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화는 위험, ‘성노동자’운동 조건 형성을"

23일, ‘성매매방지법 1년 평가와 성노동자운동의 방향과 전망’ 토론회 열려

“성매매방지법의 찬/반 구도를 넘어서자”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된지 1년이 되었다. 성매매방지법 시행 1년을 맞아 각 계의 평가와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3일 고려대학교에서는 민주성노동자연대, 사회진보연대, 세계화반대여성연대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성노동연구팀, 노동자의힘 여성활동가모임 주최로 ‘성매매방지법 1년 평가와 성노동자운동의 방향과 전망’이란 제목으로 성매매방지법 이후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한국에서의 ‘성노동자’운동에 대한 평가와 논의가 진행되었다.

이 자리에서는 직접 성매매 현장에서 ‘성노동자’운동을 제기하고 있는 민주성노동자연대를 비롯한 ‘성노동자’운동을 지원하는 여성, 사회 단체들의 논의가 진행되었다. 현재 성매매와 ‘성노동자’임을 선언한 성매매 여성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열띤 논쟁의 모습을 보여주듯 많은 사람들이 함께 토론회에 임했다. 토론회에서는 ‘성노동자운동의 이해와 과학화’라는 제목으로 이희영 민주성노동자연대 대표가, ‘우리는 왜 성노동자운동에 연대하는가’에 대해 호성희 사회진보연대 여성국장이, ‘’피해‘와 ’보호‘의 이중주, 성매매방지법을 넘어’라는 제목으로 김경미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성노동연구팀이, ‘성매매방지법 1년 평가와 성노동자운동’이라는 제목으로 이황현아 노동자의힘 여성활동가모임이 발제를 진행했다.

토론회 주최 측은 ‘기획의도’를 통해 “성매매 여성들의 시위가 촉매제가 되어 성매매방지법에 대한 찬/반 구도 속에서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 투쟁을 했던 성매매 여성들은 또 다른 낙인을 경험했다. 똑같이 주장을 하고 시위를 하더라도, 하나의 목소리로 인정되고 있지 않은 현실을 경험하고 나서 그녀들은 자신을 노동자로서 자기조직 할 필요성을 더욱더 느끼게 되었다”며 ‘성노동자’운동의 필요성에 대해 밝혔다.


토론회는 ‘성노동자’운동을 지원하고 지지하는 여성, 사회단체들의 성매매방지법의 한계에 대한 평가와 왜 현재 한국에서 ‘성노동자’운동이 필요한가를 공유하는 자리였으며, ‘성노동자’운동을 지원, 지지하는 여성, 시민단체들이 안정적인 틀거리를 구축하고 연대의 활동들을 할 수 있는 네트워크 구성의 필요성의 제기도 이어졌다. 토론회 발제자들은 공통적으로 “성매매방지법의 가장 큰 성과는 ‘성노동자’운동의 출현이다”고 평가하고, “성매매 문제 해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성매매 여성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이다”며 “성매매 여성에 대한 피해자화는 여성의 주체적 활동을 힘들게 하는 측면이 있으며 이것을 넘어 성매매 여성들이 스스로 운동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해야 함”을 주장했다.

이희영, “우리는 자기 조직화를 통해 인간임을 선언했다”

첫 번째 발제로 이희영 민주성노동자연대 대표가 나섰다. 민주성노동자연대는 전국성노동자연대의 설립을 주도한 세력으로 지난 8월 27일 출범선언문을 발표하고, 평택 집결지를 중심으로 민주성노동자연대 노동조합 12대 강령 선언에 이어 9월 6일 민주성산업인 연대와 단체협약 체결을 통해 근로시간 및 휴일을 명문화 하는 등의 활동을 만들어 오고 있다. 이희영 대표는 “우리는 강령을 통해 성노동자들의 인간선언을 하고자 한다”며 “부득이한 경제적 조건에서 스스로 ‘성적 서비스업’을 선택한 다수 여성들에게는 국제사회에서 무리없이 통용되는 ‘성노동자’란 말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하고, “성매매 피해여성이란 말은 우리들이 주체가 되어 노동자로서 권리선언을 하고 조직화하는데 오히려 걸림돌이 될 뿐이다”고 밝혔다.

