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발언2] 여성 인권의 관점에서 연구 원칙과 제도적 틀을

조이여울, "배아줄기세포 연구 자체로 인권침해 요소 있어"

참세상 좌담 '황우석 사태와 이성의 잣대'를 8일 오후 5시부터 참세상 사무실에서 약 세 시간에 걸쳐 진행했다.
좌담은 황우석 사태가 "하나의 신드롬이기도 하지만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모순이 집약되어 표출"되는 상황에서 "찬반토론이나 일방적인 비판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다양한 각도에서 차분히 돌아봄으로써 우리 사회 이성과 상식의 회복에 기여"한다는 취지에서 마련했다.
좌담은 한재각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 조이여울 일다 편집장, 나정걸 시민참여연구센터 회원, 이강택 KBS PD, 최용준 민중의료연합 대표 등이 참석, 1부는 모두발언으로 의견을 발표하고, 2부는 종합토론 방식으로 진행했다.



  조이여울 일다 편집장
많은 여성주의자들이 시국을 개탄하고 있다. 지금까지 추이를 봤을 때 지금 여성들한테는 담론 형성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당장 한나라당부터 시작해서 법안 만든다고 하는데 이게 뚝딱 만들 게 아니고 여성을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시행되는 과정이 제대로 되려면 지금의 상황에서는 여성들의 인권 차원의 접근과 논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전까지는 난자와 관련한 문제를 이야기하면서도 난자가 여성의 몸 속에 있는 것이고, 꺼낼 때도 호르몬으로 인위적으로 꺼내는 건데, 그러면서도 여성의 몸은 이야기하지 않는 것을 볼 때 우리 사회에서 여성 인권이 어디쯤 와있는가 보게 된다. 여성들조차 자기 몸의 권리라든가 여성 스스로 시각을 갖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에 더욱 이런 이야기를 계속해야 한다.

PD수첩은 중요한 문제를 다루었다. 하나는 매매된 난자를 미즈메디 병원에서 제공했다는 점, 하나는 여성들한테 어디에 사용되는 지 여부를 이야기하지 않은 점, 그리고 몸의 부작용이나 후유증도 이야기 안 하고 난자를 뽑아서 사용했다는 점 등이다.

그런데 여성연구원 난자를 사용한 것을 보도한 PD수첩도 한편으로는 꽤 실망스러웠다. ‘밝혀냈다’ 라는 차원에서는 사실보도를 했지만, PD수첩도 이런 중요한 문제를 다루면서 ‘여성인권침해’라고 명명하지 않았던 것 같다. 명확하게 여성 인권 침해를 좀더 부각해서 이야기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PD수첩이 예상치 못한 공격을 받으면서, 네티즌 98% 여론을 보면서, 이런 상황에 대해 여성으로서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어찌되었건 난자 매매를 통해 연구용으로 조달한 것이 밝혀졌다. 카드 빚진 여성에게 150만 원이면 난자 매매를 유도하게 된다. 이런 심각한 문제가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이게 아무런 문제가 아닌데 외국에서 뭐라 하니 꼬투리 잡혔다는 식으로 이야기되었다.

연구원의 난자를 사용한 것을 ‘네이처’가 문제제기를 한 데 대해 엉뚱하게 ‘동양의 정서’를 이야기하고, 언론은 동양적인 정서상 외국의 기준으로 보면 안 된다는 걸 많이 흘렀다. 그리고는 심지어 ‘난자가 그렇게 문제면 난자 모아주면 될 게 아니냐’ 이런 식으로 나왔다. 난자기증재단 같은 게 만들어지고, 난자 모으기 캠페인을 하고, 하루 밤에 몇 명이 모였다고 보도를 해댔다.

우려스러운 건 대중들은 지금 언론의 사실도 별로 알고 싶지 않다는 태도를 보인다. 보통 국가와 언론이 국민을 우롱하고 사실을 안 보여줘서 분노하는데, 지금은 국민들이 사실을 보기를 원하지 않는다. 언론도 거기 따라가고, 특히 여성 인권, 몸에 대한 건강권과 결정권에 대해 우리 사회는 거의 의식이 없다.

여성의 건강권이나 몸의 권리가 얼마나 취약한지에 대해선 산부인과에서 여성의 몸을 대하는 태도를 얘기해볼 수 있다. 여성들의 경험 물어보면 자궁에 문제가 있을 때 우리 나라 병원은 자궁 떼버리는 수술을 해왔다. 아마 우리 어머니 중 열에 하나는 자궁이 없을 거다. 야만적인 방법이다. 어떻게든 신체기관은 살려야 하는데 우리 병원들은 어차피 애 안 낳을 거면 자궁 들어내는 게 편하다는 식으로 갔다.

이게 지금 와서 문제가 되고 있다. 난소 하나라도 살리는 게 의료가 할 일이지 들어낸다는 게 얼마나 야만적인가. 자궁 관련 여성의 호소 많았지만 의사들은 자궁이 없으므로 심리적으로 생긴 문제이지 신체적 후유증은 없다고 일축했다. 외국에서 문제라고 하니까 이제야 조금씩 바뀌는 것 같다.

여성들이 출산 관련해서 병원에서 몸이 어떻게 대우받았나. 박정희 시절 산아제한정책 펼 때 파견요원들이 각 보건소로 나가서 실제적인 낙태를 유도했다. 영구불임시술도 경제적 지원책을 통해 유도했다. 국가와 병원이 합세해서 여성의 몸을 마음대로 주물렀던 역사가 있는 거다. 그러니 여성 스스로도 자기 몸에 대한 인식이 낮을 수밖에 없고, 병원도 여성의 몸을 소중하게 다루지 않는다.

난자 채취한 여성은 고통스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 호르몬제는 워낙 위험하다. 의사들 인터뷰하면 의사들은 별것 아니라고 함부로 이야기한다. 그걸 겪은 여성들과 시술하는 의료계 인식의 차이 속에서 여성 인권이 낮게 취급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지금 불거진 문제를 토대로 여성 인권의 차원에서 재구성해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인공수정 관련한 체계를 마련해야 하는데 의사들도 그렇게 이야기한다. 의사들이 필요만 하면 난자 채취를 하고 인공수정시술을 통해 남은 잔여배아나 난자를 얼마든지 의사가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성의 신체와 관련해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 제도적으로 뻥 뚫려있는 실정이다. 산부인과 병원과 인공시술 전반에 개입하고 감시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난자기증 문제도 캠페인 식으로 하는 건 문제가 있다. 여론이 비이성적으로 제대로 된 정보를 가리는 상태에서 난자를 제공하는 것은 장기기증처럼 보기 어렵다는 거다. 배아줄기세포 연구 자체도 살펴야 한다. 배아줄기세포 연구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 국가들도 많다. 또 과연 이 연구가 무엇인지, 어떻게 진행되는지, 성과는 무엇인지, 그 혜택은 누구에게 돌아가는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난자가 항상 필요하지만 난자는 정자처럼 방출되는 것이 아니다. 난자채취로 인한 신체적 위험이 큰 상황에서, 이 연구는 그 자체로 인권침해적 요소를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난자매매의 문제는 물론이고, 기증이나 공여도 여성 인권을 고려해서 원칙을 먼저 세우고 제도적인 틀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여성인권의 관점으로 관련 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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