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농정과 농업구조조정의 문제점

[특별기획 : 세계화와 한국농업](4) - 경쟁력 지상주의 답습하는 노무현 정부

1만5천년의 농경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가 식량의 절대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대표적인 농산물수입국가로 전락했다. 식량자급률이 매년 하락하여 25%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그나마 쌀을 제외하면 5%가 되지 않은 매우 심각한 상황임에도 여전히 농업정책은 자유무역협정(FTA)과 WTO협상에 집중되어 있다.

80년대 말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한 개방농업정책은 필연적으로 농업의 구조조정을 수반하였다. 그 결과 매년 농산물 가격은 폭락하고 농가부채는 눈덩이처럼 늘어나 농촌을 떠나거나 자살을 하는 농민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미 많은 마을에서 대가 끊긴지 오래이고 60세가 넘는 노인들만이 힘겹게 삶의 터전을 지키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결국 이러한 농업농촌의 변화는 자급자족 기반의 붕괴로 이어지고 식량주권마저 위태로운 실정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에 개방농정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농업에 대한 구조조정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식량주권이 실현되는 농업농촌의 미래를 그려보고자 한다.

개방농정과 WTO

1) 개방의 시작

우리나라에서 농산물 수입이 본격화된 것은 70년대 말부터 이다. 미국의 개방압력에 의해 79년 최초로 농산물시장 개방조치가 시행되었다. 물론 전쟁이후 원조에 의한 식량지원이 있었으나 이는 일반적인 개방과는 다른 문제이기에 정부 정책으로 개방이 이루어진 것은 79년을 시작으로 83년과 85년에 농산물 일부 품목이 수입자유화 되면서부터 본격화되었다.

특히 83년 대 흉년은 외국으로부터 긴급하게 쌀을 수입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당시 일본등 아시아의 곡물사정 악화로 국제가격의 3배가 넘는 댓가를 치루고 그것도 모자라 3년 연속 구매를 조건으로 들여올 수 있었다. 또한 전경환(전두환대통령의 동생)에 의해 도입된 생우는 농가에 분양되자마자 대부분 폐사하여 농가부채를 양산하는 주범이 되었으며 축산물 수입의 결정적 시발점이 되었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농산물 개방은 처음부터 식량자급을 유지하는 것을 바탕으로 계획되지 못하고 권력형 비리와 축재, 준비되지 않은 협상등으로 인해 우리 농업의 근간을 위협하는 원인이 되어왔다.

2) UR협상과 WTO 출범
94년 UR협상을 통한 GATT체재의 종결과 WTO 출범은 신자유주의 개방농정을 전면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1994년 쌀개방과 관련한 협상은 우리나라 농업의 근간을 근본적으로 뒤바꾸어 놓는, 농민들에게는 시련을 국민들에게는 먹거리의 불안전성을 가져다 주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대통령직을 걸고 쌀개방을 막겠다던 김영삼 대통령의 다짐은 쉰소리가 되어버렸고 쌀개방과 함께 제출된 농산물개방에 관한 이행계획서는 평생 동안 우리농업의 발목을 붙잡는 족쇄가 되었다.

WTO체제 출범과 우리나라의 가입은 농산물 시장의 전면적 개방을 전재로 하였다.
쌀을 제외한 모든 농산물에 대해 관세화 개방이 결정되고 일정한 여건을 갖추면 누구나 수입,판매를 할 수 있도록 하여 농산물의 자급률이 급격히 떨어지는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WTO체제의 출범은 단순한 개방의 문제를 뛰어넘어 WTO가 모든 나라의 농업정책에 대해 간섭과 통제를 가능 하도록 하였으며 초국적 자본을 앞세운 곡물메이저들의 농업지배를 합법화 해주고 있다. 이미 많은 나라의 농업과 관련한 직간접산업이 이들에게 종속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예외가 아닌데 종자산업에서부터 농약, 농기계에 이르기 까지 외국자본이 개입되지 않은 것이 없다.

또한 WTO는 시장접근 장벽 철폐, 관세감축, 국내보조감축 등을 중심으로 전방위적인 압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결국 이러한 기준에 따라 각국의 농업에 대한 직접적 통제를 진행하고 있다.

