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특혜 주려 지하철 출입계단 철거·인도 축소?"

광진구청, 특정 기업에 특혜 의혹 제기돼

고엽제전우회를 동원한 건대입구역 1번 출입구 계단 기습철거

최근 광진구청이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기 위해 지하철 출입계단을 철거하고, 보행자 인도를 축소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3일 새벽 서울지하철 건대입구역에는 군복을 입은 예비역 군인들이 대거 모여들었다. 민방위 훈련 혹은 예비군 훈련을 하는 날도 아니었던 이날 모인 이들은 ‘고엽제전우회’ 소속 회원들. 한쪽 옆구리에는 가스총을 찬 고엽제전우회 소속 예비역 군인 200여 명은 이날 새벽 5시 경부터 기습적으로 건대입구역 1번 출입구 계단을 철거했다. 이들은 이날 계단 철거에 항의하는 인근 노점상들을 ‘제압’하고, 중장비를 동원해 신속하게 계단을 철거했다.

[출처: 전노련]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날 철거는 광진구청 관계자들이 직접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한 노점상에 따르면 “군복을 입은 예비역 군인들이 1번 출입구 계단 인근을 봉쇄하고, 항의하는 노점상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며 “당시 현장에는 광진구청 부구청장이 나와 있었고, 직접 철거 과정을 진두지휘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당시 고엽제전우회 소속 회원들이 노점상들에게 폭력을 행사할 때 현장에는 경찰이 있었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구청의 지휘와 경찰의 묵인 속에 강제 철거와 노점상에 대한 폭력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광진구청, “철거, 구청이 하지 않았다”

이 같은 현장 목격자들의 주장에 대해 광진구청 도시개발과 관계자는 “구청이 용역철거반원을 동원하거나, 철거를 직접 진행하지 않았다”며 “철거공사를 진행한 주체는 한림건설”이라고 책임을 피해갔다. 그는 또 “부구청장이 현장에 나간 것은 지하철 출입구 계단이 공공시설이고, 이전에 한림건설 측과 인근 노점상들과 마찰이 있어 왔기 때문에 현장 확인 차 방문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구청의 허가 없이 공공시설을 사기업 마음대로 철거할 수 있는가”라는 참세상의 질문에 “이미 한림건설은 철거에 대한 공식 허가를 받은 상태였다”라고 짧게 답했다.

  흉물스럽게 철거된 채 방치되어 있는 건대입구역 1번 출구 계단

돌아가더라도 한림타워를 거쳐 지하철을 이용하라?


인근 노점상들과 지역 주민들은 이번 강제철거에 대해 “주민들이 철거반대 서명을 받아 구청에 제출했는데도 불구하고, 구청이 왜 계단 철거를 하도록 그냥 두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구청의 해명과 달리 지역주민들은 “이번 계단 철거가 최근 건대입구역에 들어선 한림타워 측에 특혜를 주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림타워는 한림건설이 세운 지하 5층 지하 19층 규모의 주상복합건물이다. 기존 지하철 1번 출입구와 근접해 있는 이 건물에는 자체적으로 지하철 개찰구와 인도를 잇는 통행로가 만들어져있다. 기존 1번 출입구 계단을 이용하면, 이 건물을 통하지 않고 바로 지하철역으로 접근하거나 인도로 내려올 수 있었다. 그러나 기존 계단이 철거되면서, 앞으로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반드시 이 건물을 거쳐 통행해야 한다. 문제는 기존 1번 출입구 계단을 이용할 때 보다 시민들의 보행거리가 두 배 가량 길어진다는 것. 기존 계단을 이용할 시 약 15m 정도를 이동하면 지상의 인도로 내려올 수 있었으나, 향후 시민들은 이 건물 내부를 통해 30-40m 가량을 우회해 지하철을 이용하거나, 인도로 내려올 수 있다.

  철거된 계단 뒤로 한림타워로 이어지는 출입구가 보인다

때문에 지역 주민들은 “1번 출입구 계단이 철거되면서 이익을 보는 곳은 한림타워뿐이고, 시민들은 계단 철거로 보행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분양을 시작한 한림타워 측 역시 지하철 1번 출입구와 직접 연결되어있어 유동인구가 풍부하다는 점을 적극 홍보하고 있는 실정이다.

힌편. 광진구청 도시개발과 관계자는 “성수동 쪽에서 출입하는 시민들의 경우에는 보행거리가 길어진 게 사실이나, 건대 먹자골목 쪽에서 진입한 시민들의 경우에는 오히려 보행거리가 단축되었다”며 특혜의혹과 보행권 침해 주장을 반박했다.

