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에 관한 세계적 논쟁 지형

‘성매매가 노동이 될 수 있는가?’, 세계 여성 운동에서 드러난 논쟁들

빈곤과 폭력에 저항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은 ‘퀼트’와 ‘인류를 위한 세계 여성 헌장’을 매개로 전 지구를 횡단하는 ‘세계여성행진’이 지난 7월 3일 한국에 도착했다.

두 개의 퀼트, 행사

‘빈곤의 여성화’, ‘여성에 대한 폭력’을 주요 의제로 내걸고 대안세계화운동에 여성의 의제를 결합시키는 역할을 해온 ‘세계여성행진’이 전 지구를 횡단하는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 한국 측 주최단체는 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과 성주류화 전략에 의한 여성정책을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와 '세계여성행진'으로 함께 구성된 ‘빈곤과폭력을반대하는여성행진’이었다.


본래 준비 단체들은 퀼트를 공동제작하고 전 세계를 돌고 있는 퀼트에 한국의 퀼트를 연결하는 행사를 공동으로 진행할 것을 합의했으나 ‘빈곤과폭력에저항하는여성행진’에서 기존에 진행되던 성매매 근절 논의와 다른 방식의 논의를 진행하자 여연 측은 “성매매와 관련 '성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결국 여성인권 쟁취라는 여성운동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퀼트를 공동제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한국에서의 ‘세계여성행진’은 세계 여성들의 연대와 공동의 의제들을 만들어 가겠다는 상징적 의미가 담긴 ‘퀼트’를 ‘빈곤과폭력에저항하는여성행진’ 측이 개별 제작하면서 두 개의 퀼트, 반쪽짜리 행사가 되고 말았다. 이렇듯 한국에서 벌어진 일련의 헤프닝은 곧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성매매 논쟁의 지형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성매매냐 '성노동'이냐

성매매 VS '성노동'

1995년 5월 850명의 여성들이 10일 동안 빈곤제거를 위한 대책을 요구하며 퀘벡 행진을 주도하면서 ‘세계여성행진’의 모태가 된 ‘퀘벡여성연맹’의 매춘과 '성노동'에 관한 연구위원회를 통해 여성운동 안에 성매매에 관한 현격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당면하게 된다.

퀘벡여성연맹 안에서의 논쟁 구도는 크게 스텔라그룹과 몬트리올여성교육행동센터 그룹(몬트리올 그룹)으로 나눌 수 있는데 스텔라 그룹의 경우 성매매 여성을 ‘성노동자’로 규정하며 '성노동자'들의 자기조직화과정 속에서 주체화되는 것을 강조한다. 또한 스텔라 그룹은 '성노동자' 운동을 그녀들에게 씌워졌던 ‘창녀’라는 사회적 낙인에 대한 투쟁으로 보고 '성노동'에 대한 비범죄화를 주장함으로써 성산업 전반에 대한 그녀들의 자율성을 확보를 제안하고 있다.

퀘벡여성연맹의 몬트리올 그룹의 경우는 ‘성노동자’ 운동을 주장하는 성매매 여성들이 ‘자발적 성매매’를 근거로 비범죄화를 주장하는 것에 대해 강제된 성매매와 자발적 성매매로의 구분 자체를 부정하고 성매매를 남성에 의한 여성억압의 연속체로 파악한다. 그러므로 성매매 여성들이 이러한 폭력의 고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성의 탈범죄화를, 성산업에 의해 이윤을 챙기는 포주는 범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입장이다.

양 여성운동 진영은 여성의 빈곤화와 성적 착취라는 사회구조적인 요소들이 여성을 성매매로 내모는 원인이라는 것에 함께 동의하고 또한 그러므로 궁극적으로 성매매는 사멸되어야 한다는 점에서도 동의하면서 이를 위한 선결 과제 및 투쟁 방향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성매매 VS '성노동''의 여성운동 진영이 한 남성에게 국한된 여성을 좋은 여성으로, 남성'들'에게 속한 여성을 창녀로 구분 짓는 가부장 체제와 신자유주의 세계화 흐름에서 지속되고 있는 여성의 빈곤화를 여성이 성매매에 끊임 없이 유입되고 있는 원인으로 동일하게 지적하고 있다는 것이다.