작년 진행된 쌀개방 협상도 결국은 WTO의 규정과 절차에 따라 진행됨으로서 우리나라의 식량자급이나, 식량수급에 대한 정부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을 강요해 왔다. 결국 WTO아래에서 일국의 농업정책은 자기발전의 정상적인 길을 걸을 수 없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2. 농업구조조정과 농어촌발전종합대책

농업에 대한 구조조정은 개방농정을 진행하기 위한 필수 불가결한 과제로 이야기 되고 있다. 그 이유는 수입개방에 따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규모화, 상업화해야 한다는 개방론자(비교우위론자)들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답습한 탓이다. 결국 농산물 시장 개방과 농업구조조정은 동전의 양면처럼 상호유기적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상호 상승작용을 하고 있다.

1)농업구조조정 정책의 도입
농업구조조정이라는 개념은 1986년 전두환 전부시절 내놓은 농어촌종합대책에서부터 거론되기 시작하였다. 이시기는 앞서 살펴본바와 같이 우리나라에서 개방농정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시기이다. 이후 89년 대규모농산물 수입자유화 조치가 시행되면서 농어촌발전종합대책(일명 농발법)이 발표되고 이대책의 핵심 목표로 ‘국제경쟁력 제고 농업구조조정'이 공식화되게 되었다.

86년 농어촌종합대책과 89년 농어촌종합발전대책은 신자유주의 농정의 양대축인 시장개방과 구조조정이 처음 결합된 대책이자 신자유주의 농업정책이 본격 도입되고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다.

2) 농업구조조정 정책의 확산
1993년 UR협상 타결 전후하여 시장개방과 구조조정이 최우선 과제로 대두되게 된다. 91년 농어촌 구조개선대책이 세워지고 김영삼 정부 출범과 함께 신농정 5개년 계획이 발표되면서 구조조정이 전농업계로 확산되게 된다. 특히 95년 WTO 가입은 개방농정과 구조조정을 되돌릴 수 없는 현실로 만들어 가게 된다.

이시기는 신자유주의 농업정책의 지배력이 크게 강화되면서 농산물 시장개방이 모든 것에 우선하는 정책의 대전제로 자리잡고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한 구조조정이 농정의 최우선과제로 정립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신자유주의 농업정책이 한국농정의 기본 골격으로 확립되면서 농정의 총체적 모순을 양산하게 된다.

3) 농업구조조정 정책의 전면기
1998년 김대중정부의 출범으로 농정변화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김대중 대통령의 가족농유지와 농가부채에 관한 입장은 역대정권과 분명히 차별성을 갖는 것으로 최소한 개방농정과 구조조정의 속도는 완화해 나갈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약 15년간 집중적으로 추진된 농업구조조정이 사실상 실패로 귀결되는 과정에서 이미 돌이킬수 없는 상황에 있었으며 김대중 정부 역시 WTO에 의한 시장개방 압력에서 벗어나지 못함으로서 농정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지는 못하였다.

특히 김대중 정부는 개방농정의 또다른 형태인 자유무역협정(FTA)를 수용함으로서 사실상 구조조정을 완결단계로 치닫게하는 계기를 제공하였다. 이러한 흐름은 노무현 정부에 들어서면서 더욱 노골화되는데 소위 ‘개방형 통상국가론’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쌀에 대한 추가개방 뿐 아니라 20여개 나라와 자유무역협정을 추진중에 있으며 농업농촌종합대책을 통해 농업구조조정을 완결하려하고 있다.

참고) 개방농정과 구조조정에 따른 농업의 현주소

1) 농가수, 농가인구 및 가구당 농가인구 추이
- 2004. 12. 1일 현재 전국의 농가수는 124만가구, 농가인구는 341만 5천명으로 각각 전년대비 1.9%(-2만4천가구), 3.3%(-11만 5천명) 감소하였음 농촌인구의 고령화에 따른 탈농, 전출 등으로 인해 농가수가 감소되었음
- 최근 10년간(1994~2004)의 연평균 농가 감소율은 2.3%로 나타났고, 10년전에 비해 농가수는 20.4%(-31만 8천가구) 감소되었음

2) 경영주 연령별 농가수 추이
- 경영주의 연령층은 60대가 36.2%(44만 9천명)로 가장 높게 나타났음.
o 농가의 고령화로 인하여 70대이상 경영주의 비중이 23.0%(28만 5천명)로 전년에 비해 5.9% 증가한 반면, 50대이하의 경영주 비중은 40.8%(50만 6천명)로 5.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음.