주상복합건물 주차진입로 확보 위해 인도축소?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은 계단 철거뿐이 아니다. 광진구청은 계단 철거 이전에 한림타워 앞으로 나있던 인도를 축소하고, 도로를 확장했다. 당초 한림타워와 기존 1번 출입구 앞에는 폭 6m 가량의 인도가 있었다. 그러나 광진구청의 도로확장공사로 현재는 인도 폭이 2.7m로 대폭 줄어든 상태다. 광진구청은 이에 대해 교통혼잡을 줄이기 위한 도로확장공사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지역 주민과 노점상들의 입장은 다르다.

김경림 전국노점상연합(전노련) 선전국장은 “교통량 때문에라도 대형건물이 들어설 수 없는 곳에 건대입구라는 상권하나만을 믿고 들어선 한림타워는 아직 준공허가도 떨어지지 않았다”며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교통영향평가에서 부적절한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림타워 지하주차장 출입구. 바로 왼편으로 한림타워로 이어지는 계단이 보인다

새로 들어선 한림타워에는 375실 규모의 오피스텔 및 상가가 입주할 예정이다. 그만큼 이 건물에 입주가 완료될 경우 인근 주변 도로의 극심한 교통체증이 예상된다. 그런데 한림타워 측은 아직까지 건물 주차장을 드나드는 진입로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이미 분양을 진행 중인 이 건물은 현재까지 정식 사용승인과 준공검사를 받지 못하고 있고, 때문에 구청이 인도를 줄여 주차장 진입로를 확보해줬다는 것이 지역 주민들의 주장이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이 건물의 주차장 입구는 23일 철거된 계단 바로 밑 부분에 위치하고 있어 여러 가지 의혹을 자아내고 있다.

건대입구역을 매일 아침 이용한다는 한 시민은 인도 축소에 대해 “기껏 3m 정도 도로를 늘리고, 그마저도 한림타워의 주차장 진입로로 쓴다고 하는데, 교통 혼잡이 해소되겠는가”라고 반문하며 “교통혼잡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애초에 안 그래도 혼잡한 이곳에 이런 대형 건물 건축허가를 내주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광진구청 측은 인도축소를 둘러싼 이 같은 지적에 대해서도 “인도축소는 새 건물을 신축할 때 마다 3.5m를 후퇴해 도로를 조성하게 되어있는 서울시 도시관리계획에 따라 진행된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축소된 인도. 당초 왼쪽 기둥있는 부분까지 인도가 있었다. 멀리 구름다리가 보인다

전노련, “기업에 특혜주려고 없는 사람들 짓밟나?”

계단 철거와 인도축소를 둘러싼 여러 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23일 철거과정에서 용역철거반원들로부터 폭행을 당한 노점상들의 불신은 극에 달해 있었다. 기존 1번 출입구 계단 부근에서 8년 째 노점상을 하고 있는 강 모 씨는 “작년에 이미 노점상을 비롯해 지역주민의 반발에 부딪쳐 광진구청은 계단철거 계획을 철회하고, 대신 구름다리를 건설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용역들을 동원해 계단을 철거하고, 노점상 천막까지 다 부수었다”고 성토했다. 그는 이어 “계단 철거와 인도 축소는 있는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없는 사람들을 짓밟는 구청의 비열한 작태”라고 읍소했다.


전노련 역시 지난 28일 한림타워 앞에서 대규모 집중 집회를 열고 광진구청과 한림건설 측의 이번 철거와 인도축소 조치를 강하게 규탄했다. 이날 집회에서 전노련은 “이번 기습 철거는 지역 시민들의 보행권을 무시한 것일 뿐만 아니라 8년여 간 계단 앞에서 장사를 해온 노점상의 생존권을 외면한 처사”라며 “한림타워 사장의 이윤추구만을 염두에 둔 폭거”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들은 광진구청에 대해 △계단 철거 과정에서 벌어진 폭력사태 책임자 처벌 △노점상에 대한 근본대책 수립 △한림타워 측에 대한 특혜과정 공개와 사과 등을 요구했다.

  28일 집회를 마친 후 항의방문을 위해 한림타워 진입을 시도하는 전노련 회원들과 이를 막는 경찰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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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노점상연합 , 광진구청 , 건대입구역 , 1번 출입구 , 한림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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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_-

    우리 동네에서 저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군.
    오늘도 건대입구역 통해서 학교를 갔는데,
    내가 잘 가지 않는 입구가 철거된 모양이다.
    그러니 알 리가 있나 쩝.

    내일은 좀 일찍 나가서 둘러봐야겠다.

  • 매일 2번 출구로만 다녀서 몰랐던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