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하기 좋은 나라, '비정규직 시대' 오나

단병호, "'비정규직'이 법에 근거한 정상적 고용형태 될 것" 우려

기간제 노동자 사용의 규제, 파견제 허용 요건, 불법파견 규제 방법 등의 주요 쟁점만을 남겨놓고 진통을 거듭하던 비정규직 관련 법안이 27일 결국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야합으로 날치기 통과됐다. 단병호 의원실이 28일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같은 법안들이 시행되면 전체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기간제 노동자 2년마다 해고

민주노동당이 줄곧 주장하던, 기간제 노동자 사용에 대한 '사유제한'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양 당이 처리한 법안은 '기간제 사용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고, 다만 2년을 초과해 사용할 경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고용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저렴한 비용으로 비정규직을 사용하던 사용자가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받아들일까? 기간제 노동자들은 앞으로 2년마다 해고되는 일을 반복하게 된다. 이는 경총이 지난해 말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기간 경과 후 기간제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느냐'는 물음에 약 90%의 기업이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답한 데서도 드러난다.

심지어 노동부가 처음 제출했던 '기간제 3년 사용'의 안보다도 후퇴한 안이다. 정부는 "2년 단위의 기간 설정은 (3년에 비해) 교체 사용의 가능성이 높아져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불안을 촉진할 것"이라는 우려를 담아,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에 자료를 배포했었다.

파견대상업종, 사실상 '네거티브'

노동자를 파견할 수 있는 대상 업종의 구분도 모호해졌다. 현행 파견법인, 지정된 26개 업종 이외에는 노동자를 파견할 수 없는 '포지티브' 방식을, 정부는 '(파견이)안되는 업종을 정해놓고 나머지는 허용하자'는 '네거티브' 방식을 주장하다 노동계의 반발로 철회했었다.

양 당 합의로 최종 통과된 안에 따르면 "근로자파견업은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를 제외하고 전문지식, 기술, 경험 또는 업무의 성질 등을 고려하여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업무"다. '네거티브' 방식을 관철하지 못해 자못 아쉬웠던 노동부가 낸 수정안이 반영된 것이다.

  파견법 제5조(근로자파견대상업무 등)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노동부 업무보고에서 "파견제의 범위를 유연화하고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시인했었다. 단병호 의원실은 보도자료에서 "(파견업종 허용의) 주관적 요소 가미로, 조만간 노동부는 고삐풀린 망이지나 브레이크 없는 벤츠처럼 파견대상업무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견노동에서 기간제노동으로, 평생 비정규직

불법파견에 대해서는 "합법파견이든 불법파견이든 2년의 기간이 초과한 경우에만 '고용의무'를 적용하고, 불이행시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합의했다. '고용의무'란 말그대로 "고용해야 한다"는 것일뿐, 현행법인 '고용의제'(고용된 것으로 간주한다)보다 한참 뒤떨어진 안이다.

이렇게 되면 파견노동자도 기간제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2년이 초과하기 전에 해고된다. 불법파견이 적발돼도 사업주가 직접 고용할 수밖에 없는 제재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아니면 파견노동자를 해고한 후 다시 기간제 노동자로 '직접고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 해당 노동자는 3개월에서 2년 수준의 목숨을 연장하며 평생 비정규직 상태에 놓이게 된다.

사업주는 차별해도 손해 없다

'차별시정'과 관련해 합의된 안의 요지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과 동일하게 처우'하겠다는 것이 아닌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단병호 의원은 이에 대해 "'합리적'인 차별은 용인하겠다는 것으로 그 수준과 기준이 문제가 된다"고 하고 있다.

불합리한 차별임을 인정받기 위해선 해당 노동자가 직접 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신청해야 하지만, 불안한 처지에 놓인 비정규직 노동자가 신청 과정을 감당할 수 있을리 만무하다. 만에 하나 사업주의 차별이 인정되더라도, 시정 명령을 기다려야 하고 그 시정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만 과태료를 부과할 뿐 차별을 행한 자체에 대해선 제재가 없다.

표정관리하는 경총

양 당이 이처럼 재계에 전폭적으로 유리한 비정규법안을 강행 처리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총은 외려 "매우 우려스럽다"고 평하고 있다. 27일 환노위 강행 통과 즉시 발표한 경총의 입장에 따르면 "노동계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향후 기업 인력운용의 심각한 제한은 물론 실업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것이다.

경총은 "국회 환노위에서 정부안을 노동계 주장과 요구를 반영하는 내용으로 대폭 수정하고 이를 통과시킨 것은, 실업난 완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국가적 이익보다는 노동계의 표와 인기에 영합하려는 처사"라면서 "국회 법사위/본회의에서 경영계 의견의 적극적 반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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