3) 영농형태별 농가수 추이
- 농가의 주된 영농형태는 논벼(51.5%), 채소(21.1%), 과수(11.0%) 순으로 나타났음.
o 이 중 논벼농사를 주로 하는 농가는 전년대비 3.1%(-21천가구) 감소하였으며, 전체농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계속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남.

4) 전,겸업별 농가수 추이
- 전체 농가중에서 가구원이 농업에만 종사하는 전업농가의 비중은 63.3%(78만 5천가구)로 전년대비 3.4% 감소함
o 전업농가의 감소요인으로는 농업수입만 있는 단독농가 중 고령에 의한 농업포기와 새로운 소득원을 찾는 농가의 증가로 인하여 전업농가가 감소했음
- 농업과 농업이외의 일을 함께 하는 겸업농가는 45만 5천 가구로 전년대비 0.8%(3천 6백가구) 증가하였으며, 전체농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6.7%로 나타났음
o 지난 1년간 농업이외의 일에 1개월 이상 종사한 겸업가구 중 1종 겸업과 2종 겸업 가구는 전년대비 각각 1.2%(1천 7백 가구), 0.6%(1천 9백 가구)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음

5) 식량자급률
- 70년대에는 80%의 식량자급률은 94년 거의 모든 농산물이 개방되면서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해마다 하락하고 있음. 2004년의 식량자급률은 지난해보다 1.6% 더 하락하여 25.3%로 이 중에 쌀을 제외하면 3%밖에 되지 않는 수치임.

6) 농가부채
- 1990년대 중반까지 연평균 10% 이상 높게 증가하던 농가부채가 2002년에는 절대 규모가 감소하였으며, 2003년은 전년대비 3.9% 증가함.
- 농업수익성(농업소득/농가자산)은 1999년 이후에 정체상태에서 2003년에는 농업소득 감소로 전년보다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남.
- 그러나 이것은 농가자본 구조의 개선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농업부문의 수익성 저하로 신규 투자를 위한 농가부채 증가폭이 감소하였기 때문으로 보임. 부채 내역별로는 농업용부채는 1.4% 소폭 증가하였으나 가계용부채가 10.5%, 겸업용 부채가 11.4% 증가하는 등 비농업/소비성 부채의 증가로 농가부채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남.

7) 도농간 소득격차
- 2000년 이후에 도농간 소득격차는 더욱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음. 1995년에는 도농간 소득격차가 95.1%로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2000년에는 80.6%로 농가소득 비중이 낮아졌으며, 2003년에는 76.2%로 더욱 확대됨.
=> 1998년 이후 도시가구소득은 연평균 6.4%씩 증가한 반면, 농가소득은 5.4%씩 낮은 수준으로 증가하였기 때문임.


3. 농업농촌종합대책을 통해서 살펴 본 노무현 정부의 농정 현주소

노무현 정부는 한칠레자유무역협정에 대한 국회비준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농민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한칠레자유무역협정 지원 특별법’을 비롯하여 ‘농림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산어촌지역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 등 4대 입법안을 연계 처리하였다. 또한 향후 10년의 농정과제를 정리한 농업농촌종합대책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이들 법안은 발표 즉시 실효성을 둘러싸고 농민단체들의 집중적인 비판에 직면해 왔으며 올해부터 구체적으로 집행되는 과정에서 농민들과 수많은 정책대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 농업농촌종합대책의 내용
농업농촌종합대책은 향후 10년동안 119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재정지원을 통해 우리 농업을 국제경쟁력을 갖춘 산업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목표아래 수립되었다. 농업농촌종합대책에 따르면 향후 농정의 기본방향을, 첫째 시장지향적 농업구조로 재편하여 농업의 체질을 강화하고, 둘째 농업구조조정의 연착륙을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며, 셋째 농촌지역개발및 복지정책을 강화하여 도농의 균형발전을 실현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아울러 이를 실현하기 위해 ‘농촌과 도시가 더불어 사는 균형발전사회’를 농정비전의 기본틀로 제시하고 있으며 이를 추진하기 위해 농정의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해 농업정책의 틀을 농업정책, 소득정책, 농촌정책으로 바꾸어나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이러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기본과제로 규모화?,고품질, 전업농 육성?, 고령영세농 탈농, 쌀 중심 탈피의 지속적 구조조정 진행과 농가소득 구조를 농업소득 비중보다 농외소득 비중 증대로 개편, 농업인 복지와 농촌지역개발을 확충하여 농촌인구 현재수준(20%)을 유지하는 것을 기본과제로 제출하고 있다.

