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APEC, 즐거운 저항 대안적 상상력으로”

[NO-APEC FESTIVAL] 퍼포먼스, 힙합, 락 그리고 실험적인 영상들

보는 즐거움, 듣는 즐거움이 동시에


어스름하게 해운대 백사장에 어둠이 깔리면서 흔들리는 부산의 자유로움을 적당히 가리워낼 무렵 ‘NO APEC FESTIVAL’ 축제가 부산시민들의 발길을 잡았다. “Yo!” 힙합 정신과 락 음악, 젊은 영상활동가들의 반항적인 영상물들이 어우러지면서 ‘신자유주의 세계화, NO-APEC’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유쾌하고 즐겁게, 그러나 저항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문화제 내내 에어스크린으로 쏘아진 영상물들은 박도영 예술집단막 작가이자 노동네트워크 미디어 활동가의 비디오믹싱으로 이루어졌다. 박도영 활동가는 “2, 3개의 영상을 믹싱한 실험적인 영상 작업은 처음이라서 개인적으로 어려움이 많았지만 관객들이 신선하게 보아준 것 같다”며 “특히 이번 페스티발에서 영상뿐만 아니라 퍼포먼스, 모래조각 등 다양한 시도들이 있어 의미 있는 행사였고 노동집회에서도 이러한 문화제가 가능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부산여성단체 회원이라고 밝힌 임봉(27) 씨는 “세련된 영상과 젊음이 느껴지는 공연이었다”며 “물론 이곳에 모인 몇몇의 사람들은 공연에 1차적 관심이 있어 왔겠지만 NO APEC 하면 과격하게만 느꼈던 사람들이 APEC의 부당함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공연의 취지를 모른채 관람하는 관객들도 있었다. 윤관혁(25) 씨는 이 행사의 취지를 아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잘 모르겠다”며 “학교에서 모집하는 아펙 홍보도우미에 선정되었고 성공적으로 개최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문화제는 긍정적이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러한 행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는 관객들이 ‘문화제’의 비주얼한 측면만을 받아들이고 소비하는 경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이에 대해 하주영 공동체라디오연구모임씨알 연구원은 “관람객들이 익숙한 주류 방식대로 문화 자체를 소비적으로 느끼고 있다”며 “상업적으로 소비하는 방식으로 이러한 문화제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한계가 있지만 문화적으로 접근하는 이러한 움직임들은 계속되어야 하며 이번 행사의 슬로건과 같이 보다 대안적인 방식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하주영 연구원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미디어 및 문화 활동가들이 산발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가 이번을 계기로 연결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즐거운 저항, 대안적 상상력으로”

‘NO-APEC FESTIVAL’은 ‘즐거운 저항, 대안적 상상력으로’ 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되었다. 부산 해운대 백사장에서, ‘부산국제영화제’가 화려한 그들만의 축제를 하고 있는 동안에, APEC 정상회의라는 노무현 정권의 야심찬 국제행사를 불과 30여일 앞둔 시점에서 등 이 모든 수식어만으로도 ‘즐거운 저항, 대안적 상상력’ 그대로다.

또한 이를 톡톡히 반영하고 있는 것이 8일 상영되고 이훈규 감독이 제작한 교육용영상물 ‘WANTED! 아펙기동대 부산회동’이다. ‘WANTED! 아펙기동대 부산회동’은 미국의 주도하에 시행되고 있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자유무역과 개방을 강화하는 세계질서를 만들기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는 APEC 정상회의를 풍자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합성이지만 수영복 차림의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수영복 패션은 이 영화의 압권이다.

관람하던 박성관(20)씨는 “아펙이 좋은 것인줄 알았는데 보고나서 미국이 뭔가 안좋은 것을 계속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 같다”며 “진짜 안 좋은 것이라면 과격하더라도 꼭 막아내야 할 것”이라고 영상물 소감을 밝혔다.

개막 퍼포먼스는 ‘화물연대’ 촛불집회

한편 신자유주의세계화와아펙에반대하는미디어문화행동과 문화연대 주최로 열린 ‘NO-APEC FESTIVAL’은 7일 ‘투웬티 원 스캇’, ‘루키 독 슈퍼스타즈’ 등의 락 공연과 ‘이것이 민주주의다’ 영화상영으로 진행되었다. 8일은 하이포닉, 카미로, MHIS 등 힙합그룹의 공연과 ‘알고 싶지 않은..’, ‘킬로미터 제로’ 등의 영화상영의 순서로 진행됐다.


특히 첫날이던 7일, 개막선언과 함께 퍼포먼스로 화물연대의 촛불집회가 열렸다. 이날의 촛불집회는 서면에서 27일째 진행되던 것을 해운대 앞바다로 옮겨온 것. 최준영 문화연대 활동가는 “아펙을반대하는부산시민행동 측에서 노아펙페스티발로 촛불집회를 옮겨오는 것을 제안했다”며 “아펙 투쟁이라는 것이 아펙정상회의만 바라보는 투쟁이 아니라 기층민중의 투쟁과 분리될 수 없으므로 그런 의미에서 부산에서 계속되고 있는 화물연대의 투쟁이 ‘NO-APEC FESTIVAL’과 결합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황대섭 화물연대 서경지부 경기동부지회 지회장은 “이런 투쟁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것”이라며 “김동윤 열사의 분신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만족할만한 대답을 주지 않고 있고 이런 식이라면 화물 노동자들은 계속 죽어나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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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펙반대국민행동 , 노아펙페스티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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