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본에 민주적 사회적 규제 강화를"

[인터뷰] 김세균 민교협 대표 - "X파일 국민의 것으로 만들어야"

오늘(17일) 김세균 교수를 두 번 만났다. 한 번은 오전 9시30분 X파일공대위 발족 기자회견장에서, 한 번은 오후 3시 김세균 교수 학교 연구실에서. 기자회견장에서 만난 김세균 교수는 세련되면서도 엄격한 느낌인데, 연구실에서 만난 김세균 교수는 시골스럽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편안한 느낌이다. 김세균 교수는 미리 보내준 인터뷰 질의서를 뽑아두고 있었다.

97년을 돌아보는 데서부터 이야기를 풀어보자고 하자 김세균 교수는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유착 흐름을 간명하게 설명하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권위주의 체제가 무너지는 과정에서 자본권력이 능동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고, 그것은 X파일에서도 사실로 확인된다는 이야기였다.

김세균 교수는 X파일 관련 일각에서 제기하는 음모론에 대해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 단정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견해였다.

또 오늘날 정치권력과 자본권력 간의 관계에 있어 권력이 자본에게 넘어갔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김세균 교수는 자본에 대해 국가가 갖는 상대적 자율성 문제를 비중있게 이야기했다. "자본주의에서 국가는 총자본의 국가로 기능한다 할지라도 자본에 대해 상대적 자율성을 가지고 있어야 자본 위기에도 기여하게 된다"는 것인데, 이는 "자본주의에서 국가는 총자본의 국가로서 일정하게 규제를 해서 자본 전체의 장기적 이익을 위해 복무해야 하는데 유착구조가 끈끈해지면 국가가 자본에 대해 지녀야 할 상대적 자율성이 훼손된다"는 것이다.

이로부터 "지금 노무현정권과 삼성이 유례 없는 밀월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정부가 과거사 청산 이야기하면서도 X파일에서 드러난 유착구조는 한마디도 못하는" 것은 국가의 상대적 자율성이 매우 취약하다는 것이고, 따라서 정치적 불안정성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김세균 교수는 삼성자본에 대한 대안 문제에 대해서도 뚜렷한 견해를 갖고 있었다.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노동조합이 기반이 되고 그 속에서 노사 공동결정 구조로 나아간다든지, 이를 통해 경제민주화의 측면을 검토할 수 있겠고, 민주적 사회적 규제를 강화하는 문제와 함께 궁극적으로는 사회화하는 문제를 거론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현 시점에서 "(자본에 대한) 민주적 사회적 규제"에 큰 방점을 찍었다.

김세균 교수는 "우리 사회가 정치권력에 대한 민주적 규제는 상당한 수준으로 갔는데, 자본권력의 힘이 막강해지는 속에서 이를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며 이 상태로 간다면 금권정치체제의 강화로 일본식으로 갈 소지가 많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래서 민주적 사회적 규제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즉 "자본 내부에서 강력한 민주노조가 존재하느냐 여부, 그리고 외부에서 기업 불법활동을 감시해내고 포착해서 기업의 반사회적 활동을 개혁하는 것인데, 이는 다시 국가 차원의 제도적 규제와 사회운동 차원의 아래로부터의 규제가 있다"고 정리했다.

한편 X파일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여야의 특별법과 특검을 비판하는 가운데 X파일공대위에서 제시한 '공개는 특별법을 통해, 조사는 특검을 통해' 하는 것은 적당한 방안이라고 말하고, "시민단체 뿐만 아니라 민중운동 단체나 사회운동 단체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X파일 문제 해결 과정을 "신자유주의 반대 범연대전선을 강화하는데 기여하는 한편 국가와 자본의 관계에 대해 민중사회가 깊이 있는 인식을 가져가는 계기로 삼자"는 주장이다.

김세균 교수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X파일은 지금까지 한국 사회를 지배해온 지배시스템의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 최초로 알려진 X파일에서 97년 대선을 앞둔 4,9,10월 당시 정경언검 유착의 실체가 확인된다. 문민정부에서 국민의정부가 탄생하는 시점이었는데

우선 X파일에서 제기되고 있는 정경유착 문제를 일반론 수준에서 이야기한다면, 정치권력과 경제권력과의 관계가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과거 군사정권 체제 하에서는 국가 주도 발전 전략으로 개발국가라든지 개발독재, 발전국가 라는 개념을 사용하는데 한마디로 국가가 경제 전체를 컨트롤하고 국가가 설정하는 경제발전의 목표에 기업을 종속시키는 형태였다.

