달되었다. 21일 날짜로 쓰여진 아노아르 위원장의 편지는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친 후에야 이주노조 측에 전달되었다”고 정원경 이주노조 사무처장은 밝혔으며 “한국어 번역을 거치는 과정에서 다소 늦어졌다”고 덧붙였다.

“보호소는 이름만 보호소이지 감옥보다 나쁜 상태입니다. 보호소 안에 있는 이주노동자들은 범죄자처럼 살아가고 있습니다.(중략) 그리고는 세 가지 문서에 지문을 찍게 합니다. 그 문서는 한국어, 중국어, 영어로 쓰여 있지만 무슨 내용인지 지문을 찍는 이주노동자들은 알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직원들이 욕을 하고 소리치며 빨리 지문을 찍으라고 협박을 하기 때문에 금방 연행되어온 이주노동자들은 겁에 질려 무슨 내용인지 제대로 읽어보거나 모르는 것을 물어보지도 못합니다”

아노아르 위원장은 편지에서 “인간이 견딜 수 있는 한계를 넘기 전에 그 사람에게 정당한 권리를 보장해야 하고 받아야 한다”며 “또한 한 사람의 이동할 수 있는 자유를 빼앗는 것은 인권침해이고 범죄와 다를 바 없다”고 전했다.

감시와 통제 인권침해의 극단의 일시적 보호기구

한편 아노아르 위원장이 지적하고 있는 문제점들은 한국정부의 전면적 단속추방 정책으로 보호소 내 이주노동자의 폭발적 증가와 맥을 같이 한다. 이러한 보호소 내 문제는 언론을 통해 익히 보도된 바, 시민사회단체의 항의와 운동으로 국가인권위원회의 보호소 실태조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정원경 사무처장은 “법무부와 출입국 측은 외국인보호소가 출국을 위한 일시적인 보호기구일 뿐이라 주장하며 보호소 내 이주노동자들의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며 “일시적인 보호기구 임에도 불구하고 감옥과 다를 바 없는 환경, 오히려 더 억압적이며 만연한 감시와 통제는 인권침해의 극단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한 정원경 사무처장은 “보호소의 ‘보호’라는 명목을 넘어선 통제는 퇴직금과 체불된 임금을 요구할 수 있는 통로와 지원마저 보장하지 않는다”며 “현재 외국인보호소에 갇혀있는 대다수가 미등록 이주노동자라는 사실 자체로 한국정부의 이주노동자 탄압 정책이 외국인보호소와 어떻게 관계 맺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아노아르 위원장이 보내온 편지의 전문이다.

아노아르 위원장 편지(방글라데시 원문을 한글로 번역)

청주외국인보호소에 있는 동안 여러 나라(중국, 알제리, 러시아, 태국, 모로코, 나이지리아 등) 사람들과 만났습니다. 그리고 보호소 안의 환경, 상황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눴습니다. 많은 문제 중에 크게 불편하고 빨리 해결해야하는 것에 대해 자세히 쓰겠습니다.

보호소는 이름만 보호소이지 감옥보다 나쁜 상태입니다. 보호소 안에 있는 이주노동자들은 범죄자처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이 연행되어 보호소로 끌려오면 가장 먼저 예전에 있던 사람들이 사용한 옷을 그대로 줍니다. 그 옷에는 외국인보호소라고 쓰여 있습니다. 옷을 갈아입은 후에는 이주노동자가 갖고 있던 옷과 물건을 보호소 직원들이 모두 가져갑니다. 그리고는 세 가지 문서에 지문을 찍게 합니다. 그 문서는 한국어, 중국어, 영어로 쓰여 있지만 무슨 내용인지 지문을 찍는 이주노동자들은 알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직원들이 욕을 하고 소리치며 빨리 지문을 찍으라고 협박을 하기 때문에 금방 연행되어온 이주노동자들은 겁에 질려 무슨 내용인지 제대로 읽어보거나 모르는 것을 물어보지도 못합니다. 그렇게 지문을 찍은 후에는 이불을 주고 바로 보호소에 있는 방으로 데리고 가서 집어넣고 큰 자물쇠 두 개로 문을 잠급니다.(방은 보통 큰 방과 작은 방 두 종류입니다) 이 순간부터 보호소 안의 이주노동자에게 자기 생에 가장 힘든 시간이 시작됩니다. 아주 좁은 방에 10~12명이 한꺼번에 살아야 하고 잠자고 몸을 씻고 화장실을 쓰고 식사까지 모두 그 방안에서만 해야 하는 것입니다.

* 먹고 자는 방 안에 변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겨우 1m도 안되는 벽으로만 가려져 있어서 볼 일을 보는 모습이 방 안의 사람들에게 다 보입니다. 볼 일을 보는 사람들은 부끄러움과 수치심으로 고개를 숙이게 되고 밖에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 방 문 위에 설치된 CCTV는 일상생활 자체를 힘들게 만듭니다. 먹는 것, 자는 것, 소변, 대변, 목욕, 옷 갈아입는 것까지 모두 카메라가 감시하고 있습니다.

