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공사, 부실계열사에 KTX 승무원 위탁

KTX승무지부, “부실계열사 위탁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노동탄압도 비정규직만 골라서"

철도노조의 총파업 일정에 함께 임하고 있는 KTX승무지부 조합원들이 사복투쟁을 하자 한국철도유통 쪽에서 승무를 중지시켜 논란이 되고 있다. 사복투쟁은 많은 판례로 제시된 바도 있듯이 노동자들의 단결력을 증진시키기 위한 합법적인 투쟁임에도 한국철도유통 쪽이 일방적으로 이를 무시하고 정상적으로 출근한 승무원들의 승무를 중지시키고 결근 처리 하는 등 탄압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사복투쟁은 철도노조 총파업 방침으로 새마을호와 무궁화호의 승무원들도 사복투쟁을 진행하고 있으며, KTX에 함께 타는 열차팀장도 사복투쟁을 진행하고 있으나 한국철도유통 소속의 KTX 승무원들의 사복투쟁만 유독 탄압하고 있어 “비정규직만 골라서 노동탄압하나”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KTX관광레저’, 감사원으로부터 매각청산 대상으로 지목

이런 가운데 철도공사가 KTX 승무원들을 한국철도유통에서 계열사인 ‘KTX관광레저’로 위탁하려 하고 있어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KTX관광레저’는 작년 감사원으로부터 매각청산 대상으로 지목당한 바 있는 부실기업이다. 2005년 4월 18일부터 6월 8일까지 감사원이 진행한 ‘공사 출자회사 설립 · 운영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 ‘KTX관광레저’는 “사업 타당성이 없거나 불투명하여 공사의 경영개선을 저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매각 청산해야 하는 계열사”로 지목되었다.

이에 대해 이채권 철도공사 열차영업팀장은 “지적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올 해 들면서 흑자로 돌아섰음으로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감사원의 결과는 작년 12월 21에 통보된 것이라 3개월 여 만에 흑자폭이 “청산 매각해야 하는 계열사”라는 지적을 비켜갈 만큼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KTX관광레저는 회사 문 앞에 채용공고를 붙여 놓았다.

KTX관광레저, 위탁 계약도 정확히 하지 않고 27일 채용공고

또 하나의 문제는 철도공사 측과 KTX관광레저가 언제 어떻게 위탁계약을 맺었는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철도공사는 2월 8일, 9일 진행된 철도노조와의 단체협상에서 처음으로 “KTX 승무원들을 KTX관광레저에 위탁하려고 실무협의를 하는 중이다”고 밝혔다. 이 계약관계에 대해 이채권 철도공사 열차영업팀장은 “철도공사에서는 2월 중에 위탁 업체로 KTX관광레저를 선정했으며, 구체적 계약은 3월 중으로 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KTX관광레저 사무실에 항의방문을 가는 조합원들

아직 계약도 명확히 되지 않은 상황에서 KTX관광레저는 2월 27일 KTX 승무원에 대한 채용공고를 냈다. 이에 대해 현재 근무하고 있는 KTX 승무원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민세원 서울KTX승무지부 지부장은 “이해 당사자인 우리와 단 한번도 협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위탁회사를 바꾸고, 우리보고 원서를 내라고 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고 설명하고, “2년 동안 최선을 다해 온 KTX 승무원들에게 다시 원서를 내면 선별 고용하겠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채용공고에 응하지 않을 것을 밝힌 상황이다.

KTX관광레저가 낸 채용공고에서 접수기간은 2월 27일부터 3월 3일까지이다. 현재 총파업을 준비 중인 398명의 KTX 승무원들은 오는 3일까지 접수를 하지 않으면 일자리를 빼앗길 상황이 놓여 있는 것이다.


"여승무원 400명의 목숨이 그렇게 하찮냐“

이에 27일, 서울KTX승무지부 조합원들은 KTX관광레저에 항의방문을 진행했다. 승무조합원들은 KTX관광레저 사장인 김웅 사장을 만나겠다고 했으나 이미 사장은 자리를 비우고 없는 상황이었다. 울분을 참지 못한 한 조합원은 “여승무원 400명의 목숨이 그렇게 하찮냐”라며 “젊은 여승무원이라고 맘대로 부려먹고 자르고 싶으면 마음대로 자르는 철도공사의 생각을 반드시 고쳐 놓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 소리에 자리를 함께 한 조합원들은 눈물을 흘렸다.

민세원 지부장은 “우리 오늘의 눈물을 절대로 잊지 말자”며 “노동자가 소모품 정도 밖에 안된다는 것을 2년 만에 뼈저리게 느꼈다. 정당성도 없고, 이유도 없는 KTX관광레저로의 위탁을 반드시 막아내자”고 호소했다. KTX관광레저 측은 조합원들의 항의에도 “사장님이 외출 중이니 요구사항을 주면 답변하겠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누가 그녀들의 눈에 눈물을 흘리게 하는가

KTX 여승무원들의 투쟁은 철도노조의 총파업 과정에서도 핵심 쟁점 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철도노조는 김영훈 위원장 담화문에서도 “KTX 승무원들의 고용안정은 반드시 쟁취해야 할 문제다”고 밝힌 바 있다. 철도노조는 28일 밤, 총파업 전야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그녀들은 채용공고를 찢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