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호/동향] 복지국가의 종말

복지국가의 종말

세계사회주의 웹사이트 7/2

적녹연립정부와 재무장관 한스 아이헬은 복지정책의 축소를 제안하였다. 아이헬은 2000년 예산 가운데 총 300억 마르크를 삭감한다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으며 이 가운데 절반은 단일 최대 정부부처인 고용사회부에서 삭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처에서의 예산삭감은 128억 마르크에 이를 것이며 이러한 예산삭감은 결국 실업수당과 사회보조금을 포함하는 모든 사회복지비의 절대적 축소를 의미한다.
지난주 정부는 또한 의료보험과 연금제도에 대한 충격적인 "개혁안"을 발표했다. 독일은 수십 년간 유럽 내에서 가장 진보적인 복지국가 가운데 하나라는 평가를 받아 왔으며 실업자와 노약자에게 광범위한 서비스와 사회안전망을 제공해왔다.
새로운 예산안은 자본가들에게는 세금을 감면시켜 주고 노동자들에게는 세율부담을 증가시킴으로써, 독일 복지국가의 토대를 근본에서부터 파괴할 것이다. 수십 년 동안 노동자들이 공들여 모아왔던 많은 연금과 의료보험은 이제 국가의 통제에서 벗어나 주식시장에서 국제투기자본에게 흘러 들어갈 것이다.
여기서 독일 복지국가모델의 역사적 기원을 추적하는 것은 새로운 예산안의 정치적 의미를 평가하는 데 있어서 대단히 유용할 것이다.
독일 노동자에 대한 복지정책의 시작은 19세기말 비스마르크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철의 수상'이라고 불렸던 교활한 비스마르크는 독재정권의 유지를 위해서는 민중들에 대한 일정한 양보가 불가피한 조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시 빠르고 강력하게 성장하던 산업프롤레타리아트와 맞서야 했던 비스마르크는 1878년 사회민주당의 정치적 활동을 금지하여 노동자의 정치적 성장을 차단하고자 하였으며 이러한 반민중적인 법에 대한 노동자계급의 저항을 무마시키기 위하여 노동자계급에 대한 광범위한 사회보장 프로그램을 도입하였다.
1883년 의료보험의 기본적인 형태가 도입되었다. 1년 후, 노동자들은 산업재해에 대한 보상을 제공받을 수 있었으며 1889년에는 산재로 인해 더 이상 작업할 수 없는 노동자들에 대한 장기적인 재정적 지원을 보장하는 보험제도가 입법화되었다. 보험제도의 입법화는 노동자들에게 퇴직 이후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할 수 있는 연기금의 창설을 위한 것이었다.
20세기 독일의 복지제도는 계급 간의 분할이 최고조에 달할 때마다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급진화를 방
지하기 위한 타협책으로 정부에 의해서 개선되고 확장되었다(특히 바이마르 공화국과 2차대전 이후의 시기에 복지제도의 확장은 두드러진다). 복지국가 제도는 '연대'의 원칙에 기초해 있었으며 국가는 연금과 의료보험에 대해 노동자와 자본가 양 진영에 동일한 부담을 요구하였다.
복지국가의 발전을 매개로 한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의 밀월관계는 독일이 20세기 후반에 경험했던 정치적 안정과 경제기적을 가능케 했던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이번에 취해진 재정정책의 새로운 변화는 복지국가모델 안에서 자본가들이 노동자들에게 제공해야 했던 많은 경제적 부담을 감면시켜 주었으며 의료보험과 연기금 제도를 정부의 관할에서 시장의 변덕스러움으로 내맡겨 버렸다.
그러나 사민당과 녹색당은 재정 상의 거대한 손실과 연기금 및 의료보험제도에서 초래되는 "비용폭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이러한 "비용폭발"이라는 정부측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겔젠키르헨 대학의 하인즈 본트륜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난 20년간, 독일 국민총생산에서 의료보험제도가 차지했던 비중은 단지 5.87%에서 5.95%로 증가했을 뿐이다. 이러한 수치에 근거해 본다면, 의료보험제도와 관련한 과도한 재정 지출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으며 국가관리 의료보험제도의 재정적 문제는 독일통일 이후에야 발생하기 시작했다. 많은 부분에서 재정적 어려움은 비용폭발의 문제라기 보다는 높은 실업률과 낮은 임금수준에 기인하는 납부금의 감소에서 비롯되었다.
적녹연정은 대량실업(독일의 공식적 실업은 현재 4백만에 육박하고 있으며 또다른 수백 만명이 불완전 고용상태에 있다)을 피할 수 없는 사태라고 간주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규모 실업사태를 이용하여 값싼 노동력을 자본에 제공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의료보호