* 여성 방도 남성 방과 똑같이 CCTV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카메라에 찍히는 모습은 직원사무실에 있는 TV로 다 볼 수 있습니다. 여성 이주노동자들과 이야기를 한 후에 알게 된 것인데 그 카메라 때문에 방 안에서 생활을 할 수가 없고 정신적으로 심각하게 고통 받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보호소 직원들은 모두 남성입니다.

* 방 안 환경은 사람들의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줍니다. 화장실을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으니 냄새가 방 안에 퍼지고 또 몸에서 나는 땀 냄새까지 섞여서 견딜 수 없는 상황이다. 보호소측은 화장실 소독을 하거나 냄새를 없애는 약은 아예 사용하지도 않습니다. 이러한 환경은 보호소에 있는 사람들의 건강을 해치는 것입니다.

* 보호소 안에서는 운동을 일주일에 한 번밖에 할 수 없습니다. 그것도 15~20분 정도 아주 좁은 장소에 40~50명이 동시에 운동을 하게 하는데, 사람들은 그냥 그 자리에 서 있는 것 외에 다른 것을 할 수가 없습니다.

* 식사는 반드시 바꾸어야 할 문제입니다. 보호소 안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데도 모두에게 똑같은 양만 주어지고 더 먹는(먹어야하는) 사람이라도 조금도 더 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녁식사 시간이 오후 5시이고 다음 식사 시간은 아침 7시 30분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밤에 배가 고파서 잠도 자지 못합니다.

* 보호소에 있는 이주노동자들은 대부분이 보호소 규칙과 자기가 누릴 수 있는 권리에 대해서 모릅니다. 보호소 직원들의 말대로 다 하는 것 밖에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보호소 직원 중 대부분이 이주노동자들에게 욕을 하고 소리를 지릅니다. 이주노동자들은 보호소 안에 있기 때문에 제대로 항의도 못하고 무서워하며, 살아 있어도 죽은 사람처럼 지내게 됩니다. 누군가 면회라도 오지 않으면 그저 누워있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습니다. 한국 법에 대해서 모르기 때문에 보호소 안에서 1년 넘게 무시당한 채 방치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 이주노동자는 자기 나라로 돌아가는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얼마의 기간이 걸리는지 몰랐고, 진행하고 있다는 직원의 말만 듣고 보호소 안에서 몇 달째 생활을 하였습니다. 이것은 분명한 인권침해 입니다. 아무런 해결책도 없이 보호소 안에 가둬두는 것은 큰 폭력입니다. 노예시대와 똑같은 것입니다. 21세기 지구상에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반드시 빨리 개선되어야 합니다.

*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보호소 안에 갇혀있기 때문에 그 이주노동자의 가족은 더 고통 받고 있습니다. 가장으로서 가족들의 생활과 교육, 병원비도 책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책임은 누가 질 것입니까. 그를 방치하고 그 가족까지 피해를 받는 것은 누가 책임을 질 수 있습니까.

예를 들면, 알제리에서 온 이주노동자 압둘오합(33세)은 한국에 와서 일자리를 찾던 중에 잡혀와 청주보호소에서 2개월 15일을 갇혀 있었습니다. 그는 보호소 직원들이게 왜 자신을 잡았고, 왜 자신의 나라로 보내주지 않는지 물었지만 아무런 대답도 없었습니다. 압둘오합은 일을 못했기 때문에 비행기 표를 구할 돈도 없었습니다. 그는 자신을 석방하든지 나라에 보내달라는 요구를 가지고 단식투쟁을 시작했습니다. 단식이 시작된 후에야 보호소 직원들은 알제리 대사관에 연락을 하였고, 압둘오합이 갇혀 지낸지 93일째가 되던 7월 7일에야 알제리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투쟁과 보호소 밖의 도움을 못 받았더라면 압둘오합은 더 많은 시간을 보호소 안에서 보내야 했을 것입니다. 그것이 없었으면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

인간이 견딜 수 있는 한계를 넘기 전에 그 사람에게 정당한 권리를 보장해야 하고 받아야하는 것을 줘야합니다. 또한 한 사람의 이동할 수 있는 자유를 빼앗는 것은 인권침해이고 범죄와 다를 바 없습니다. 당장 해결되고 바뀌어야 합니다. 오늘날 세상은 많이 발전했는데도 아직까지 인권침해는 여전히 있습니다. 인간의 권리는 확실하게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투쟁!

2005년 7월 21일
청주외국인보호소에서 아노아르
태그

이주노조 , 아노아르 , 청주외국인보호소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조수빈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