이어 이희영 대표는 ‘성노동자’ 조직의 설립 이후 끊임없이 문제제기 되고 있는 업주와의 관계나 선불금 문제를 동등한 위치에서 풀어가고 있다고 주장하고, “필요한 것은 가족부양을 비롯한 생계유지에는 정기적이고 지속적인 일정한 수입이 필요한 까닭에 성노동을 선택하고 있다”며 “그녀들의 극한적 경제상황을 일거에 해결해 줄 수 있는 곳은 어느 곳에도 없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함께 논하지 않으면 성매매 문제 또한 해결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희영 대표는 국제적인 ‘성노동자’운동 단체들과의 연대는 물론이며 국내적으로 상시 가동할 수 있는 공동대책위원회 같은 논의구조를 통해 정기적으로 의견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성매매의 과잉이 성매매의 구조적 원인을 변화시키는 가운데 해결될 수 있는 것이라면 ‘대안적 축소론’과 비범죄주의 혹은 합법적 규제주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기하기도 했다.

호성희, “성매매는 여성일반이 겪는 문제들이 중첩되어 나타나는 것”

  호성희 사회진보연대 여성국장

호성희 사회진보연대 여성국장은 성매매방지법에 대한 평가와 성매매 여성들의 주체적 운동을 위해 ‘성노동자’운동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호성희 여성국장은 “성매매는 여성의 빈곤, 노동, 성의 상품화, 가족 제도 하에서 억압당하는 여성의 성욕 등 여성일반이 겪는 문제들이 중첩되어 드러나는 복잡한 사회구조적인 문제이다”며 “성매매는 개별행위자들의 행위를 처벌함으로서 근절될 수 없으며, 사회구조적인 지배, 착취, 촉력의 문제로 쟁점을 확대하고 성노동자들의 주체화와 조직화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측면에서 성매매 비범죄화를 주장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호성희 여성국장은 여성가족부의 성매매 정책이 ‘정상가족’이라는 범주를 강화시키고 있으며, 지역재개발 사업과 맞물려 진행되는 성매매 근절이 성매매 여성들의 자활과는 달리 집결지에서 몰아내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호성희 여성국장은 “집중단속으로 인한 집결지 성매매 여성들의 생존권은 산업구조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과정 정도로 무시되고 있다”며 “이는 성매매 방지법이 경제적 빈곤으로 성노동을 해야만 하는 여성들의 현실을 전혀 바꾸어내지 못할뿐더러 성노동을 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폭력과, 착취, 인권 유린 등의 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인 대응이 불가능함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러한 상황에서 성매매방지법 추진을 주도한 여성운동은 법과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를 대신해서 법과 제도를 시행하고, 운동의 비판능력과 역동성을 잃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자기비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경미, “피해자화가 가해자를 불러낼 수 있지만, 성매매 여성들은 수동적인 존재로”

  김경미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성노동연구팀

김경미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성노동연구팀은 성매매방지법에서 성매매 여성들을 ‘피해자화’하는 것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현재의 여성운동이 국가의 얼굴을 닮아가고 있음을 비판했다. 김경미 씨는 “성매매 여성들의 생존권 투쟁은 누가 보아도 당황스러운 사건이었으며, 피해자가 피해자의 목소리를 내기 않고 당당하게 피해여성이 아니라고 주장했으니 이는 여성계가 이전의 법안과 다른 내용으로 강조했던 피해자론과 정면으로 대치되는 것이었다”고 전하고, “성매매 여성들의 시위는 성매매에 대한 새로운 문제 제기가 필요함을, 당사자의 입장을 고려한 문제 해결이 필요함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경미 씨는 “성매매방지법의 특징은 성매매 여성들이 피해여성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며 “성매매 피해 여성이라고 명명하는 순가 남성 구매자, 성매매 알선자, 성매매를 하도록 한 사회 구조를 가해자로 불러낼 수는 있지만, 성매매 여성들은 단지 보호받아야 하는 수동적 존재로 만들 뿐이다”고 ‘피해자화’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또한 김경미 씨는 “분명한 것은 여성가족부 및 여성계는 여전히 ‘생존권’을 주장하는 여성들의 목소리에 별로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하고, “성매매방지법이 만들어지고 시행되는 과정을 보면 이제 여성운동은 국가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성매매 문제에 접근하는 하나의 길만 닦아놓고 그 길로만 가게 하는 것은 다분히 폭력적으로 느껴진다. 다양한 길이 있음을 인정하고 성노동자 운동에도 길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며 법만을 강조하는 여성단체들을 비판했다. 김경미 씨는 지난 4월 서울여성영화제 국제포럼에 나온 김문희 씨의 말을 인용하며 발제를 마쳤다. “김문희 씨는 ‘저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집결지에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라고 했다. 집결지에서도 꿈을 갖게 하는 것, 그것이 꿈일 수는 없는가”

