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기혁 열사가 사망한지 일주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렇다 할 대중실천이나 하다못해 실천의 계획들은 제출되지 못하고 있다. 이 상황에 대해 사람들은 당혹과 분노, 허탈감을 표하고 있다. 많은 성명서들이 “정권과 자본에 의한 명백한 타살”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 분노는 류기혁 열사를 타살한 정권과 자본을 정조준하지 못한 채 현대차정규직노조 집행부를 향해있으며, 또 그 분노는 대안을 찾지 못한 채 분노로 멈추어 있다.
울산에 다녀온 후
류기혁 열사의 사망 다음 날 울산에 내려갔다. 현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자결을 했다는 사실. 마땅히 당장 대책위가 꾸려지고 대중 집회가 박히고 그래서 류기혁 열사라는 이름으로 분노의 정국이 마련되리라 생각하며 그렇게 울산으로 내려갔다.
그러나 울산 현대차 공장 안팎은 대책위 구성 논란에 휩싸여 있었다.
사업부별로 추모집회가 열린다던 울산공장에서는 2005년 임단협 승리를 위한 보고대회 한 자락에 비정규직노조 대의원의 투쟁 발언 한 꼭지를 넣는 것으로 대체돼 있었고, 상처받을대로 상처받은 것이 명백해 보이는 정규직 한 활동가는 상처를 드러내는 것 외에 역시 무엇을 자신이 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주지 않았다. 류기혁 열사를 보내는 비정규직 동지들의 어떤 의례도 없었다.
4일 비정규직노조 쟁대위에서는 대책위 구성 제안 외에 본관 앞 분향소 설치 말고는 어떤 지침도 없는 상태였다. 5일 새벽 네 명의 비정규직이 철탑위로 올라갔지만, 이 긴박함은 철탑에만 머물러 있었다. 현대차노조집행부가 ‘열사’ 규정 문제라는 이해할 수 없는 논거로 대책위 구성을 미루는 것에 대한 분노가 마땅하다 해도, 당장 장례를 치르겠다는 유족들을 설득하는 것이 발등의 불이었다 해도 “비정규직 노조의 자체 투쟁 계획은 무엇이냐”고 물을 수 없는 그 분위기 역시 감당할 수가 없었다. 본관을 점검하거나 전체가 본관 앞에서 노숙을 할 수는 없는가라는 질문은 차마 할 수가 없었다.
울산에 그 난다 긴다 한다는 활동가들은 어디 있을까 이렇게 소수가 처참한 표정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 한 번 부르며 보내는 것으로 그나마 면피를 하는 것인가, 왜 그들은 자발적인 추모제 한 번 조직하지 못 하는가... 방어진 화장장을 따라 뿔뿔이 운구를 따라 나서는 활동가들의 뒷모습에 눈물을 쏟고 그렇게 서울로 올라왔다.
<참세상>은 왜 선명한 태도를 취하지 않는가라는 질타를 이미 이전부터 내부 외부에서 여러 이들에게 들었다. 그 말은 결국 왜 현대차노조집행부에 대해 침묵하냐는 것 일터다. 언제나 울산 현대차와 관련해 들어온 “정규직노조가 조합주의 관료주의에 빠져 투쟁을 회피하고 있다”, “비정규직노조가 정규직 노조 타격 입히기에 급급해 자기 대중을 고립시키는 전술적 오류를 거듭하고 있다”는 무성한 뒷말들. 그 혼란을 고스란히 둔 채 현대차노조를 비난하는 것에서, 한 발이라도 더 나갈 수 있는 비판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앞으로 진행될 모든 논의가 ‘그간 숱한 뭇매와 설움 속에 투쟁을 지속해온 현대차비정규직노조 조합원들과 집행부가 있었고 그 와중에 한 사람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자결했다는 명백한 사실. 그들이 투쟁을 호소하고 있다는 사실’ 에 근거해 진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인정한다.
정말 현대차노조에게는 류기혁 열사의 죽음의 이유가 불분명했던 것인가
알려진 바대로 류기혁 열사 사망 이후 촉발됐던 논쟁은 어처구니없게도 류기혁 열사가 ‘열사’냐 아니냐였다.
‘나라를 위하여 절의를 굳게 지켜 죽은 사람’ 국어사전에 나온 열사의 정의다. 개인의 영달이 아니라 노동해방을 위해 민중해방을 위해 맨 몸으로 저항하다 목숨을 바친 사람을 우리는 열사라 부른다.
