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정경유착' '노동탄압'의 화려한 그 이름

17일 삼성본관 앞 삼성 규탄 촛불문화제 열려

“노동탄압 무노조정책 분쇄! 삼성재벌 박살내자” 촛불을 모아 쥔 800여 노동자들의 구호가 삼성본관 앞에 울려퍼졌다.



17일 오전 108개 시민사회단체로 꾸려진 X파일 공동대책위원회가 발족한 데 이어 같은날 저녁에는 민주노총 주관으로 삼성규탄을 위한 촛불문화제가 시청 삼성본관 앞에서 열렸다. △무노조 삼성의 노동정책과 인권탄압 실상 폭로 △엑스파일 전면공개. 정경유착・불법자금로비 실제 책임자 처벌 촉구 △기아자동차부도, 노조탄압, 국민경제파탄 책임자 처벌 촉구 등의 취지로 기획된 자리였다.

민주노총이 주관하고 민주노동당, 언론개혁국민행동이 공동주최한 “삼성그룹의 노동인권탄압, 정경유착, 경제파탄의 주범 책임자처벌을 위한 촛불문화제”에는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을 비롯한 당원들, 언론노조와 기아자동차노조, 해태제과노조, 신세계이마트노조 등 800여 명이 참석했다.

신승철, “엑스파일 진상 공개하고 이건희를 구속하라”

촛불문화제의 시작은 신승철 민주노총 부위원장의 여는 발언으로 시작됐다. 신승철 부위원장은 “노동자들이 삼성의 정경유착을 투쟁으로 얘기할 때, 삼성의 노조탄압에 노동자들이 절망할 때 이 사회는 우리 얘기를 듣지 않았었다”고 말하고 “이제 분명한 것은 국민 누구나 다 삼성의 불법과 탈법을 알고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의 요구는 명확하다”며 “엑스파일의 진상을 정확히 공개하고 책임자 이건희를 구속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규엽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IMF를 만들어 낸, 기아자동차 불법인수과정에서 국민들을 고통의 수렁텅이에 빠뜨린 것이 삼성”이라며 이건희 삼성 회장을 소환해서 조사할 것을 촉구했다. 또 “민주노동당은 도청문제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마트 노조탄압 계속, 어린 딸에게 접근하기도

  최옥화 수지이마트 분회장

이어 무대에 오른 경기일반노조수지이마트분회(이마트노조)의 네 명의 노동자는 노조 설립 당시부터 사측의 노조와해공작과 탄압 실상을 토로했다. 최옥화 분회장은 “지금까지 남아있는 네 명의 조합원의 고향집까지 찾아가 협박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근에는 네 어린딸에게 접근하기도 했다”고 울음 섞인 목소리로 발언을 이었다.

신세계이마트 수지점은 22명의 캐셔노동자들이 노조를 설립하자마자 '우리회사에서 노조는 절대 안 된다. 그건 고 이병철 회장의 유언‘이라며 면담이라는 명목으로 노조원들을 감금하는 등 노조설립 3일 만에 18명을 탈퇴시켰다. 사측은 남은 네 명의 조합원들을 해고했다가 법적 하자를 피하기 위해 다시 복직시킨 후 바로 계약해지를 통보한 바 있다.

남택규 기아차노조위원장, “97년 당시 노조가 했던 얘기 이제 사실로 밝혀졌다”

이날 촛불문화제 한켠에서는 기아자동차 노조원들이 “IMF, 기아부도 진짜 주범 삼성자본 박살내자”라고 써있는는 플래카드를 들고 서 있었다. 이번 엑스파일을 통해 1997년 기아자동차 부도 사태에 삼성이 관여했다는 증거가 일부 드러난 만큼 기아차노조원들의 분노는 작지 않은 듯 했다.

  남택규 기아차노조 위원장

남택규 기아차노조위원장은 “우리 집에는 여전히 삼성의 ‘삼’자 들어가는 물건이 하나도 없다”면서 “97년 부도 당시에도 노조는 기아차를 망하게 한 장본인이 삼성이라고 주장했지만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아무 말도 없었다”고 말했다. 남택규 위원장은 또 “이제 그 내용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책임자를 처벌하지 않고 있다”며 “기아차부도사태, IMF사태를 일으킨 주범 이건희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아차노조는 앞으로 엑스파일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 손배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현장에서는 反삼성 정서 다시 고조”

변상민 기아차 화성지부 쟁의부장은 “97년 부도 당시 현장에서는, 현장이 돌아가는 상황을 아는데, 부도가 났다는 것에 대해 아무도 납득할 수 없었고, 그래서 부도 뒤에 무언가 있다고 생각했었다”고 전한다. 자동차 시장 진출을 모색하던 삼성이 삼성 금융계열사를 동원, 자금을 조기회수해서 기아차를 부도로 몰고 갔다는 게 당시 공공연하게 떠돌던 얘기였다는 것. 변상민 쟁의부장은 “지금 엑스파일에서 드러난 모든 사실을 당시 노조가 주장했을 때는 언론의 주목을 못 받았다”며 씁쓸해 했다.


현장에서는 부도 당시부터 팽배했던 반(反)-삼성 정서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는 게 기아차 노조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변상민 쟁의부장은 “2만 7천여 노조원 중 만 7,8천 명은 부도를 경험했고 아직도 삼성에 대한 분노가 여전하다”며 “일각에서는 삼성제품 불매운동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서민수 정비지부 사무국장도 “조금은 무뎌졌던 반-삼성 정서가 엑스파일 사건을 계기로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지적하고 “뿐만 아니라 정부에 대한 불신도 구체화되었다”고 밝혔다.

이날 ‘촛불문화제’에는 박준, 박향미 씨의 문화공연과 더불어 이마트노조분들의 시 낭송과 개사한 노래공연도 벌어져 참가자들에게 많은 박수를 받았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조신애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