우리 나라 개발 독재 체제는 재벌의 탄생, 성장과 맞물렸는데 노동자 민중의 희생 위에서 소수 자본에게 부를 집중시키는 것이었고,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정경유착이었다. 그런데 X파일에서 드러난 것을 보면 정권의 실세에 의해 강압에 못 이겨 돈을 낸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우리 사회 민주화 과정과 맞물려 선거가 중요해지고 그에 따라 정치권력이 어디로 가느냐가 좌지우지 되는 상황에서 자본권력이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97년을 전후한 시점에 이미 자본권력이 능동적인 힘을 가졌다는 이야기인가

삼성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능동적으로 움직인 것은 X파일에서도 확인되지 않는가. 두 가지를 짚을 수 있는데, 하나는 이미 개발독재 체제 하에서 재벌이 힘이 성장해서 민간경제 중심 체제로 이동해왔다는 것이다. 여기에 절차적 민주주의의 발전과 함께 선거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 외환위기가 거론되기 훨씬 전부터 경제가 문제가 많다는 진단을 했는데, 과잉축적 위기 조짐이 있었다. 이런 과잉축적 위기 속에서 누가 손해를 보고 누가 살아남을 지가 제기되는데, 즉 재벌이 이윤율이 좁아지는 단계에서 손실 부담을 최소화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본격적으로 정치에 능동적으로 개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게 된다.

정경유착은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이해가 맞물려 있는 것으로 누구나 알고 있고 상식처럼 되어 있다. X파일은 그 실체를 확인해준 것이고

그렇긴 하지만 정경유착 구조를 사실은 아무도 알 수가 없어요.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이 공개를 안 하는 게 원칙이고, 그게 본능이니까. 그런데 정치권력이 특정 기업을 치려고 할 때나 기업이 부도가 나거나 해서 조사할 때 드러나기도 한다. 그러나 삼성의 경우는 좀처럼 드러날 수 없는 구조에 있었다.

삼성이 개입된 X파일은 노무현정부가 삼성을 타겟으로 해서 터뜨린 것도 아니고, 뜻밖의 계기로 불거졌다는 점이다. 음모론이 거론되지만 그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 단정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좋지 않다. 삼성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드러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건데... 정부가 삼성 자체를 치겠다는 것도 아니고 총수를 치겠다든지 그런 것도 아니고, 부도가 난 것도 아니고, 독특하게 만들어진 정세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알려진 것처럼 X파일이 돌기 시작한 것은 김대중 정부가 국정원 개혁하면서 과거 사람들 솎아내게 되고, 그때 쫓겨난 사람들이 가져갔다가 우여곡절을 거쳐 이상호 기자에게 전달된 건데, 이걸 전달한 사람이 돈 거래를 했다거나 한 것도 아니었으니까...

97년은 노동자의 총파업투쟁으로 시작해서 외환위기와 함께 김대중정권이 탄생한 해이다. 당시 선생님은 김대중정권을 신자유주의정권으로 규정하고, 외환위기에 대한 신자유주의 처방을 강도 높게 문제제기 한 바 있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지배질서를 유지시킨 배경에 정경언 유착이 작동되고 있었고... 특히 외환위기로 연결된 기아 사태 원인도 사실로 드러났는데

당시 기아자동차가 촉매제이긴 했지만 그것은 현상적인 것이었고 본질적인 것은 이윤율 저하에 따른 전세계적 과잉축적 위기 문제였다. IMF 외환위기의 핵심으로 재벌의 방만한 문어발식 경영을 많이 꼽는데, 그게 아니라 자본의 이윤율 경향 저하에서 찾아야 한다. 이윤율이 저하되면 기업은 투자를 통해 이윤율을 상쇄하기 위한 운동을 본격화하는데 이것이 다시 과잉축적의 악순환을 가져온다. 당시 삼성이 기아를 흡수해서 위기를 돌파하려는 움직임을 가진 것도 이런 맥락이다. 김대중정권은 당선과 함께 IMF를 만났는데 신자유주의 처방으로 위기에서 벗어나려 했고, 따라서 성격상 신자유주의정권으로 규정된 것이다. 이후에도 그러한 기조를 강화하는 방향이었고.

