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율이 지키고자 하는 것

고속철도공단 측 환경영향공동조사 결과 왜곡, 민간위원 활동 중단

100일 간의 단식, 그 이후

[출처: 천성산을 지켜 주세요(http://www.cheonsung.com)]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공사에 반대해 지난해 9월부터 단식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 지율 스님이 5일, 경북 안동 개인 수행처에서 떠나 동국대 일산병원으로 후송 중이다. 지율 스님의 건강상태는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로 악화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민 불교환경연대 생태보전팀장은 “오랜 단식으로 건강이 많이 위독한 상황이다. 목숨까지는 잃을 수 없다는 판단으로 병원으로 모시게 되었다”고 전했다.

지율 스님이 작년 100일 간의 단식에 이어 또 다시 목숨을 건 단식을 진행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작년 2월 3일 지율 스님이 100일 간의 단식을 통해 요구했던 ‘환경영향평가 공동조사’를 정부가 받아드리면서 천성산 경부고속철도 터널 공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정부와 지율 스님 측은 시행자 측 7명과 지율 스님 측 7명으로 공동조사단을 구성하기로 하고 실무회의를 거쳐 조사 착수일부터 3개월간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3개월간의 환경영향공동조사 기간에는 조사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을 합의했다. 이런 합의를 기반으로 공동조사단은 작년 6월부터 공동조사를 위한 시추를 진행했다.

한국고속철도공단 측, 공동조사 합의하자마자 일방적 입장 담은 자료집 발간

그러나 “조사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합의는 지켜지지 않았다. 한국고속철도공단 측은 환경영향공동조사가 진행될 것이 합의된 작년 3월, 공단 측의 일방적인 의견을 담은 ‘고속철도 천성산 공사 관련 자료집’을 발간해 작년 5월 이후언론, 법조계, 관공서, 국회의원 사무실, 대학, 시민단체, 연구소 등에 배포했다. 이는 "조사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합의를 어긴 것이었다.

이에 대해 ‘천성산을위한시민종교단체연석회의’는 “공단 측에서 배표한 자료집에는 사실정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내용은 공단의 일방적인 입장을 정리한 것이며, 90페이지에 불과한 책에 ‘지율 스님’이라는 고유명사가 무려 73번이나 쓰여 있으며 대부분 부정적인 이미지로 그려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 자료집의 결론부에는 공동조사 항목으로 중요 논점이 되고 있는 생태계, 지질, 지하수, 안정성의 문제 등의 결과에 대해 단정된 결과를 기록하고, 소송 중에 있는 법률적인 문제까지 결론짓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며 자료집 내용에 대한 공개 질의를 하기도 했다.

지율, 한국고속철도공단 불공정한 행위의 항의 단식 돌입

이와 같이 한국고속철도공사 측의 행위가 이어지자 환경영향공동조사를 위한 현장시추 작업을 마치고 공동조사를 본격적으로 착수하기로 한 작년 8월 31일, 지율 스님은 한국고속철도공단의 불공정한 행위에 대한 항의의 표현으로 공동조사위원에서 탈퇴하기로 결정하고, 천성산을 위한 다른 행보를 가겠다며 다시 단식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영향공동조사가 진행 중이었던 작년 11월 23일, 한국고속철도공단 영남본부 측은 “지율 스님 측과 공단 측 위원 14명의 천성산 구간에 대한 환경영향공동조사 결과, 공사가 환경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나타나 12월 30일 공사를 속개키로 했다”고 밝히며 사실을 왜곡하기 시작했다. 또한 청와대 핵심관계자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지율 스님이 최근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겠느냐. 지율 스님 쪽에서 선정한 조사위원들도 그동안 지율 스님이 주장해 온 내용에 회의적이기 때문일 것이다”고 밝히며 환경영향공동조사 과정을 왜곡하는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천성산 갈등은 합리적 절차 생략한 국책사업 관행"

이에 환경영향공동조사에 참여하고 있는 민간조사위원들은 더 이상 조사를 진행할 수 없음을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천성산을위한시민종교단체연석회의’는 “천성산을 둘러싼 오랜 사회적 갈등의 핵심은 투명하고 합리적 절차를 생략하고 진행한 정부의 국책사업 추진 관행에 있다”며 “환경영향공동조사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만들려는 노력을 정부와 철도공단이 의도된 결론으로 끌어가려하는 한 천성산 공동조사의 사회적 의미와 과제는 실현될 수 없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민간위원 측은 현재 공동조사단 전체회의 개최 요건으로 △공개된 공동조사단 전체회의를 통해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과 영남본부장의 공식 사과 △전체회의가 개최되는 날 왜곡, 허위 보도된 해당 언론사의 사과 광고 게재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녹색연합, “계곡물은 이미 마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2월 26일, 녹색연합은 “천성산 터널 논란의 핵심인 지하수 유출이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경부고속철도 대구-부산 구간 중의 하나인 13-4공구 원효터널의 사갱터널 출구 근처 사갱이 뚫리고 있는 경상남도 양산시 웅상읍 주남리, 소남리, 주진리 일대의 계곡인 주남천, 소주천, 혈수천의 계곡물이 완전히 말랐거나 유량이 급격히 줄어들었으며, 이와는 대조적으로 사갱을 통해서는 많은 물이 흘러나오는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녹색연합은 “천성산 논란의 핵심이었던 계곡수의 변화가 사갱 공사만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본격적인 원효터널공사가 진행된다면 다른 계곡과 고층 습지에 어떤 영향이 나타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확언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어 “천성산 환경영향조사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변수가 발생한 만큼 현재 진행하고 있는 터널 공사를 잠정 중단하고 계곡물 고갈과 터널 공사의 영향을 철저히 규명하는 조사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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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산 , 지율 , 한국고속철도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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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