류기혁 열사는 노조 가입을 이유로 현장 내에서 질타와 왕따를 당했다. 그로인한 견디기 힘든 우울증의 상황에서 ‘건강상의 이유’임을 통보하고 결근을 했다는 이유로 류기혁 열사는 일방적 해고를 당했다.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의 고향 공간처럼 소중했던 노조와 동료들이 뭇매를 맞아가며 납치에 해고, 구속 수배를 받는 동안 그에 대한 활로는 보이지 않았다. 언제나 한 손에 음료수 하나라도 들고 찾아오는 것으로 연대를 표하며 무던히 노조 안에서 버티기를 바랬던 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노조 옥상에서 자결을 했다. 유서 한 장 남기지 못한 그의 비분과 고통이 비정규직 노동자 대부분이 받고 있는 탄압의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현대차노조는 “고인의 해고사유가 근태 문제이며, 부당해고에 맞선 복직 의사가 있었는지 파악되지 않고, 유서가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열사 규정에 난색을 표했다. ‘노동탄압에 의한 타살’이라는 사실이 규명돼야 ‘열사’대책위를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9일이 돼서야 ‘고 류기혁 동지 사망·비정규노조 탄압분쇄 및 불법파견 철폐·노동3권 보장을 위한 대책위’가 꾸려진다.
정말 현대차노조에게 류기혁 열사의 죽음의 이유가 불분명했던 걸까, 그 불분명함은 그다지도 큰 문제였을까.
류기혁 열사라는 이름을 받아 안음으로서 현대차 내에서 벌어지는 불법파견 투쟁과 이에 대한 비정규직노조 탄압을 최우선 해결과제로 상정하고 그것을 투쟁으로 정면돌파해야 하는 상황을 원치 않았다는 것. 모든 비정규직 투쟁을 묶어내는 큰 틀에서 자본과 정권을 압박하는 민주노총 차원의 공동대책위에 일주체로만 복무하겠다는 것이 현대차노조의 의지였다고 기자는 판단한다. 후자는 당연한 것이지만 전자가 빠진 대책위는 말하자면 민주노총 하반기 투쟁선봉대로도 족할 일이다. 비정규직 노조는 당연히 류기혁 열사가 사망한 직접적 원인인 비정규노조 탄압과 불법파견 투쟁을 현안과제로 잡고 현대차노조가 나설 것을 주장한 것이고, 현대차노조의 ‘긴 호흡’을 이해할 수는 없었던 것이 그 비정상적인 열사 논쟁의 핵심이었다고 기자는 생각한다.
9일 꾸려진 ‘고 류기혁 동지 사망·비정규노조 탄압분쇄 및 불법파견 철폐·노동3권 보장을 위한 대책위’의 목표에 마땅히 들어가야 할 현대차비정규직노동자들의 현안에 대한 적시는 없다. 12일 진행된 대책위 투쟁기획단회의는 14일 기자회견, 백서 발간 등 국감대응, 9월 말 경의 한차례 대중 집회를 잡고 있을 뿐이며, 지역대책위투쟁기획단회의는 22일 경에야 예정된 상태다.
비정규직노조의 독자투쟁 문제가 원하청 공동투쟁의 전제가 될 수는 없다
지난 4일 류기혁 열사사망 이후 자정을 넘겨가며 진행된 상급단체와 현대차정규직노조, 비정규직 노조 간담회에서 현대차 노조가 대책위 구성에 난색을 표한 또 다른 이유로 비정규직노조에 대한 회복 불가 상태의 신뢰 문제를 거론했다는 것 또한 이미 알려진 바다.
작년 9월 5공장 정리해고 문제로 안기호 위원장이 38일간 단식을 했을 때도, 지난 1월 5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옥쇄파업 돌입 이후 벌어진 숱한 탄압의 시기 때도 현대차노조는 이러한 주장을 ‘비공식적’으로 해왔다. 원하청 연대가 어긋나는 부분에 비정규직노조집행부가 평가받을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은 그 자체로 평가의 문제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불법파견 판정을 앞두고 위원장을 비롯 비정규직노조 주요 활동가들이 정리해고를 당해 38일간을 단식을 하고 있다, 한 공장 내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조의 조합원이 제 살에 불을 붙이고 목을 메 자결했다, 관리자들과 경비대에 의해 사람들이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짐승 맞듯 맞아나가고 노조의 위원장과 사무국장이 끌려갔다’ 는, 누가 봐도 그 현장의 정규직노조는 식물노조인가라고 물을 법한 상황에 대한 방치 이유로는 현대차노조집행부의 항변은 너무나 옹졸하게 들릴 뿐이다.
