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하이스코, 협상 대표단 문전박대

5보1배로 찾아간 노동자, 원청은 모르는 일이다

  협상단이 면담을 요구하자 현대하이스코 관리자는 문전박대를 했다

진눈개비가 내리는 가운데 두 시간에 걸친 5보1배의 고통을 감내하며, 논현역에서 현대하이스코까지 고행의 걸음을 한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 노동자를 비롯한 시민단체 회원 300여 명을, 현대하이스코측은 "하청업체가 할 일"이라며 면담은 커녕 공권력과 직원들을 동원하여 입구를 가로막고, 협상대표단을 문전박대하여 내보냈다.

  현대하이스코 노동자들이 논현역에서 5보 1배를 준비하고 있다.

전국민중연대 주최로 12시 30분부터 "현대하이스코 확약서 이행촉구"를 요구하며 5보1배 투쟁을 벌였다. 눈이 멈추지 않고, 쌓인 눈이 질퍽거리는 도로에 두 손과 두 발을 적셔가며 두 시간 넘게 300여 명의 행진 대오는 흐트러짐 없이 현대하이스코 본사까지 확약서 이행을 요구하며 행진을 했다.

눈을 맞으며 처절하게 진행 된 5보1배

  다섯 걸음에 한번 절을 하며 현대하이스코 본사까지 행진을 벌였다.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지회는 작년10월 24일 고공 크레인 농성에 들어가 11일간의 투쟁을 벌였다. 이에 지역 사회의 노력으로 순천시장, 현대하이스코 공장장과 함께 합의를 한 '확약서'가 만들어지자 11월 3일 농성을 풀었다.

확약서의 중심 내용은, 해고자를 우선 채용, 노조 활동 보장, 민, 형사상의 문제 최소화 였다. 하지만 김종안 비정규직지회 수석부회장은, "해고자 채용은 커녕 노조 탄압을 더욱 강화하고, 66명의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72억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잉크도 채 마르지 않은 확약서를 휴지통에 버린 꼴 이다"며 항의를 하고 있다.

정광훈 전국민중연대 상임대표, 이시욱 금속연맹 부위원장, 김종안 수석부지회장 등으로 꾸려진 대표단은 5보1배 투쟁이 끝난 오후 3시 10분 경, 현대하이스코에 면담을 요구하며 찾아갔으나, 경찰과 직원이 동원되어 출입문을 봉쇄하여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 10분도 되지 않아 문 앞에서 쫓겨났다.

"오늘 면담은 지난 3일 정식으로 현대하이스코측에 요청을 하였는데, 문전박대를 하다니 괘씸한 일 아니냐"고 정광훈 상임대표가 따졌다. 이에 현대하이스코 측을 대표하여 나온 인재개발팀 ㄱ차장은, "사장님이 외유 중이다. 순천공장에서 확약서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면담을 할 수 없다고 돌아갈 줄 것을 요청했다.

하청업체에 찾아가라

  현대하이스코 노동자들이 눈이 내리는 가운데 5보 1배를 하며 확약서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권회승 기자
대표단은, "72억 손배청구 한 것이 현대하이스코 원청이 아니냐. 이게 원청의 확약서 지키기 노력이냐"라며 따졌다. 현대하이스코 측은, "우리는 잘 모른다. 순천공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걸로 알고 있다"만을 되풀이 하며, "하청업체 대표와 논의 할 일 아니냐"며 발 뺌을 하며 돌아갈 것을 요구했다.

이시욱 부위원장은, "올해 비정규직투쟁은 이제 시작이다. 오늘 원청사의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뻔뻔함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이후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비정규직 투쟁을 전개하겠다."

오늘 5보1배 투쟁에는 지난 1일부터 단식투쟁을 전개하는 김창한 금속노조 위원장이 함께 했다. "비정규직 문제에 조직의 명운을 걸고 단식투쟁을 시작했다. 이제 7일 밖에 되지 않아 힘든 지는 모르겠다. 목숨을 걸고 싸우겠다"고 결의를 밝혔고, 단식을 언제까지 할 거냐는 질문에는 "무기한이다"며 결연한 자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