보건부 장관 안드레아 피셔(녹색당)는 개혁프로그램의 일부로 독일 보건정책의 커다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정기적으로 보험비를 납부해 오던 일반 노동자들과 전문직 종사자들은 병이 발생했을 경우 전문의를 찾아가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정부는 여러 의료보험 관련기관의 환자에 대한 상담과 치료의 실시를 규제했으며 의약품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해왔다. 그러나 새로운 조치의 시행으로 인해 이러한 규제는 이완될 것이며 관련기관들은 시장원리에 기반하여 민중들의 보건에는 관심을 갖지 않고 의료서비스의 비용절감에만 치중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조치로 인해 대부분의 질병치료는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한" 가정의(家庭醫)에 의해 치료될 것이며 많은 의료비용이 요구되는 전문의에 의한 치료 기회는 제한될 수밖에 없으며 입원 기간은 최소화될 것이다. 의약품에 대한 보조금 액수는 상당히 감소할 것이며 병원에 지급되던 국가보조금은 폐지될 것이다. 따라서 병원에 대한 자본투자는 축소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병원의 폐쇄와 서비스 축소를 야기할 것이다. 민간 보험사들은 이러한 구조조정 과정을 충실히 이행하는 병원들에 대해서만 보조금 지급의 의무를 질 것이며 환자들은 조립라인의 공산품처럼 획일적으로 처리될 것이다.
이러한 정책의 결과는 영국이나 네덜란드와 같은
많은 국가들의 경우에서 이미 관찰할 수 있다. 몇 년전 이들 국가에 도입되었던 유사한 조치들은 의료서비스의 심각한 악화를 초래했으며 만성질환자들을 포함한 모든 환자들은 병원치료를 받기 위해서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연금

전 노조위원장이자 노동부 장관인 발터 리스터(사민당)는 연금제도의 개혁을 제안했다. 초기에 리스터는 국가에 기반한 연금체계를 개혁하여 대안적인 민간 연금체계에 노동자들이 가입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그의 발표에 대한 노동자들의 강력한 저항이 야기되자 리스터는 강제조항을 삭제할 것을 발표해야 했다.
그러나 정부는 국가에 기반한 연금체계를 개혁하기 위한 조치들을 계속해서 마련해 갔으며 지금까지 연기금에 지불해오던 자본가의 분담금을 삭제하였다. 연기금에 부담되던 자본가들의 분담금은 일반 노동자들의 납부금 증가를 통해서 충당될 것이며 노동자들은 석유값과 가스, 전기세 인상 및 추가된 간접세로 더 많은 부담을 지게 될 것이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연금과 의료비에 대한 정부의 규제와 통제를 축소하고, 지출비용의 삭감으로 절약된 수십억 마르크를 주식시장에 추가로 지원하여 주식시장의 활황을 지속시키기 위한 것이다.
민간 보건분야에서의 연간 매출액은 이미 2500억 마르크에 이른다. 민간 보건 의약분야는 독일에서 가장 전망있는 분야로 평가받고 있으며 복지정책에 대한 정부의 발표가 있은 직후, 수십억 마르크 이상이 민간 보건 의약분야로 유입되고 있다.
아이헬의 정책은 광범위한 반대를 불러 일으켰다. 의약 회사들은 복지비의 삭감이 자신들의 이익에 영향을 미칠 것이며 연구작업에 요구되는 지출을 제한할 것이라고 불평했다. 의사와 간호사 등은 복지정책에 항의하기 위해 거리로 나왔으며 연기금 수혜자들 역시 아이헬의 정책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대다수 이해당사자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국한하여 정부의 불공정한 처분만을 불평했을 뿐, 보건과 복지 분야에 대한 시장논리에 대해서는 수긍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 변화로 인한 실질적인 피해자는 자유시장과 주식시장 이윤의 제단 위에서 장기적인 보호수단을 희생당한 대다수 노동대중이다. 정책 변화는 독일 내 빈부격차를 극대화시킬 것이며 이미 나토의 유고 공습으로 촉발된 독일의 정치적 불안정을 초래할 것이다.


태그

독일 , 복지국가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국제정보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