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 의료체계, 더 죽고 더 비싸고”

힘멜스타인 교수, "미국인구의 16% 의료보장체계로부터 완전 방치"



“다른 나라가 미국처럼 되지 않기를 바란다”

영리병원 허용과 의료시장 개방을 골자로 한 제주특별자치도입법안이 보건사회단체들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는 가운데 11일 ‘아시아보건포럼2005’ 개막 첫 강연자로 나선 힘멜스타인 교수는 “신자유주의 의료체계가 도입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죽고, 오히려 비용은 더 많이 든다”며 “다른 나라가 미국처럼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버드 의대 교수이자 캠브리지병원의 지역사회의학과 과장인 힘멜스타인((David U. Himmelstein) 교수는 지난 1986년 창설된 PNHP의 핵심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올 2월 미국 내에서 연간 파산자의 50%에 달하는 2백만 명이 의료비 때문에 파산했다는 실증연구 결과를 발표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그는 이날 ‘영리병원과 민간의료보험 중심의 미국 의료’ 발제를 통해 미국의 의료체계의 현황과 문제점을 설명했다. 힘멜스타인 교수는 미국의 경우 국민의 66%가 민간의료보험에 의존하고 있고, 전체 인구의 16%인 4천 6백만 명이 의료보장체계로부터 완전히 방치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간 30만 명이 돈이 없어 병원에서 치료를 거부당하고 있지만, 미국병원에는 매일 20만개의 침대가 비어있다”며 미국 민간의료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의료비지출 세계최고 미국, 영아사망률 한국보다 높아”

  힘멜스타인 캠브리지병원 지역사회의학과 과장
선진국 중 유일하게 공적의료체계를 구축하지 않은 미국은 잘 알려져 있듯 전 세계에서 의료비지출이 가장 높은 나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평균수명률과 영아사망률 통계를 보면, OECD국가들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고, 한국보다도 높다. 힘멜스타인 교수는 “미국의 영아사망율은 캐나다의 하위 20%계층의 영아사망률보다 높다”며 “지난 40년간 신자유주의 의료체계를 도입한 미국과 공공의료체계를 구축해 온 캐나다를 비교해 보면, 의료비용 지출은 미국이 월등히 높지만, 의료의 질은 오히려 미국이 낮다”고 지적했다.

힘멜스타인 교수는 "미국의 지배계급은 의료가 매우 이익이 남는 상품이라고 생각한다”며 “때문에 다른 국가들에 대해서 무혁협정 등을 통해 의료시장을 개방하고, 상품을 팔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힘멜스타인 교수의 이날 강연의 핵심은 신자유주의 의료산업화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한국에 대한 일종의 ‘경고’였다. 그는 영리병원 도입으로 대표되는 의료의 시장화정책은 결국 사람의 생명도 구하지 못 하고, 비용도 절감하지 못 하는 자본만을 위한 정책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경고였다.

“좌측 깜빡이 켜고, 우회전 하는 참여정부의 보건의료정책”

힘멜스타인 교수의 ‘경고성’ 강연을 이어 받은 조홍준 의료연대회의 정책위원장 역시 현 정부의 의료시장화 정책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조홍준 교수는 참여정부가 당초 공약으로 제시한 공공의료확충, 평생건강관리체계 구축, 건강보장성 강화 등을 언급하며 “이미 기대를 접은 지 오래”라며 “오히려 당초 참여정부의 보건의료 공약과는 완전히 다른 소위 ‘의료서비스산업화 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듯 참여정부는 보건의료정책에 있어서도 왼쪽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을 하고 있는 꼴”이라고 읍소하며 “영리법인 병원 허용, 민간의료보험 도입과 역할 강화, 건강보험 당연지정 철폐 등으로 요약되는 의료시장화정책이 일단 도입되면 다시 되돌릴 수 없는 파괴적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홍준 교수는 “의료제도 개혁의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방점이 찍힐 곳은 시장화가 아니라 공공성, 보장성, 거시적 효율성”이라며 △공공의료 확충(30%) 및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80%) △의료시설과 고가 의료장비 과잉 해소방안 강구 △민간의료보험에 대한 사회적 규제 방안 마련 △비영리법인 병원에 대한 공적 지원 확대 △의료의 질 평가 및 결과 공개 등의 과제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