또 무엇보다 핵심은 비정규직노조가 왜 독자투쟁을 전개해 나갈 수밖에 없었던가이다. 작년부터 현대차 내에서 불법파견 투쟁이 시작됐지만, 현대차노조집행부는 이에 대한 실질적인 공동투쟁 계획이나 실천을 보여주지 않았다. 올 1월 최남선 조합원 분신 후 불법파견 원하청연대회의가 꾸려졌지만, 계속되는 비정규직노조 탄압에 원하청연대회의는 지극히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6월 정규직노조의 지원 속에 공세적 조직화 사업을 벌이고 3천여명의 비정규직 조합원 가입이라는 성과를 남겼지만, 이 성과는 새롭게 조직된 이들이 공동투쟁의 경험 속에 투쟁의 자신감을 갖고 주체로 설 수 있을 때 올곧은 성과가 될 터였다. 그러나 불법파견 특별교섭은 답보상태였고, 임단협 기간 동안 제대로 된 공동 투쟁도 만들어지지 못 하는 상황이었다.
비정규직 노조에 대한 비판 이전에 정규직노조가 얼마나 자신들의 계획이 비정규직 노조에 신뢰를 줄 수 있게 설득해 들어갔는지, 아니 비정규직노조를 설득할 계획들을 가지고 있었지에 대한 답이 없다면 공동투쟁의 전제로 ‘비정규직노조의 신뢰훼손’을 말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임단협 이후 공동투쟁 계획은 무엇인가
그 아수라 상황에서 8일 현대차노조는 올해 임단협에 잠정합의했고, 12일 조합원들은 이 합의안을 수용했다. 어떻게 이 ‘시점’에, ‘그런’ 합의를 할 수 있었나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것 또한 알려진 바다.
임금인상에서 정규직 비정규직 차별의 문제나 2ㆍ3차 비정규직에 대한 배제, 5공장 농성자 등 8월 12일 이전 해고나 손배 문제 등에 대한 해결없음, 전환배치 문제 등도 지적되고 있지만, 문제는 합의 후 1개월 내 불법파견 특별교섭을 진행한다는 합의 내용이다. 임단협 합의 후 급속히 소강될 현장 분위기와 11월 선거국면 앞에서 교섭은 말 그대로 교섭 즉 상견례 외에 어떤 의미를 가질 것이냐는 비판에 대해 현대차노조는 어떤 답을 할 것인가. 설사 교섭이 일정 의미있게 진행된다고 해도 공동투쟁의 계획없이 이 교섭에서 취할 바는 일정부분의 타협이며, 이것은 투쟁하는 비정규직 주체들을 소외시킨 정규직 노조의 손쉬운 대리일 뿐이라는 지적에 현대차노조집행부는 또 어떤 답을 할 것인가.
현대차노조가 임단협을 조속히 종결한 것이 ‘조합원들이 불법파견 투쟁을 자신의 투쟁으로 받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임단협과 불법파견 투쟁을 연관시키는 것은 실익 없이 임단협 투쟁의 발목을 잡는 것이고 이것은 정규직 조합원들의 정서만을 악화시킬 것’이므로 ‘일단 임단협에서 불법파견 특별교섭에 대한 물고를 트고 9월 이후 투쟁 속에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그림에서 나온 것이라면, 적어도 9월 이후 어떤 공동투쟁을 할 것인지가 밝혀져야 한다.