일전에 노무현 대통령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한 말이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정경언검 유착 구조 속에서 지금 삼성 자본의 힘과 그것이 갖는 정치적 성격을 짚어보자면

우리 사회가 신자유주의로 재편되면서 개발 국가 중심에서 재벌 중심으로 이행된 것은 사실이다. 삼성은 전자나 반도체... 한국 경제 운명이 삼성이 잘 되면 잘 되고, 안 되면 망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신자유주의 개편이 정치논리를 경제논리에 종속시키는 것이기도 하고... 실제 권력이 시장으로 갔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이야기도 일리는 있다.

그런데 자본주의에서 국가는 총자본의 국가로 기능한다 할지라도 자본에 대해 상대적 자율성을 가지고 있어야 자본 위기에도 기여하게 된다. 왜냐하면 자본은 직접적 이익을 중심으로 움직이므로, 국가가 총자본의 국가로서 일정하게 규제를 해서 자본 전체의 장기적 이익을 위해 복무해야 하는데 유착구조가 끈끈해지면 국가가 자본에 대해 지녀야 할 상대적 자율성이 훼손된다.

삼성이 우리 나라 재벌에서 가장 중요한 기업이지만 삼성 만으로 한국경제가 돌아가는 게 아니고 다른 재벌들도 많이 있다. 정부가 특정 자본과 긴밀하게 관계를 맺고 특정 자본을 위한 기업으로 활동하면 특정 자본한테 이익이 될지 모르지만 다른 재벌한테는 불리하게 작동한다. 그러면 다른 재벌이 위기감을 느끼게 되고, 더 유착하면 재벌 전체 이익이 아니고 특정 자본을 편든다는 두려움을 주고, 결국 국민통합력을 행사하는데도 큰 지장을 받게 된다.

자본을 위해서라도 국가가 유착구조에서 벗어나 상대적 자율성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은 자본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인 듯 하다. 이야기를 조금 옮겨보자. X파일 문제가 불거진 시기와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 제안 시점이 맞물려 있어 이의 연관성이 많이 제기된다

시점으로는 그러한데 대연정이 필요하다든지 권력을 야당에게 줄 수 있다는 식의 이야기는 사실 취임 때에도 유사한 이야기가 있었고, 갑자기 나온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특징이라고 한다면 '삼성게이트'가 터진 시점에서 대연정 문제를 이야기하고, 815 경축사에서 X파일에 일체 언급하지 않은 걸 볼 때 정부(국가)가 재벌의 장기적 이익을 보장하는 상대적 자율성을 잃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다. 지금도 유착 구조가 망처럼 얽혀있다는 이야기다.

국가의 상대적 자율성이라 함은 자본에 대한 자율성을 의미하는 듯 한데, 그건 권위주의 체제와 같은 방식이거나, 국가의 자율성을 강제하는 인민의 힘이 작용하거나 해야 하지 않는가. 자본권력이 위력을 발휘하는 신자유주의 흐름을 고려한다면 소원한 이야기로 들리기도 하는데

국가가 자본으로부터 상대적 자율성을 갖는다는 말은 국가가 자본의 국가로 기능하면서도 자본 운동에 규제를 하거나 총자본의 양보를 끌어내 민중의 이해와 연결한다는 것인데... 큰 틀에서 보면 사회 세력 관계 속에서 결정되는 것이다. 지금 노무현정권과 삼성이 유례 없는 밀월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정부가 과거사 청산 이야기하면서도 X파일에서 드러난 유착구조는 한마디도 못하는, 즉 삼성이 정치권 내부에 깊이 뿌리박고 있다는 것이고, 삼성을 파트너로 삼는 것이 현재 정부(국가)의 모습이라는 점에서 상대적 자율성이 매우 취약하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김대중, 노무현정권은 초국적자본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고, 신자유주의 개방정책을 강행해왔다. 이 과정에서 자본 내부의 긴장도 상존해왔다고 볼 수 있다. X파일 정국이 자본분파간의 긴장과 맞물린 요소는 없는가

큰 틀에서 신자유주의 개편과 개방은 내수 중심의 경제체제가 아니라 세계화에 따른 해외 투자 시스템 속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신자유주의 개혁은 불가피하게 자본 자체의 이익에 부합한다. 여기서 초국적자본과 국내 독점자본이 일치하는 이해관계가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초국적자본과 국내 독점자본의 이익을 둘러싼 갈등이 있다.

