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철 현대자동차 사장, "불법 파견 한 적 없다"

불법파견문제 다룬 국정감사, 해법 없이 비판만 무성


현대자동차의 불법파견 문제를 다룬 환노위 국정감사가 5일 오후 4시 대구지방환경청에서 열렸다. 부산지방노동청과 대구지방노동청을 대상기관으로 한 이날 국정감사에는 윤여철 현대자동차 사장을 비롯, 이상욱 현차노조 위원장과 안기호 현자비정규직노조 전 위원장이 증인으로 출석하여 주목을 끌었다. 함께 증인으로 채택된 현대자동차 협력업체 대서공영의 이병식 사장은 무단으로 불출석했다.

윤여철 사장과 이상욱 위원장을 증인으로 신청한 우원식 열린우리당 의원, 안기호 전 위원장을 증인으로 신청한 단병호 위원은 다른 위원들보다 두 배 정도의 시간을 할애해 집중적인 질의를 했다.

윤여철 사장은 여야 위원들의 질의에 시종 '잘 모르겠다', '알아보겠다', '나중에 서면으로 제출하면 안되겠나'는 대답을 반복해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다. 심지어 "불법 파견을 한 적 없다", "비정규직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취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 모든 질문에 답변하기 어렵다는 윤여철 사장의 태도에 많은 위원들이 비판의 발언을 했고,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은 "사장 취임 전에도 노무관리담당 부사장이었으므로 모든 문제를 다 알고 있을텐데 왜 그러시나"며 항의하기도 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윤여철 현대자동차 사장, 이상욱 현차노조 위원장, 안기호 현자비정규직노조 전 위원장(왼쪽부터)

이상욱 현차노조 위원장에 대한 요구사항이 쏟아져 나온 것도 주목됐다. 우원식 열린우리당 의원은 5공장 전환배치 과정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46명이 해고된 데 대해 "정규직 노조에서 동의해 주었고 사실상 정규직노조가 비정규직을 해고한 것 아니냐"며 이상욱 위원장을 집중 추궁했다. 그러나 안기호 전 위원장은 "해고 문제는 회사의 문제이지, 마치 노조가 노동자를 해고한 것처럼 말하는 것은 사실관계를 지나치게 호도하는 것이다"고 답변해 우원식 의원의 기대(?)를 저버렸다.

또 우원식 위원은 현대자동차의 공정거래법 위반, 매년 제품원가를 깎아 부당이득을 취해온 과정을 윤여철 사장에게 추궁하면서도, 대덕사 노동자들의 투쟁에 현차노조가 적극적으로 함께 하지 않았다며 양쪽 모두에게 공세를 펼쳤다.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은 현대자동차가 협력업체에게 노동자 사찰 보고서를 작성하게 한 사실과 하청노동자들을 직접적으로 관리, 통제해온 내용이 담긴 증거자료들을 제출하고 "이 정도로 명백한 사용자성을 유지해 왔으면서도 불법 파견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나"라고 질문했지만 윤여철 사장은 "노동부의 판결을 승복할 수 없다, 하청업체에 개입한 적 없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증거 자료 앞에서도 '그런 적 없다'고 발뺌하는 윤여철 사장에게, 단병호 위원이 "사실이 확인되면 위증에 따른 처벌을 받겠느냐"고 묻자 "맞는 자료인지 파악해 보겠다"며 물러섰다.

단병호 위원에 의해 발언 기회를 얻은 안기호 전 위원장은 "거짓말쟁이 대회장에 온 것 같다"고 운을 떼고 "비정규직노조 위원장이라는 이유만으로 네 번의 해고를 당했다. 해도해도 너무하는 것 아닌가. 현대자동차가 자동차업계로선 세계 5위라지만 탄압은 세계 1위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방이 계속되자 이목희 열린우리당 의원이 절충안(?)을 내놨다. 2년 이상된 파견노동자에 대해서 단계적으로 정규직화하는 방안을 이야기하며 노동조합도 내놓을 수 있는 것은 내놓는 '빅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윤여철 사장은 "고용의 유연성이 확보되고 생산성이 확보된다는 전제 조건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안기호 전 위원장은 "윤여철 사장, 정몽구 회장의 태도가 변하지 않고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답했다.

김영주 한나라당 의원은 현대자동차의 비정규직노조 탄압에 대해 물었다. 지난 8월 비정규직노조의 서쌍용 사무국장 납치사건에 대해, 윤여철 사장은 "서쌍용씨는 협력업체에서도 해고된 사람이고, 회사에 들어올수 없는 인물이 라인을 잡고 불법행동을 주도했기 때문에 피해가 막심했다, 폭력행위는 하지 않았다"고 진술해 경비대의 행동이 회사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음을 본의 아니게 시인했다.

이날 국정감사에는 여야 의원 할것없이 모두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심각성과 해결의 시급함을 주장했다는 점에서 주목되지만, 반면 실제적인 해결 방안 없이 노동자들의 희생, 정규직노동자의 양보만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안기호 현자비정규직노조 전 위원장 일문일답

-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한 소감이 어떤가
한마디로 실망스럽다. 실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모두 분명한 입장을 내오진 않은 것 같다.

- 증인으로서 못다한 이야기가 많을 것 같은데
윤여철 사장의 거짓말과 현대자동차의 탄압에 대해서 더 이야기하고 싶었다. 경비대를 동원해서 노조 간부를 폭행한 것을 당연하다는 듯 이야기하는 것이 못마땅했다. 그들에게는 자본만 있고 노동자는 없는 것이다. 그의 말대로 공장 내에서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면 경찰을 불러서 넘길 일이지 경비대에게 체포를 지시하면 된다는 논리가 황당할 뿐이다.

- 오늘 나온 여야 의원들의 질문과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에는 입장이 모아지는 것 같았지만 말 따로 실천 따로가 아닌가. 정부나 대기업이 주체가 되어 책임을 져야 한다. 특히 윤여철 사장은 오늘 증언에서 현대자본의 본질을 그대로 보여줬다. 노동부도 사측과 별 차이 없다.

- 이상욱 위원장의 증언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규직 노동운동의 현주소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5공장 해고와 관련해서 직접적인 합의를 한 것은 5공장 대의원회지만 (이상욱 위원장이 "노조는 반대했지만 5공장 대의원회가 합의해줬다"고 증언한 것에 대해)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

- 새로 당선된 2대 임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게 있다면
많이 어렵지만 힘내라는 말밖에. 비정규직노조는 힘들어도 희망을 만들어가고 있다. 운동의 의미를 함께 느끼고 함께 싸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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