왜 여태까지 조합원들에게 불법파견 투쟁이 남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 대한 설득
과 정말 집행부가 이 투쟁에 나설 것이라는 확신을 주지 못한 채 불법파견 판정 1년이 지나도록 조합원 정서를 말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유보한다 해도, 임단협 시기 공동투쟁의 의미가 바로 정규직 비정규직의 연대를 묶어내자는 것이었음에도 정작 무슨 노력을 했냐는 질문은 접는다 해도, 임단협 기간에도 안 된 연대를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지에 대한 답이 없다면 현대차노조의 임단협 종결은 불법파견 투쟁에 대한 ‘회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총연맹이 구상하는 하반기 투쟁이 제대로 된 투쟁이 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부터 제대로 조직되어야 한다. 민주노총에서는 지금 투쟁하는 사업장을 다 모아서 공동투쟁단위를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지난 7일 대책위 구성 관련 간담회에서의 김태곤 수석 부위원장의 발언, 울산노동뉴스 인용)
“불법파견, 비정규직 문제는 단사의 문제가 아니지 않나. 총노동과 총자본의 대리전을 또다시 자동차에서 그것도 4만 조합원의 정서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치루는 것은 부담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지난 1월 최남선 조합원 분신 직후 현대차 상집 간부와의 인터뷰 내용 중, 본지)
불법파견 문제가 결국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를 추진하는 정부와 하청노동자들을 노동 3권의 사각지대로 내몲으로서 그들의 투쟁력을 원천봉쇄하고 한 축으로 ‘고용’을 무기로 정규직을 길들이려는 총자본의 이해가 맞물린 문제이며, 때문에 현대차노사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권과 자본을 향한 전체 전선은 현안 투쟁 사업장에서의 완강한 투쟁을 전제로 그 전선이 확대될 때 가능한 일이며, 당장 자신들의 사업장에서 어떤 공동투쟁을 끌어낼지에 대한 의지가 없다면 위의 말들은 역시 또 ‘회피’로 읽힐 수밖에 없다.
현대차노조는 하반기 민주노총의 교섭 전략 속으로 숨으려는가
“비정규직권리보장입법 쟁취를 중심으로 로드맵 저지와 민주적노사관계 쟁취, 무상의료 무상교육 등 의제화를 위해 11월 말 1주일 이상의 공세적 총파업을 벌인다”
민주노총의 하반기 투쟁계획의 핵심내용이다. 민주노총 상집이 의욕적으로 제출한 투쟁기획이 현장의 힘을 받아 현실적으로 진행되길 바라는 바람 한 자락을 잡는 것은 총파업을 예고한 시기에 교섭력을 최대한 높이겠다는 말의 함의다.
이수호 위원장은 <참세상>과의 인터뷰를 통해 “정부 개악 요소 다 제거하고 뭔가라도 조금은 나아진다면 그렇게라도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과연 올 하반기 핵심 투쟁 과제인 불법파견 문제, 원청 사용자성 인정, 특수고용직 노동자성 인정 어느 것 하나 정권과 자본이 ‘개선된 부분’으로 던질 것이냐는 부분은 민주노총 하반기 투쟁이 쟁취할 것에 대한 의문을 일으키는 부분이다.
올 상반기 총연맹이 모든 역량을 교섭에 투여하고 있는 사이 현대차비정규직노조와 하이닉스 매그나칩, 건설플랜트 노조의 비타협적 투쟁은 지역과 단사에서 철저히 고립되었다. 상반기 민주노총 집행부는 교섭에 찬물이 될지 모르는 현안 투쟁을 철저히 외면하고 소수로 고립시켰다고 보일 뿐이며, 총연맹이 이들의 투쟁에 개입한 순간은 분노가 더 누를 수 없는 순간, 대중의 분노 표출을 관리하는 형태로, 받으나 마나 한 교섭을 중재하며 너무나 평화롭게 뒷북을 치며 진행됐었다. 작년 9월 이후 남발됐던 ‘비정규법안 강행 처리시’ 총파업 엄포는 실제로 그 총파업을 가능케 할 현장이 아닌 국회 앞 대기 집회에서만 존재했었다.
이 모든 상황을 모르지 않는 현대차노조가 이 상황을 돌파할 자기 현장내 투쟁 계획과 그를 통한 전체 투쟁전선 복원에 대한 계획 제출없이 역으로 그 무게를 하반기 민주노총 전체 전선에 맡기겠다는 것은 그러므로 여전히 조건부의 면피성 발언으로 들릴 뿐이다.
