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윤을 살려내라", 부산시청 앞 3천 노동자 운집

자괴감, 슬픔을 넘어 분노와 행동의 추모 집회

'김동윤 열사 정신계승과 화물노동자 생존권 쟁취 제도개선 노동기본권 쟁취'

'김동윤 열사 정신 계승과 화물노동자 생존권 쟁취 제도 개선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총력투쟁 결의대회'가 열린 부산시청 앞 광장, 3천여 명의 화물연대 조합원, 부산지역 민주노총 조합원, 그리고 시민과 학생이 모였다.


윤창호 화물통준위 조직실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결의대회는 김동윤 열사가 생전에 운행하던 화물트럭을 무대로 진행됐다. 이 날 집회 진행 사항은 TRS 단말기를 통해 집회에 참석하지 못하고 차량을 운행하고 있는 조합원들에게도 중계됐다.

이 날 결의대회는 시종일관 긴장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집회 중 고 김동윤 조합원의 유가족 대표인 동생 김동순 씨의 추모사 순서에서는 조합원들의 눈물이 투쟁조끼를 적셨고 집회가 끝난 후 서면까지 시가행진이 이어지기 직전에는 굳게 닫힌 부산시청 출입문이 성난 화물연대 조합원들에 의해 박살이 나기도 했다.


또한 이 날 집회에 참석한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추석연휴가 이어진다고 해서 흐지부지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여기 저기 터져나오는 싸움들에 대해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식이 아니라 한번에 묶어 큰 싸움을 하반기에 반드시 열어 낼 것"이라는 입장을 참세상에 전하기도 했다.

'우리가 김동윤 동지를 죽였다'

이수호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이렇게 조합원들을 만나지만 반갑다는 말을 할 수 없는 마음이 답답하고 기가 막히다"고 운을 뗀 후 "노조사무실 옥상에서 목을 매 비정규직 사내하청 노동자의 현실을 고발한 류기혁 동지를 보낸지 며칠도 지나지 않아 또 김동윤 동지를 보내고 말았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을 지적했다. 이어 "김동윤 동지를 죽인 사람은 그 자신이 아니고 세금 가압류를 내린 허남식 부산시장, 그리고 민주노총 위원장이랍시고 뭘 했는지 모른 내 자신이기도 하다"며 자괴감을 토하기도 했다. 이어 이수호 위원장은 "하반기 싸움은 민주노총의 명운을 걸고 진행하겠다"고 발언을 마무리 지었다.

김동윤 열사의 소속 단위인 화물연대 부산 해운대 지회 강용수 지회장의 경과보고가 이어지면서 분위기는 고조되기 시작했다. 강용수 지회장은 김동윤 열사가 사망하기 전 동료들에게 전화로 털어놓은 "못살겠다 정말 죽겠다" "죽고 싶다 살기싫다"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 "친구야 잘 살아라 나는 간다"는 등의 발언을 전했다.

1천2백만 원의 세금을 미납한 김동윤 열사가 세무서 직원의 요구에 매달 50만 원씩 분할 납부하겠다는 이행각서를 작성했는데도 불구하고 추석대목 앞에 6개월만에 환급받은 유류보조금 420만 원을 전액 압류당한 사연이 전해질 때는 3천여 명이 모인 부산시청 앞 광장이 쥐죽은 듯 고요해지기도 했다.

강용수 지회장의 경과보고가 끝난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화물노동자 다 죽이는 노무현은 퇴진하라"는 구호가 터져나왔다.

끝내 실신하고 만 열사 유가족

추모시와 추모노래에 이어 김동윤 열사의 유가족이 무대로 올랐다. 유가족을 대표해 김동윤 열사의 동생인 김동순 씨가 추모발언에 나섰다. 김동순 씨는 "불꽃이 되어 화물차 없는 하늘나라로 올라간 우리 오빠"라고 운을 뗀 이후 눈물에 목이 메어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6년전 화물차 하나를 마련했을 때 그리 기뻐하던 우리 오빠가 6년 화물차 운전으로 가족들이 감당하기 힘든 빚만 남기고, 남편과 아버지라는 이름만 남기고 무정하게 떠나갔다"며 "하루종일 할인마트에서 일하고 돌아오는 올케언니 중학교 고등학교 다니는 우리 이쁜 두 조카..."라고 말을 잊지 못하다 "오빠가 남긴 두 벌의 화물연대 조끼를 남은 두 딸의 가슴속에 입혀 화물노동자가 숯덩이가 되지 않는 세상을 꼭 만들어 보렵니다"고 말을 맺었다.

추모사가 끝난 후 김동순 씨는 "우리 오빠 살려내라"고 무대 위에서 절규하다 결국 실신해 업혀 나갔다.