2)농업농촌종합대책의 문제점
첫째 농업농촌종합대책에는 위기에 처한 한국농업을 살릴 농업 정책이 없다. 열악한 농촌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교육, 의료, 복지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농업을 살리지 않고는 사상누각일 수밖에 없다. 농정의 핵심은 농업,농민정책이며, 농업,농민정책의 핵심은 식량자급 확보와 소득안정이다. 그러나 계획안에는 식량자급에 대한 어떤 계획이 제시되어 있지 않으며 농업 GDP 대비 쌀 비중을 현행 33%에서 2013년까지 25%로 감소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소득안정은 근본적으로 농업생산을 통해 실질소득을 높일 수 있어야 하나 직불제 확대와 농외소득원 확충에 주안점을 두고 있어 이러한 정책방향이 실제 도-농간의 소득격차를 줄일 수 있을지 우려된다.

둘째, 6ha 7만호의 전업농 육성을 통한 규모화와 고품질화를 제시하고 있으나 이 또한 농업의 종합적 발전을 추동화 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 앞서 예로든 농촌경제연구원의 농민의식조사에서는 쌀시장개방 확대에도 불구하고 71.8%가 현 경작면적을 계속 유지하겠다고 답하고 있는데서 알 수 있듯이 규모화에 대한 농민들의 인식은 부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셋째 수입개방으로 위기에 처한 농업, 농촌, 농민을 살리기 위해 별도로 편성된 사업비가 아니라 기존 농림예산의 연장선상에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119조원 투융자 계획은 별도 편성된 사업비가 아니라 기존 농림예산의 연장선상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이며, '농림예산 10% 확보'의 대선공약에도 미치지 못한 상황이다. 실제 119조 투융자 지원계획 중 80%에 해당하는 96조원은 이미 편성되어 있는 농림예산이며 실제 별도 기금을 출연하여 지원하는 액수는 23조원에 불과하다. 마치 기존 농림예산과 별도로 119조원이 지원되는 것으로 알려져 일반국민들에게 농업에 대한 무리한 지원이라는 비난과 함께 농민들에게서도 전형적인 전시행정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넷째 후계인력 육성에 대한 실질적인 내용을 담겨있지 않다. 현재 농업경영주중 40세 이하는 4만 명에 불과하며 10년 후면 8천명 내외가 될 것이라고 한다. 또한 사업의 안정적인 집행을 위해서는 매년 4,500명 이상의 우수 신규인력이 농촌으로 유입되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신규 창업농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미 영농에 종사하고 있는 4-50대에 대한 경쟁력 강화 방안이 없다. 실제 농업발전을 선도해나갈 40대 농업인이 소득불안과 농촌여건 미비 등을 이유로 매년 농촌을 빠져나가고 있는 처지에서 설사 30대의 후계인력의 유입에 성공한다고 하더러도 또다시 이농의 악순환을 되풀이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표) 농업농촌종합대책 로드맵

