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보건의료노조 부천세종병원지부] |
병원측의 노동조합 말살 기도에 저항하며 장기 투쟁을 벌여온 보건의료노조 세종병원지부에 용역깡패와 구사대가 동원된 폭력사태가 빚어졌다.
세종병원지부는 오는 31일 단체협약 만료일을 앞두고 병원측의 교섭 거부와 노조 탄압이 계속되자 18일 집회를 열어 김상현 지부장의 삭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김상현 지부장은 용역깡패에 의해 농성장이 침탈당하고 병원 밖으로 끌려나갈 것을 대비해 벽면의 환자용 손잡이에 쇠사슬을 걸어 온몸을 묶은채로 이틀째 단식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18일 저녁, 병원측에 의해 동원된 구사대와 용역업체 직원들이 조합원들의 출입 자체를 차단하며 19일 새벽까지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다, 병원 현관 유리문이 깨지고 수 명의 조합원들이 부상을 입는 상황이 발생했다. 김문경 보건의료노조 사랑병원지부장은 손의 인대가 파열되었고, 서선례 세종병원지부 조합원과 박양희 부천시흥지구협의회 부의장이 응급실에 실려가는 사태까지 빚었다.
세종병원, 일방적으로 단체협약 해지 통보
▲ 18일부터 쇠사슬을 감고 삭발단식농성에 나선 김상현 세종병원지부장 [출처: 보건의료노조 부천세종병원지부] |
보건의료노조가 정리한 세종병원의 노조탄압 사례를 보면 간호부장 강제퇴직, 이근선 전 지부장이 민주노동당 지구당 위원장을 지냈다는 이유로 임금 체불, 조합원에 대한 잦은 부서이동과 징계위원회 회부, 명예훼손으로 고소, 노조 탈퇴 종용, 홍보물과 현수막 무단 철거, 노조사무실 난방 차단, 단협 해지 통보, 합법 집회 방해 및 폭력 등 일일히 열거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많다.
이에 세종병원지부는 현장순회와 선전전, 부천역과 소사역에서의 피켓시위, 노동부 진정 및 고발 등 민주노조 사수 투쟁을 장기간 진행해 왔으며, 1월 2일 쟁의조정신청과 11일 조정신청 보고대회에 이어 18일부터 지부장 삭발단식농성에 돌입하게 된 것이다.
"노동조합 짓밟으면서 세계일류 심장병원?"
세종병원지부는 2005년 단체교섭안으로 △환자 8인 병실을 6인 병실로 축소 △환자와 내원객의 편의를 위한 주차시설 확보 △타 병원 수준의 생휴, 연월차 휴가 보장 △합리적인 주5일제 시행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이미 대다수 보건의료노조 소속 병원사업장들에서 기본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수준의 요구다. 그러나 세종병원 측은 노조의 요구를 전면 거부하고 있으며, 교섭 석상에서도 노조와의 논의 없이 '병원측 입장'을 낭독하는데 그치는 등 교섭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측의 입장은 월 1일 유급휴가 삭제, 생리휴가 무급, 시간외 수당 삭감 등 근로조건 개악과 노조활동 보장 조항 개악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특히 노조 전임자 없음, 조합원 교육시간 축소, 노조사무실 운영비를 노조가 부담, 노조 홍보활동 제약, 노조활동으로 인한 휴직시 임금 미지급, 징계 강화 등 노골적으로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킬 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미 세종병원 측은 2005년 8월 1일자로 '단체협약 해지 통보'를 해놓아 6개월, 즉 1월 31일까지 단협이 새로 체결되지 않으면 노조 자체가 와해될 위기에 처해 있다.
▲ 18일, 병원측에서 동원한 용역업체 직원들이 현관에서 조합원들의 출입을 막고 있다. [출처: 보건의료노조 부천세종병원지부] |
▲ 용역업체 직원들의 폭력 이후 아수라장이 된 세종병원 현관 [출처: 보건의료노조 부천세종병원지부] |
보건의료노조, 25일 '세종병원 타격투쟁' 선포
세종병원지부는 "우리의 요구는 기본적인 근로조건 확보, 의료 공공성을 강화하는 환자 편의 확보, 노동조합 활동 보장 등 결코 무리한 요구가 아니며, 합리적 대화로 얼마든지 풀 수 있는 것"이라며 "병원이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것은 일선에서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느끼는 직원들의 제안과 요구, 병원에 대한 애정과 질책에 병원의 눈과 귀를 닫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 "세종병원이 외치는 세계 일류 심장 전문병원은 지금처럼 노동조합을 짓밟으면서는 결코 가능할 수 없다"며 "노동조합 와해 음모를 걷고 성실한 태도로 교섭 석상에서 마주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24일부터 1박2일간 임원 이취임식 및 전국 지부장, 전임간부 수련대회를 실시하는 보건의료노조는 뒤이은 공식일정으로 25일 오후 3시에 세종병원지부 집중투쟁을 전개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