IMF 위기 때도 재벌개혁 요구가 있었다. 재벌개혁이 기업경영의 투명성이라든지 총수 시스템을 제기하면서 초국적 금융자본이 한국에서 자유롭게 이동하며 장악할 수 있는 형태로 요구하였고... 따라서 국내 독점자본의 이익과 상충되면서 국민기업이 제기되기도 한다. X파일에 삼성이 등장하고 있고, 초국적자본과 국내 독점자본 간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자본분파간의 긴장도 상존한다고 볼 수 있다.

X파일 처리를 놓고 한 축으로는 정경언검 유착이 중요한가 불법도청이 중요한가의 논란도 있지만, 삼성자본에 대해 재벌 개혁, 국민기업으로 전화, 총수와 책임자 처벌 등과 같은 몇가지 실천 방안이 제기되고 있는데

우선 총수와 책임자 처벌은 X파일에 드러난 불법에 대한 직접적 요구로서는 의미가 있다. 국내자본을 보호한다는 점에서 이를 반대한다든지 하는 저항이 있을 수 있는데 X파일 내용을 미루어 총수와 책임자 처벌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현 시점에서 이건희 구속 여부가 갖는 의미는 김우중 구속과는 다른 차원에서 상당히 중대하다.

재벌개혁, 국민기업 전화와 관련해서는 초국적자본이 요구하는 재벌개혁과 시민단체들이 요구하는 재벌개혁이 묘하게 맞물려 있는데, 국민기업을 강조하는 쪽에서는 오히려 재벌 중심, 총수 중심의 시스템이 나쁜 게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큰 틀에서 보면 신자유주의 개편 흐름 속에서 초국적자본에 유리하게 가느냐, 국내 자본에 유리하게 가느냐 이런 싸움 형태가 아닌가 싶다. 이 긴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이 문제를 노동자와 민중의 입장에서 보자면 어떠한가. 삼성은 알려진대로 무노조경영으로 유명하고, 노무관리체제가 매우 발달해 있다

민중적 입장에서 재벌 문제를 접근한다면 무엇보다도 노동조합의 실천이 중요하다. 이야기한 대로 삼성은 무노조경영을 한다. 삼성 같은 경우는 일단 민주적 자주적 노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삼성 노조가 만들어진다는 것은 X파일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는 것과 맞물리는 것이기도 하다. 노조는 다시 자본 운동 내부 감시자가 되어야겠고...

내가 보기에 기업이 총수 시스템이냐 전문경영인 시스템이냐의 문제는 결국 주주 관계에 있어 총수에게 권한이 많이 가느냐, 주주들의 전체 의사가 결정적이냐 하는 건데 노동자 민중에게 있어 이는 부차적인 문제다.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노동조합이 기반이 되고 그 속에서 노사 공동결정 구조로 나아간다든지, 이를 통해 경제민주화의 측면을 검토할 수 있겠고, 민주적 사회적 규제를 강화하는 문제와 함께 궁극적으로는 사회화하는 문제를 거론해야 한다.

선생님은 오늘(17일) 오전에 있었던 X파일공대위 발족 기자회견에서도 "우리 사회 금권정치체제의 진상을 밝혀서 자본운동에 대한 민주적 사회적 통제를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가 앞으로 우리 사회 민주주의의 결정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민주적 지배구조는 주주간의 관계로 축소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주적이고 힘있는 노조와 이에 기반을 둔 노사결정구조로서 기업경영에서 노동자의 요구를 확대할 수 있는 구조를 의미한다. 오늘날 신자유주의는 자본에 대해 사회적 규제를 하지 말자는 흐름인데 민주적 지배구조란 관료적 통제 차원이라기보다는 자주적이고 사회적인 규제를 가능하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우리 사회가 정치권력에 대한 민주적 규제는 상당한 수준으로 갔는데, 자본권력의 힘이 막강해지는 속에서 이를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는 거다. 이런 조건에서는 우리 나라 정치도 일본식 금권정치 쪽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진단할 수 있다. 가령 재벌개혁 요구를 들여다보면 주주들의 이해에 기초한 자본시스템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것일 뿐 돈의 흐름이나 자본 전체를 일반 시민이 통제할 수 있는 장치는 결여되어 있다. 민주적 사회적 규제란 자본 내부에서 강력한 민주노조가 존재하느냐 여부, 그리고 외부에서 기업 불법활동을 감시해내고 포착해서 기업의 반사회적 활동을 개혁하는 것인데, 아는 다시 국가 차원의 제도적 규제와 사회운동 차원의 아래로부터의 규제가 있을 것이다.