4. 지속가능한 농업농촌과 식량주권

개방농정과 구조조정에 마서 농정의 새로운 틀을 세워낸다는 것은 혁명보다 어려운 일 일수 있다. 앞서 살펴본바와 같이 이미 농정의 모든 집행력이 신자유주의 초국적 자본이 앞세운 WTO에 의해 통제를 받고 이는 상황에서 새로운 농정체계를 세워내기 위해서는 적잖은 대립과 갈등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21세기 가중되는 식량위기에 대비한 국가의 전략이 정치군사적 안보보다 중요한 가치가 되고 있으며 농업의 다원적 기능이 갖는 지속가능한 사회경제 토대로서의 역할등을 고려할 때 새로운 농정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로 되고 있다. 특히 절대적 식량수입국인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더욱 절실한 문제이며 남북분단에 의한 통일농업실현이라는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분명한 정치적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미 그간의 실패에서 드러난바와 같이 농업은 단순한 시장 기능에 의해 유지될수 없으며 정부의 직접적 개입없이는 균형발전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때문에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에 대한 전망을 밝히고 식량주권이 온전히 실현되는 농정을 만들기 위한 국민적 합의를 시급히 도출해내야 한다.

1) 자립자급형 농업발전을 통한 식량주권을 지켜내는 것이 대안이다.
농정의 대안을 찾는 것은 우리 농업이 안고 있는 모순의 근본원인을 올바로 분석하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우리나라 농정은 분단으로 인해 굴절된 역사와 그 궤를 함께하고 있다. 분단과 미국의 강점은 농업의 자생적 발전을 가로막고 식량을 외국에 의존하는 수입개방형농업으로 변모시켰으며 개발독재형의 녹색혁명은 기형적인 고투입 수탈농업으로 발전시켜왔다. 이러한 농정추진은 필연적으로 환경파괴뿐만 아니라 식량생산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중앙집권적 농업구조를 더욱 강화해 오고 있다.

그 결과 우리 농업농촌은 식량자급과 공익적 가치를 부정당한채 DDA/FTA에 의해 해체 일로에 놓여 있다. 때문에 농업농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어낼 수 있는 대안을 중심으로 그 주진주체역량을 강화하는데 노력을 다해야 한다.

① 식량자급형 농업발전으로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응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2004년말 25.3%로 1년만에 1.6%가 급감하여 소위말하는OECD국가중에서도 최하위 그룹에 속하고 있다. 그러나 매년 농지면적은 1만5천ha 가까이 줄어들고 있으며 농산물가격하락 농촌의 사회적 낙후등으로 인해 농민들이 농사를 포기하고 있어 근간에 자급률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결과적으로 식량자급률의 감소는 대외식량의존도를 더욱 심화시킬것이며 아울러 농업농촌의 붕괴를 촉진할 수밖에 없다. 또한 현재 나타나는 제반문제를 더욱 심화 시킬수 있다.

때문에 식량자급에 대한 분명한 정책적 의지를 바탕으로 농정체계 전반을 개혁시켜내는 방향으로 농정의 목표가 다시 설정되어야 하며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 할수 있도록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법률에 명기하여 정책의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식량자급률목표치 법제화는 그 실현을 위한 적정농지, 농가소득안정, 생산주체 역량확보등 이 뒷따르지 않으면 안될뿐 아니라 농업농촌의 다양성에 기초한 국민들의 동의가 함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개방농정에 대한 보다 자주적인 입장을 가져야 한다.

② 가족농중심의 집단화, 조직화를 통해 규모화에 대응해야 한다.
규모화의 논리는 개발독재시대 녹색혁명으로부터 지속되어온 농정핵심으로 수입개방으로 인해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자본집약적인 규모화는 농촌의 전통적인 집단체계인 마을을 파괴하고 그 속에 녹아있는 민족전통의 정서까지도 유린하고 있다. 특히 규모화는 지나친 상업주의뿐 아니라 경쟁을 유발시켜 고투입 수탈형 농업을 지속화하여 농산물의 기형적생산을 부추켜 식량부족을 더욱 심화 시킬것이다.

때문에 “선택과 집중”이라는 자본주의적 경쟁논리에 기초한 규모화 보다는 농업생산의 다양성이 지켜지고 전통적 공동체가 유지될수 있는 가족농 중심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가족농중심의 생산관계는 지역(마을-면)과 작목(품목)을 중심으로 한 협업을 통해 규모화에 대응할수 있는 힘을 축적할수 있을 것이다. 이미 많은 지역에서 공동계산제등을 통해 관행적인 생산,판매 방식보다 부가가치를 높여내고 있는데서 검증되듯 지역을 중심으로 생산체계를 집단화 조직화하는 방법을 통해 규모의 경쟁력을 앞세운 세계화에 대응해야 한다.