정권과 자본을 향한 분노의 정방향을 막는 것은 누구인가
애초부터였든 어느 순간부터였든 불법파견으로 표상되는 자기 현장 내의 비정규직 투쟁을 어떻게 연대하고 돌파할지에 대한 계획과 고민을 포기한 현대차노조집행부는 '조합원 정서’라는 이름으로 마땅히 호소하고 견인해가야할 자기 대중의 뒤로 숨어버리려 하고 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자기 대중을 대기업 이기주의 집단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눈앞에서 자기 현장의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들이 사측의 경비대에게 짐승처럼 맞아나가고 심지어 그에 연대하는 정규직 활동가조차 그 폭력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모습들을 손 놓고 지켜보게 함으로서 현대차노조 집행부는 그들이 말하는 ‘조합원 정서’-패배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자본이 단사에서는 비정규직이 고용안전판이라는 이데올로기를 지속시키며 한 축으로 외주화와 해외이전 등으로 고용불안을 조장하며, 비정규직보호법안이라는 이름으로 정규직을 포함한 전 노동을 유연화하고자 하는 전략 앞에서 강성 현대차노조 조합원은 예외일 것이라는 환상. 노동을 분할하고 그 분할의 하부단위를 철저히 짓누르며 또 그 상층(?)을 대기업 노조 이데올로기를 운운하며 마땅한 그들의 권리에 대해 노동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오도록 그들을 소수로 고립시키는 전략. 이 모든 상황 앞에서 현대차노조 집행부는 ‘조합원의 정서’라는 이름으로 조합원들을 타자화시키고 있다.
조합원이 움직일 수 없게 발목을 잡는 ‘고용불안’이라는 문제, 그리고 그 문제가 당장 얼마 후 그들에게 그리고 노동자로 살아갈 그들의 이후 세대에게 고스란히 물려질 것이라는 절박한 문제 속에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만날 수밖에 없는 통로를 현대차노조집행부는 열지 않고 있다.
사람들이 말한다, 노동운동을 한 참 걱정한다는 사람들이 말한다. 정규직이 죽어야 하지 않겠냐고, 그들이 87년 그 척박한 투쟁을 통해 쟁취한 모든 성과를 차라리 다 뺏기고 나락으로 떨어져야 그제서야 노동운동이 갈 길을 가지 않겠냐고. 현장에서 그렇게 날뛰는 비정규직 노조에 대한 탄압의 화살이 결국 자신들이 피로 쟁취한 단협을 휴지조각으로 만드는 상황이 와서야 정규직이 각성하지 않겠냐고.
정작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걸고 원하청 노동자들이 총파업을 벌일 때 어떤 태도를 보일지 미루어 짐작되는 한겨레에서 ‘현대차 정규직 노조에 고함’이라는 기사가 나오도록, 이름 호명하기 힘든 사회단체들까지 가세해 현대차노조에 대책위 구성을 호소하게 만든 현대차노조 집행부에 묻고 싶다.
서른 하 나, 꽃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을 앞에 두고 정권과 자본의 책임이 아니라 정규직 노조의 이기주의를 논하게 하는 이 억장 무너지는 현실. 노동운동의 분노의 칼 끝은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나. 분노의 정방향을 막는 것은 누구인가말이다.
류기혁 열사를 열사로 되살리는 길
사회적 교섭 관련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상반기 자신을 좌파 활동가로 규정하는 이들은 말했었다. 총파업을 실질적으로 책임지는 단위를 중심으로 전국적 전선을 모아 총파업 지도부를 아래로 부터 구성하고 그 동력으로 민주노총의 투쟁을 강제하자고.
명백히 현대차노조 집행부에게 돌려져야할 평가에서 나가, 선전하고 선동하며 실질적 투쟁으로 현대차노조집행부를 투쟁의 전선에 세워야 하지 않나.
현대자노조 집행부를 가둔 것이 '조합원의 정서'라면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고용불안, 노동분할' 거부를 전면에 걸고 '정리해고’의 쓰라린 경험을 공포스럽게 몸으로 각인한 정규직 조합원들에 대해 그 투쟁이 어떤 희망을 내포하는지 보여주는 노동의 전략을 제시해야 하지 않나. 현대차노조 집행부를 가둔 것이 동원되어 온 투쟁의 피로도와 그로 인해 노회한 노조 관료주의라면 전국적인 투쟁의 전선 복원이 가능하다는 실천을 보여야 하지 않나. 그렇게 현대차노조를 끌어내고 민주노총 하반기 투쟁을 실질적 투쟁으로 관철해가야 한다.
아직도 5공장 농성을 지키는 현대차비정규직 노조 조합원들과 투쟁하는 현대차 비정규직 주체들 모두의 투쟁이 고립되지 않도록 최대한의 여론전을 벌이며 불법파견 특별교섭과 9월 투쟁의 불씨를 살리자.
그게 서른 하나 목숨을 서럽게 버린 류기혁 열사를 열사로 되살리는 길임을 모두 알고 있고, 시간은 많지 않다.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