이황현아, “여성해방과 노동해방이 만나는 지점으로서 성노동자운동"

  이황현아 노동자의힘 여성활동가모임

마지막으로 노동자의힘 여성활동가모임에서 나온 이황현아 씨는 의식개혁, 단속, 처벌, 구제, 자활 만을 강조하고 있는 여성가족부와 주류여성운동을 비판하고, 성매매 여성들이 자신의 요구를 충분히 말 할 수 있는 조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황현아 씨는 “기간 노동운동에서의 성 맹목에 대한 자기반성과 더불어 기본적인 운동의 원리부터, 여성의 노동의 가치에 대한 재평가와 경제학적 관점에서 성노동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며 “여성운동과 노동운동이 함께 하지 않으면 운동의 발전은 없다. 노동운동에서도 성노동자들의 요구와 외침에 대해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또한 이는 여성들의 노동 가치가 어떤 방식으로 생산되는지에 대한 연구를 위해 맑스주의의 재구성과 여성주의 정치경제학 등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황현아 씨는 “현재 노동운동에서 극단적인 논쟁구도를 넘어 어떻게 성노동자들이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데 어떻게 함께 할 것인가에 대한 빠른 고민이 요구된다. 이는 여성해방과 노동해방이 조우하는 방식이어야 한다”며 “생존권, 노동권, 인권이라는 것은 일하는 사람들이 공통으로 추구해야 할 보편적인 가치이다. 하기에 보편적 가치를 형성하기 위한 운동에 대한 연대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또한 성노동자 운동이 현재의 노조운동으로 표상되는 노동운동을 운동의 형태로 생각하고 있는데, 현재의 노조운동이 남성중심적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성노동자들의 운동이 노조운동 뿐 아니라 여성들의 자유로운 네트워크 형식으로 구성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발제가 마무리 된 후 토론회에 참가자들과의 토론이 이어졌다. 세계화반대여성연대에서 온 엄혜진 씨는 “여성단체연합이 주최하는 토론회에서 온 필리핀 여성이 울음을 터트렸던 것은 현재 여성단체들이 성매매 여성들을 바라보는 시각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여성단체들이 성매매방지법 등을 통해 성매매 여성들을 불쌍한 존재, 피해자의 모습으로만 구축했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며 “여성단체들을 여성들을 가부장제의 피해자라고 봤다면 현재의 성노동자 운동에서도 빈곤의 피해자로만 보는 것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고 제기하기도 했다.

또한 다함께 정지희 기자는 “지금의 성노동자 논의가 성매매를 궁극적으로 폐절시키는 운동과 당장 존재하는 성노동자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해 구분해서 진행되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매매춘과 페미니즘, 새로운 담론을 위하여’라는 책을 쓰기도 한 이성숙 교수는 “성매매방지법을 제정한 것은 이전의 금지주의 정책이 낳았던 오류를 되풀이 하는 것에 불구하다”며 “집결지의 노동조건을 말하는 것은 자본주의에 살고 있는 모든 여성의 삶의 질을 좋게 만드는 논의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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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목록
  • 나그네

    성노동자를 옹호하는것이 진보주의인가??????????

  • 유목민

    성노동자의 존재를 인정하고 노동조건을 법으로 보장하는 것은 서구 자유주의 정치세력도 익히 하는 것이다. 굳이 보수, 진보를 따질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