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주최, ‘X파일 이건희게이트’ 토론회

[지상중계] “대통령이 뭐라 든 이번 사건의 본질은 정-재-언 불법유착”

17일은 대 삼성 선전포고의 날


17일은 민중시민사회가 삼성제국에 대해 선전포고를 발표한 날로 기록될 것 같다. 이날 오전 108개 민중시민단체가 '삼성 불법뇌물 공여사건 등 정경검언 유착 의혹 및 불법도청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공동대책위원회(X파일공대위)'를 출범 시킨데 이어 오후 2시에는 언론노조 주최로 “‘X파일 이건희 게이트’ 진실규명과 공정보도” 토론회가 열렸다.

또한 이날 저녁에는 매주 수요일 저녁 열리기로 한 ‘삼성그룹의 노동인권탄압, 정경유착 주범 책임자 처벌을 위한 촛불문화제’가 삼성본관 앞에서 두 번째로 열린다.

신학림 언론노조 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는 양문석 EBS 정책위원이 발제를 맡았고 각 언론사에서 민주언론실천위원회 간사직을 맡고 있는 프레시안 이영환, 한겨레신문 김규원, YTN 최계영, KBS 김익태, MBC 이성주, SBS 유희준기자가 지정 토론자로 나섰다.

이 날 토론회에는 불과 30여명 밖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언론노조와 각 언론사의 현직 기자들이 그 대부분을 차지해 열기와 긴장은 대형 토론회에 결코 뒤떨어지지 않았다.

"사회 구성원의 70%가 이건희 일가 처벌을 원해“

  신학림 언론노조 위원장
신학림 언론노조 위원장의 인사말에 이어 41페이지 분량의 실증적 발제문을 제출한 양문석 정책위원은 “대통령이 뭐라고 하든 간에 이번 사건의 본질은 정-재-언의 불법유착”이라고 단언하며 발언을 시작했다. 양문석 위원은 모두에서 “주요한 이슈가 터질 때 우리 사회 구성원의 70% 정도가 개혁적 목소리를 낸다”며 이라크 파병 반대, X파일 내용 공개에 대한 여론조사가 공교롭게도 그 수치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우리 사회가 이제는 반동 회귀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 바로 그 70%”라 덧붙인 양문석 정책위원은 “그 70%가 요구하는 것은 이건희 일가와 측근들이 그들의 범죄행각을 고백하고 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 징계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들 집단에 대한 징계없이 한국사회의 변모는 난망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사건의 본질을 위와 같이 지적한 양문석 위원은 구체적 수치와 직설적인 언사를 섞어 구사하며 언론의 보도 행태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양문석 위원은 조선, 중앙, 한겨레, 경향, 방송 3사를 모니터 했다고 밝히며 “동아일보의 경우 중앙도 조선도 아닌 것이 조선을 따라가기에 급급하다”며 “같은 수구의 범주에 들어가지만 조선과 중앙은 1등 경쟁 때문에 서로 견제하고 나름대로 차별화를 시도하지만 동아는 그것도 안 되기 때문”에 동아일보를 모니터 대상에서 뺐다고 말했다.

“대연정은 삼성 구하기에 나선 대한민국 대통령의 발악에 가까운 행위“

발제문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조선일보의 최초 보도 이후 스트레이트성 기사 가운데 불법도청에 초점을 둔 기사의 비율은 54.8%로 도청내용에 초점을 둔 기사 비율 25.8%를 두 배 이상 압도했다. 특히 중앙일보의 경우 그 비율이 71.3% 대 7.2% 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 달 25일 참여연대가 삼성을 고발했고 같은 날 삼성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26일부터 언론 보도의 초점이 ‘불법도청’쪽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양문석 정책위원은 사건 발생 1주일만인 지난 달 28일 노무현 대통령이 이른바 대연정을 제안했고 다음 날인 29일을 기점으로 X파일 관련 보도가 급격하게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하고 그 직후 청와대 비서관이 연정 제안 당사자인 한나라당에 맹공을 가하고 그 이후에는 열린우리당에서 대연정이 힘들면 소연정을 할 수 도 있다고 말을 바꿨다”며 “이런 프로세스는 삼성 구하기에 나선 대한민국 대통령의 발악에 가까운 행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통렬히 비판했다.

'자본에 의한 언론의 효과적 통제‘의 실태는...

  양문석 EBS 정책위원
이어 양문석 정책위원은 “지난달 22일과 23일은 한국언론사에 영원히 기억될 날”이라고 지적했다. 모든 국민들이 X파일의 주인공이 이학수, 홍석현, 이건희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언론들은 일제히 ‘모 재벌, 모 언론사’라는 식으로 꼬리를 내렸다는 것이다.

그 배후에는 삼성의 법적 대응외에도 연간 30억에 달하는 MBC시보 광고 제외 검토, 삼성을 다룬 KBS추적 60분에서 광고 철수, MBC보도국 부국장 출신인 이인용 삼성전자 전무의 ‘국내 광고 구조조정 검토 발언’등 ‘자본에 의한 언론의 효과적 통제’가 자리 잡고 있었다는 것이 양문석 정책위원의 분석이다.

불법도청이 이슈화 되는 시점부터 중앙일보의 관련기사가 극단적으로 증가했다고 밝힌 양문석 위원은 중앙일보가 ‘눈물겨운 불법도청 근절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개혁언론’에 대해서도 질타를 가했다. “이번 사건에 한해서는 개혁이고 뭐고 간에 한국언론은 새장속의 새”라고 지적하며 “MBC에 대해서는 ‘저 멍청한 놈들’ 아니면 ‘저 나쁜 놈들’로 엇갈리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직설적 화법을 구사해 비판했다. “MBC가 조선일보에게 특종을 상납한 행태를 보면 최문순 개혁 브랜드로도 안된다는 판단이 내려지고 회사 감사기에 급급했던 노조도 문제”라는 발언이 뒤이었다.