③ 지속가능한 지역농업 발전전략으로 획일적인 중앙농정을 극복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농정은 지역의 자연.역사.문호 풍토조전을 기초로 이들조건의 차이와 개성의 특성의 발현을 통한 지역발전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과거의 도시화,산업화,공업화에 따른 지역발전을 도모한다는 개념과 대립된다.
또한 지역농업론은 지역농업론은 기본적으로 환경보전형 농업, 즉, 지속가능한 농업을 목표로 한다. 지속 가능한 농업에서「지속성」이란, ① 농업경영 또는 경제적 소득의 유지라는 측면에서 지속성의 유지, ② 생산물의 질의 측면에서 소비자에게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함으로써 소비자에 대한 소비의 지속성, ③ 생산환경이 파괴되지 않고 생산환경에의 부하를 줄이면서 생산력 높여가는 생산의 지속성, ④ 자원의 유한성의 측면에서 생태학적 기반의 지속성을 의미한다. 물론 이들 4가지는「지역의 차원」에서 상호 유기적 관련성을 밀접하게 가지고 있다.
지속가능한 농업이 되기 위해서는 농업 담당자의 존속 및 확보가 필요 불가결한 것이며, 농업경영체도 유지, 재생산되어야 하고, 나아가서 자연자원 뿐만 아니라 각종 지역자원이 유지, 보전되어야 한다

「지역농업」은「농업이 중심산업이 지역의 총체적 경영」이다. 「지역농업」의 기본 역할은 국민생활의 다양화와 고도화에 대응한 안전한 농산물의 공급, 물과 토양의 보전, 자연환경의 형성과 보전, 역사와 문화의 보전과 계승 및 교육의 장소 제공, 국민보건의 장소 제공 등 농업과 농촌의 다양한 기능들을 종합적 또는 고도로 발휘하는 것. 이러한 역할이 잘 발휘되도록 하는 것이「지역농업」경영의 기본과제이다.

결국 지역농업의 발전전략은「지역」을 종합적 관점에서 파악하는 것으로 농림업의 문제만이 아니라 지역주민의 소비생활을 비롯하여 교육, 문화, 보건, 복지, 생활환경, 자원관리, 사회관행 등 다양한 분야를 상호 유기적 관련 하에서 종합, 조화시키는 점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들 『지역농업』의 조직화는 자립, 협동, 연대의 지역사회 시스템을 구축을 통해 구체화 되어진다.

④ 국제적 연대를 통한 전세계적 식량주권을 실현해내야 한다.
WTO 체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일부 국가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 아니 더 정확히 이야기 하면 소수 기업농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고 하는 것이 올바른 판단일 것이다. 농산물 수출국인 미국에서도 소농들은 끊임없이 구조조정을 통해 농촌에서 내쫓기고 있으며 프랑스에서도 매년 농민들의 집회가 발생하는 것이 이러한 점을 증명하고 있다.

때문에 지금은 WTO에 의한 농업농민 지배가 일국의 문제가 아닌 전세계 모든 국가, 절대다수 농민들의 문제로 제기되고 있으며 이는 필연적으로 식량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전과정에 대한 개입과 간섭을 거부하는 것으로 표출되고 있다. 이에 전세계 농민들의 단결을 통한 공동대응만이 WTO 체제를 종식시켜 낼 수 있으며 이 길이 진정한 식량주권을 지켜낼수 있을 것이다.

연재기획 '세계화와 한국농업' 순서

1. 기획소개 '세계화와 한국농업'
2. 거꾸로 가는 한국농업
3. 농업의 세계화 누가 주도하는가
4. 농업 구조조정- 경쟁력 지상주의를 답습하는 노무현 정부
5. 우리 농민은 정말 행복한가?
6. 친환경농업이 한국농업의 대안이 되려면...
7. 협동조합의 역할과 미래
8. 식량보장을 말 한다
9. 한국농업의 길
덧붙이는 말

박웅두 님은 전농 정책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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