자본 흐름에 아무런 규제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노동자 주체의 자주적인 참여를 통한 민주적 규제와 사회적 규제를 이야기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지막으로 X파일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X파일과 관련, 여당은 특별법을, 야4당은 특검법을 발의했다. 그리고 오늘 공대위는 '공개는 특별법, 조사는 특검'이라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야당은 특검을, 여당은 특별법을 주장하는데,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여야가 싸우는 것은 자신에게 무엇이 유리한가를 따지는 데 있다. 야당은 야당대로 자신에게 피해가 덜 가는 방식으로 조사하려 할테고, 여당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X파일 내용은 사생활 침범하는 것 외에는 모든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따라서 X파일공대위에서 제시한 '공개는 특별법을 통해, 조사는 특검을 통해 하는 것은 적당한 방안이라고 본다.

X파일의 가장 큰 피해자는 역시 민중들이다. X파일을 통해 밝혀진 지배구조를 깨뜨리기 위한 크고 작은 실천 방안은 무엇인가

우선 X파일이 있다는 것이 확인된 이상 X파일을 국민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국민들이 그동안 파악하기 어려웠던 내밀한 진실을 국민의 것으로 만들어서 이를 통해 정치경제 전체를 혁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 점에 있어 단기적으로는 의견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실천 과정에서 신자유주의 시스템에 어떻게 대항할 것인가로 가면 차이가 두드러질 것이다. 지금은 불을 끄려는 것이 아니라 지피는 역할 해야 한다. 시민단체 뿐만 아니라 민중운동 단체나 사회운동 단체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본다.

한편 이 운동이 신자유주의 반대 범연대전선을 강화하는데 기여하는 한편 국가와 자본의 관계에 대해 민중사회가 깊이 있는 인식을 가져가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권력과 자본 운동에 자립성을 갖는 노동자 민중운동의 활성화를 꾀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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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용준

    시의적절하고 좋은 글입니다. 다만 "그런데 자본주의에서 국가는 총자본의 국가로 기능한다 할지라도 자본에 대해 상대적 자율성을 가지고 있어야 자본 위기에도 기여하게 된다"라는 대목이 있는데 이 구절의 앞뒤를 읽어보면 뜻을 짐작할 수 있지만, 그 자체로는 잘 이해가 안됩니다. 고쳐써야 하지 않을까요?

  • 유영주

    "자본주의에서 국가는 일반적으로 총자본의 국가로 기능한다. 이때 국가가 자본 운동의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라면 자본으로부터 상대적 자율성을 (많이) 갖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라고 고쳐쓸 수 있을 듯 합니다.
    자본으로부터 상대적 자율성을 많이 갖는다면 금권통치체제의 성격이 약화되는 의미는 있지만, 그렇다고 국가가 자본의 위기를 잘 관리하길 바란다는 이야기는 아니겠지요.
    표현을 좀 간결하게 했어야 하는데, 글을 읽는데 스트레스를 드려서 미안합니다.

  • 자기머리로 사고하기

    현국면을 초국적자본과 국내자본간 갈등국면으로 본 지적이야말로 국내 보수적, 자유주의적 언론들이 무시하는 중요한 대목이라고 생각됩니다. 여기서 민중적, 노동자적 접근을 제3의 입장으로 자리매김하기보다, 이런 자본분파간 갈등국면에서 국내자본의 문제를 집중부각하며, 심지어 초국적 자본의 입장을 마치 민중적 입장인양 오도하는 논지들도 현재 종종 횡행한다고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