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류기혁 조합원이 자결한지 만 하루가 지난 5일, 울산에서는 오전 11시부터 대책위 구성을 둘러싼 지난한 회의가 하루 종일 진행됐다.
현대차비정규직노조는 고 류기혁 조합원이 자결한 4일 긴급쟁대위 회의를 통해 고 류기혁 조합원의 죽음을 '노동탄압에 의한 타살'로 규정하고 열사투쟁의 결의를 모으는 한편, 민주노총 울산본부에 고 류기혁 조합원 관련 지역대책위 구성 등 대책논의를 요청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오전 11시 금속연맹 울산본부 운영위원회가 긴급히 꾸려졌다. 그러나 장시간 논의 끝에도 열사 대책위 구성 관련한 결론은 나지 않았다. 오후 3시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운영위도 열렸다. 이 회의에서도 대책위 구성은 결론나지 않았다. 5시 현대차 울산 공장안에서 진행된 현대차 불법파견 원하청 연대회의서는 철탑농성 관련 지원에 대한 논의를 주되게 진행하고 대책위 관련 논의는 이후 예정된 상급단체와 현대차 원하청 노조 간담회에서 다루기로 결정했다.
오후 6시가 조금 넘어 시작된 간담회는 울산 현대차 3공장 앞 철탑농성장 연대 관계로 잠시 정회, 5일 자정 현재 속개를 기다리고 있다. 신승철 민주노총 부위원장, 전재환 금속연맹 위원장, 이헌구 민주노총 울산본부장, 전규석 금속연맹 울산본부장,현대차 원하청노조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간담회에서도 논의가 좁혀지지는 않고 있다.
오늘 계속된 회의의 주된 쟁점은 고 류기혁 조합원을 열사로 규정할 수 있느냐의 문제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고 류기혁 조합원을 열사로 규정하는 것에 이견을 표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해고 사유와 노조 홛동으로 인한 탄압에 의한 규명 등이 명확치 않은 상황을 이유로 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이에 대해 공식 입장을 표명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장규호 노조 공보부장에 따르면 현대차 정규직 노조는 먼저 고 류기혁 조합원의 죽음이 ‘노조탄압에 의한 타살’이라는 원인 규명이 된 후 열사대책위 논의를 진행하자는 입장을 중심 가닥으로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열사 대책위 구성을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근태상의 이유라는 것은 업체가 일방적으로 주장한 내용이며 건강상의 이유로 결근을 보고한 바 있고, 노조활동 등을 이유로 작업장 내에서 심각한 왕따를 당했으며, 해고 전후로 심각한 심신의 고통을 받았기에 회복기를 가지며 부당해고 구제신청 등의 과정을 준비 중이었다”는 등의 근거를 들어 ‘노동탄압에 의한 타살’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간담회에 참석한 민주노총 관계자에 따르면, 이러한 논의들의 기저에는 무엇보다 기간에 반복돼 온 정규직 비정규직 노조 사이의 신뢰 문제 또한 중요하게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죽음에 대한 규명 이전에 '그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극심한 탄압을 받아온 그리고 비정규직 투쟁의 핵심고리 중 하나인 불법파견 투쟁이 진행되고 있는 현대차에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자결을 했다'는 명백한 사실 앞에서 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받아안고 투쟁하느냐가 일차적 문제가 아니냐는 안타까움과 답답함을 털어 놓았다.
6일 오전 10시에 다시 소집된 민주노총 울산본부 운영위에서는 오늘 간담회 결과 등을 토대로 향후 대책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여 울산 주변의 관심이 간담회 결과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내일 오전 9시 30분 고 류기혁 조합원의 발인이 예정돼 있는 가운데, 5일 하루를 대책위 관련 논의로 보낸 울산에서는 아직까지 내일 기자회견이나 집회 등 별도의 계획을 잡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