첫날 MBC 보다 더 구체적으로 보도한 KBS에 대해서는 “9시 뉴스에서는 구체적이더니 마감뉴스에서도 그 내용이 빠졌고 그 다음날 아침뉴스에서도 빠졌다”며 “이게 치고 빠지긴지 치고 도망치기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자신은 지난 1월 MBC 이상호 기자가 미국에 건너간 이후부터 한시도 이 문제에서 눈을 돌리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방송통신융합 부분에서 왜 방송, 특히 공영방송을 지지했는지 자괴감까지 들고 있다고 토로하며 양문석 정책위원은 발제를 마무리 지었다.

“불법도청 자체가 본질이라고 우기며 설교하고 있는 청와대”


시간 관계상 발언에서는 빠졌지만 서면으로 제출된 발제문에는 결론에 갈음한 양문석 정책위원의 분석이 포함됐다. 이 글은 검찰이 언론을 이용해 “수사할 수 있는 그 어떤 수단도 없음을 삼성의 이건희와 이학수 그리고 법무팀에 알려줘 더 이상의 대답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행위는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행태며, 이는 분명이 (검찰 내의) 이건희 장학생들의 작품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행위”라고 적시했다.

또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도청내용’이 본질임을 천명하는 국민들의 의지를 굳이 ‘불법도청자체가 본질’이라고 우기며 설교”하고 있는 “청와대와 노대통령의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지적하기도 했다.

이어 양문석 정책위원은 시민단체와 개혁진영을 매섭게 질타했다. 지난 1월부터 이상호 X파일이 꾸준히 제기됐고 특히 지난 6월 부터는 인터넷 언론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진술이 나오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시민단체들은 “MBC보도국장의 ‘기사 요건이 충분하게 갖춰지지 않았다’ ‘소송에서 패할 사능성이 높다’는 말 같지 않은 주장에 대해서 적어도 조선일보가 보도한 지난 달 21일 이전까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그리고 “왜 침묵했는가? 왜 MBC에 대한 비판이 없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시민들의 눈과 귀가 되고자 일하는 사람들이 범해서는 안되는 ‘편향’이 존재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 없다”고 밝혔다.

역시 “지금까지는 ‘최문순’이라는 브랜드로 언론관련 시민사회단체의 입을 봉해 왔다면, 이후도 그러리라는 기대는 접어야 한다”며 “상대적으로 개혁적인 인물들이 한국 현대사에서 보여줬던 ‘독선’과 ‘아집’이라는 지독한 반동성은 ‘이제까지 최문순의 행태’로 또 한 번 뼈저리게 실감했다”고 질타한 이후 “국민들이 ‘저 자도 별 수 없다’는 실망과 분노를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뼈있는 글을 남겼다.

자괴감과 한계 토로한 각 언론사 기자들

양문석 위원의 발제에 이어 토론에 나선 각 언론사의 기자들은 자괴감을 나타내며 추후 공정 보도를 다짐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자본의 언론통제가 너무도 극심함을 토로해 향후 전망을 어둡게 하기도 했다.

첫 토론자로 나선 이성주 MBC기자는 “통렬한 아픈 지적이 많았다”며 “언론사가 통신비밀보호법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 옳냐는 치열한 논의가 내부에서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 “언론사가 지켜야할 원칙과 부적절한 현실이 얽혀 이런 결과를 낳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이어 씁쓸한 표정으로 “결과적으로 조선일보는 이걸 피하면서 최초로 보도했다”고 덧붙였다.

김규원 한겨레 기자는 “X파일이 흘러나오면서 조선일보는 사람을 투입해서 시작했는데 우리는 초반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며 “한겨레의 노력이라는 것이 이상호 기자나 MBC를 접촉해 그 파일을 입수하는데 관심이 있었지 어디서 어떻게 나온 것인지등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다”고 반성했다.

조선일보의 최초 보도 이후에도 한겨레가 단독으로 추적하고 발굴한 것은 부족하다고 털어놓은 김규원 기자는 “X파일의 주인공이 홍석현, 이건희, 이학수이기 때문에 이 사건의 본질은 이건희 게이트지만 만일 주인공이 불법도청으로 청와대 비서실장에서 경질된 박관용 전 의원이었다면 그 사건의 본질은 불법도청 쪽이었을 것”이라 첨언했다.

각 언론사 노조들이 연대해 X파일 공개 방도를 찾자는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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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태 KBS 기자는 공영방송의 철학이 부재한 것이 자사의 문제라며 “21일 보도가 MBC보다 구체적이었던 것도 사실 무슨 철학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눈치를 보다 나간 것”이라며 “조선일보가 첫 보도한 것이 중앙을 견제 하기 위한 것이듯 우리(KBS)의 보도도 MBC 눈치를 보느라 그런 것이라 본질적으로 똑 같다”며 진솔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희준 SBS 기자는 “팩트에 근거하지 않고서는 보도할 수 없기 때문에 X파일의 내용에 대한 후속보도가 부족하고 불법도청 건이 부각되는 측면이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처음 파일을 입수한 MBC가 의제설정 역할을 했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어떤 형태로든 X파일은 공개해야 하고 공개하지 못한다면 그 구체적 내용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을 치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데 이어 “각사의 노조나 민실위 등을 통해 연대할 방도를 찾자”고 제안했다.

이 날 토론회는 자본의 통제를 받고 있는 제도 언론과 청와대, 시민단체를 비롯한 현 시대 ‘개혁진영’의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 한계에 대한 인식이 삼성에 대한 대응 무기로 작용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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