  평택에 위치한 집결지의 밤거리 모습
결국 쟁점이 되는 부분은 첫째, ‘남성과 여성 간 성욕의 차이가 있는가?’ 둘째, ‘성매매가 노동이 될 수 있는가?’ 셋째, ‘자발적 성매매라는 것이 가능한가?’ 넷째 ‘성매매는 폐지되어야 하는가?’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왜 남성이 여성보다 성적 서비스에 의존하며 여성의 육체와 성욕의 판매가 다른 ‘노동’과 왜 다르며 어떻게 다른지, 또한 성매매가 여성의 자유로운 선택의 문제인가 등에서 입장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는 방대한 논쟁 구도의 진정한 문제점은 법률 체계에 대한 찬반 논쟁구도로 몰고 가면서 성매매의 근본적 원인과 해결방안에 대한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성노동'을 주장하는 입장에 대해서는 성매매 자체를 인정해버리는 것으로, 성매매 금지주의 입장에 대해서는 법의 존재만으로 성매매 근절 운운하는 것에 대한 안이한 운동으로 서로를 치부하면서 진행되고 있다는 것.

또한 이러한 논쟁은 각 국의 성매매 정책을 근거로 한 사례를 절대화하며 각 주장의 근거로 삼고 있다.

성매매에 관한 각국의 입장에 대해서

성매매를 둘러싼 정책적 경향을 성매매의 처벌여부로 분류하면 금지주의, 비범죄주의, 합법적 규제주의로 정리할 수 있다. 금지주의는 모든 종류의 성매매 행위를 법적으로 금지하는 것으로 일본, 대만, 미국(네바다주 제외), 한국이 이에 속한다. 비범죄주의는 성매매 행위 자체를 처벌 규정이 존재하지 않으나 성매매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영국, 프랑스, 브라질 등이 이러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합법적 규제주의는 일정한 형태의 성매매를 법적으로 인정, 일정 지역에서만 성매매가 허용되고 성매매 여성은 등록되거나 의료감시체계 등을 이용하며 세금을 내기도 하며 네덜란드, 독일, 미국 네바다주 등이 비범죄주의를 택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체제 하에서 미성년자 성매매, 성매매 알선과 착취, 인신매매 등 강제에 의한 행위는 금지된다.

선택적 비범죄화 스웨덴

스웨덴은 1991년 ‘성적서비스구매금지에관한법’을 제정하며 ‘선택적 비범죄주의’를 채택한다. 이는 현재 한국의 주류 여성운동진영에서 추진하고 있는 ‘성매매 여성만을 비범죄화’하는 법률안을 채택한 것.

스웨덴은 법안 통과 이후 대대적인 교육 캠페인을 통하여 성을 구매하는 것은 곧 불법적 범죄행위임을 각인시키는데 주력하고 성매매 여성이 포주로부터 분리될 수 있는 경제적 도움과 주거지 지원, 직업 알선 서비스, 의료 서비스 사업을 꾸준히 진행시켜왔다.

스웨덴의 ‘선택적 비범죄주의’는 성매매 여성을 남성의 욕구와 사회구조적 폭력의 피해자로 인식한데서 비롯된 것으로 거리 성매매가 줄어드는 효과를 얻은 반면 해외원정 성매매, 인터넷을 통한 성매매 등 성매매가 음성화 되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비범죄화를 택한 영국

영국은 대표적인 성매매 비범죄주의 국가로 성매매에 관한 법률이 없다. 그러나 성인이 단독으로 성을 파는 행위에 한정하여 처벌하지 않을 뿐 성범죄법(Sexual Offences Act)에 의거해 매춘을 목적으로 한 인신매매 그리고 상업적 목적을 위한 아동, 성인에 대한 성적 착취 행위에 가담자에 대해서는 강력한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또한 거리 성매매, 호객행위, 성매매로 이득을 얻는 행위 등은 불법이다.

또한 영국은 성매매 여성에 대한 사회복지 서비스를 적극 지원하고 성매매 방지를 위한 성구매자 교육 등 다양한 정책들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동유럽이나 중국계 범죄조직이 자국 여성들을 인신매매로 유입하는 성매매 사례가 증가하면서 최근 잉글랜드와 웨일즈에서는 거리에서 성을 구입하려는 행위를 처벌하는 법 제정 움직임이 대두되고 있다.

이와 반대로 올해 1월 27일 영국의 리버풀 시의회는 주민여론조사를 통해 성매매 특별관리구역의 설치에 83%의 찬성을 얻어내면서 ‘매매춘 관리지역(공창)’ 설치를 최종 결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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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 성노동운동 , 퀘벡여성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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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ose atenien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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