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같이 와서 정말 좋다"

11명 한국민중투쟁단 귀국, '홍콩 시민들의 지지와 연대 가슴에 남아'

드디어 11명의 한국투쟁단이 해를 넘겨 귀국했다. 이들이 탄 비행기가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인천공항 'GATE F'에는 이들을 기대리는 사람들과 취재진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곳곳에는 '동지들 환영합니다', '동지들이 자랑스럽습니다'라는 등 의 플랭카드들이 걸려있었다. 8명은 공소취하, 무죄가 인정되고 그 외 3명은 안타깝게도 불법집회 등의 혐의로 오는 3월에 다시 홍콩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보석신청이 돼 다행히 모두가 함께 이날 입국했다.

그들이 다 같이, 투쟁의 정당성을 쥐고 끝까지 버티며 홍콩현지 투쟁을 전개했던 그들의 귀국 소식에 인천 공항은 기쁨과 환호로 가득했다. 일렬로 서 기다리는 동안 한 농민은 자진해 나서 "이들이 들어오면 이렇게 환호하자"며 시범 및 예행연습을 하는 등 기다리는 사람들도 기쁜 마음으로 그들을 기다렸다.

  삼천배를 했던 이광철씨. 표정이 더 없이 밝다.
홍콩 쿤퉁 법원에서 3일에 걸쳐 삼천배를 하며 11명의 무죄 석방을 기원했던 이광철 씨는 더 없이 밝은 표정으로 플랭카드를 들고 있었다. 이광철 씨는 "기분 좋다. 그냥 좋다. 말로 어떻게 표현하겠냐. 고생했다는 말을 먼져 하고 싶다"며 기쁨을 갖추지 않았다. 또한 "농촌 현장에 투쟁 과제가 많으니 이후 홍콩 투쟁단 분들이 다 오면 현장 투쟁 조직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하며 "어서 나왔으면 좋겠는데"라며 시선을 출구로 향했다.

2시 30분을 넘겨, GATE F 출입구 뒤에서 한 명씩 모습을 드러내자 박수가 터져나왔다. 카메라 후레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곳이어 사람들의 이름들이 외쳐졌다. '위원장님 여기좀 보세요', '승규 동지 고생많았소', '아이쿠 살이 이렇게 많이 빠졌어. 단식했다더만..' 등 말을 흐리는 사람도 있었다. 곳곳에서 이들에 대한 아낌없는 환영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들은 연대의 메세지를 담은, 일본어, 광둥어, 영어 등 각국의 글자가 빼곡히 적힌 빨간 챙의 흰색 모자를 쓰고 동시에 입장했다. 모두가 부등켜 안고, 악수하며, 꽃다발을 받으며 반갑게 인사하고 난 후 짧은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홍콩에 남은 한국민중투단으로 홍콩 현지에서의 투쟁을 책임져 온 양경규 한국민중투쟁단 민주노총 참가단장은 "한달이 넘는 기간을 지났다. 우리들이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힘써주고 도와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말문을 열었다.

  환하게 웃으며 단체 사진을 찍는 한국민중투쟁단의 모습.

양경규 참가단장은 "11일 홍콩 쿤퉁 법원에서 8명에 대해 기소취하를 하면서 사실상 우리 투쟁이 정당했고, 홍콩 당국의 강제 억류가 부당했음이 드러났다. 홍콩 정부가 수차례 언급했던 WTO 집회가 폭력적이었다는 주장은 8일 재판으로 명확히 증명했다. 3월 1일 부터 홍콩에서 또 다시 정식재판을 하게 되는 양경규, 윤일권, 박인환 3인도 반드시 무죄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검찰이 기소한 내용에 대해서 실제로 그와 같은 행위를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정당한 재판을 통해서 분명하게 그들의 기소가 사실이 아님을 증명할 준비와 자신이 있다는 것을 말씀 드린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또한 양경규 참가단장은 "홍콩 투쟁은 홍콩시민들에게 경이로운 투쟁이었으며 영원히 잊지 못할 투쟁이었다. 우리의 몸은 고국으로 돌아왔으나 홍콩시민과 한 WTO 투쟁 잊지 못할 것이다"고 홍콩 시민들을 회상하며 "역사속의 민중의 투쟁으로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에 의해 기소된 윤일권 씨는 "한 달가까이 홍콩에 있으면서 홍콩시민들이 동조단식, 100달라 많게는 만달러까지 투쟁단에게 보내주며 성원과 지지의 모습 속에서 '우리의 투쟁이 대중 투쟁의 승리를 장식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고 밝혔다.

한국민중투쟁단 전체 단장으로 꽃다발은 전달한 정광훈 민중연대 상임대표는 "WTO는 자본가들의 이윤을 위해 지옥까지 쫓아 다니는 민중의 악의 축이다. 씨애틀, 칸쿤에 이경해 열사, 홍콩에 가서 우리 투쟁단들이 1400명의 힘있는, 영웅적인 투쟁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 자리에 함께 한 전재환 민주노총 비대위원장도 "단식투쟁을 하면서 결백을 호소하고 있을 때 한국언론은 이 동지들을 범법자로 취급했다. 동지들이 무죄를 확신했고, 3월 무죄 확신 지을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참가단 부단장으로 활동하다 먼저 입국했던 허인 공공연맹 부위원장도 이날 공항에서 만날 수 있었다. 허인 부위원장은 "모두가 무죄 판결을 받지 않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모두 다 같이 돌아온 것이 다행이다"라며 "개인적으로 홍콩에서 많은 경험을 했고, 준비도 세밀하게 해야 겠다는 평가도 남겼다. 예전보다 훨씬 자본질서에 대해 관심이 갖고, 4월에 열리는 회의도 관심있게 지켜보고 대처를 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그간의 소감을 밝혔다.

입국 소감을 밝힌 임대혁 금속노조 만도지부 조합원은 "일단 말이 다 통하니까 좋고, 제일 기쁘다. 봐도 이제 다 아는 글자고. 다시 보니 기쁘다"며 귀국의 마음을 전했다. 임대혁 조합원은 또한 "3명이 남은 상황이라 아직 끝난 것은 아니라 계속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강조하며 "홍콩 시민들의 대대한 지지와 성원이 있었기 때문에 3명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홍콩에서 진정한 단결과 연대를 직접 보고 왔다. 그 정신으로 열심히 한국에서 살겠다"며 다짐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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