'세무당국과 알량한 민주화 운동 명함 내건 노무현이 동지를 앗아갔다'

이어진 투쟁사에서 화물통준위 김종인 위원장은 "누가 우리 곁에서 김동윤 동지를 앗아갔냐"고 질문 한 후 "몇 푼 안되는 유류보조금을 추석 단대목을 앞두고 압류한 세무당국"과 "알량한 민주화 운동 명함을 내밀고 대통령이 되더니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자본가 편을 들고 있는 노무현이가 앗아갔다"고 답했다. 이어 김종인 위원장은 "추석연휴가 지나면 바로 우리는 행동에 나설 것이고 그때가 되면 지도부의 방침에 따라 '물류를 멈춰 세상을 멈추자'는 구호에 걸맞게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할 것"이라고 조합원들에게 당부했다.


  고 김동윤 열사가 생전에 몰던 트럭

김종인 위원장의 투쟁사에 이어 문예공연과 "유류대금을 지원하던지 우리를 다 죽여라"는 박대규 특수고용직대책위 위원장의 연대발언이 진행됐다. 예정된 순서가 끝난 이후 성난 조합원들은 허남식 부산시장의 사과를 요구하며 굳게 닫힌 부산시청 현관문을 향해 돌진했다.

부산시청사의 셔터와 유리문은 박살이 났고 화물연대 선봉대 조합원들은 오히려 성난 조합원들을 말리느라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청사로 진입한 조합원들은 과격한 행동을 자제했고 경찰도 무리한 진압에 나서지 않아 물리적 충돌은 크게 벌어지지 않고 서면까지 거리행진이 진행됐다.

현장에서 만난 사람, 사람들

선봉대로 나선 익명의 화물연대 부산중부지회 조합원


김동윤 열사의 사정은 이미 알 것이라 짐작한다. 현 사정이 어떻나
내 나이는 40이고 화물차 경력은 만5년이다. 근데 남은 것은 빚 2천4백만원이다.

김동윤 열사처럼 미납 세금이나 가압류된 것도 있나
다행이라 말해야 될지 모르겠는데 미납세금도 없고 가압류도 없다. 그런데 세금 안 밀리려고 카드 돌려막기 해서 생긴 빚이 2천4백이고 그거 말고 처남이 도와준 게 5백 정도 된다.

김동윤 열사가 빚진 부가세 1천2백만원은 실제 돈을 얼마 벌든 말든 매출에 올라가는 세금으로 안다. 해법은 무엇인가
단기적으로 말하면 무리한 가압류를 안하는 것이고 그 다음은 경유가를 낮추는 것이다. 몇 년 사이 운임은 제자린데 경유가는 3배로 올랐다. 도저히 살 수 가 없다.

김동윤 열사 사고를 듣고 무슨 생각이 들었나
부모, 자식 다 두고 있는 사람이 추석 명절 앞두고 부모님한테 찾아 뵙겠다고 말해놓고 자살한 다는 것은 일반 상식으로는 말이 안 된다. 세무서가 그렇게 만든 것이다. 근데 그게 남의 일이겠다. 나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무지한 질문이긴 한데...화물차가 그렇게 힘든가
갈 데가 없어서 그만 못 둔다. 저금은 못해도 먹고는 살아야 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빚이다. 1주일에 한번 집에 들어가고 차 모는데 이 꼴이다.

그런데 APEC 경기라는 것이 있나
아펙은 재벌,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한테는 뭔지 모르겠는데 우리한테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 사기 치는 것에 불과하다. 내 생각에 사람이 일을 하면 최소한 밥은 먹고 애들 공부는 시키고 병원은 가고 그래야 되는데 그것도 아닌 이 사회는 민주주의도 아니다. 노무현이가 말하는 대연정인지 뭔지를 보면 아는거 아닌가 그 작자들은 우리 같은 사람들한테는 관심이 없다


구권서 비정규연대회의 의장


최근 2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빈 말이 아니라 정말 할 말이 없다.

안의 상황 밖의 상황이 다 힘들다는 것은 안다 그렇지만
분노를 넘어 좌절로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러면 안 되는데...분노가 좌절이 되는 것이 아니라 투쟁이 되야 하지 않겠나

구체적인 계획은 아니라도 계획이나 전망이 있을 것 같은데
민주노총에서도 여러 계획을 내지만 조직적, 계급적 싸움으로 묶어내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 물론 그 전선에 비정규 노동자들이 주체로 서야 한다. 그런데 아직까지 사업장 단위의 현안투쟁에 허덕이는 느낌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모아내도록 노력할 것이고 또 모아져야만 한다. 하나의 전선으로 묶여야 위력적 투쟁이 된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다 알고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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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물통준위

    수고하셨습니다. 그런데 사회자는 윤창호 조직실장입니다.정정해 주세요.

  • 큰바위

    화물연대 동지들의 건투를 빌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파리꼬뮌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
    화물연대 동지들의 건투를 빕니다...투쟁!!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