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는 왜 파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나

[기자의눈] 정부와 철도공사, 앵무새 언론 그리고 민주노총

왜 현장복귀를 선언했나

철도노조는 지난 4일 ‘투쟁명령 5호’를 통해 조합원의 현장복귀를 선언하고, 현장투쟁을 진행할 것을 밝혔다. 철도노조는 1만 7천 명의 조합원이 파업에 참여하고, 1만 명 이상의 조합원들이 산개투쟁에 함께 하고 있었음에도 왜 현장복귀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을까.

  4일, 용산역에 모인 철도 노동자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크게는 자율교섭을 무너뜨렸던 정부와 이를 등에 업고 기세등등하며 대화를 거부한 철도공사, 그리고 시민의 불편운운하며 철도노조가 파업하는 이유는 외면했던 주류언론의 보도태도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민주노총의 총파업 유보 선언으로 인해 노동계의 대응 동력이 현저히 떨어진 것이 있다.

직권중재, 마구잡이 불법연행 일삼은 정부

첫째는 정부의 직권중재 회부와 공권력을 인한 무차별적인 탄압이다. 정부는 28일 21시, 철도노조와 철도공사의 최종교섭이 결렬된 직후 직권중재에 회부했다. 직권중재는 정부도 악법이라 인정하며 ‘노사관계 로드맵’에서도 폐기할 예정인 구시대 악법 중 악법이다. 정부는 직권중재라는 낡은 칼을 다시 철도노조에 들이대며 철도공사에 무조건적인 손들어주기를 진행했으며, 철도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낙인찍고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이때부터 정부가 보장해 주겠다고 말했던 자율교섭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던 것이다.

  경찰은 헬기까지 동원해 산개투쟁에 임하고 있던 조합원들을 위협했다.

철도노조의 요구사항이 대부분 철도가 공사화되기 이전 정부의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인한 10조라는 적자때문임에도 이에 대해 정부는 해결책을 내긴 커녕 철도파업에 대한 무차별적인 탄압만을 했던 것이다.

또한 공권력의 지나친 탄압은 인권유린 상황까지 만들며 철도노조를 궁지로 몰아갔다. 15명의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에 이어, 산개투쟁을 진행하고 있는 조합원들이 모여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경찰이 출몰해 마구잡이로 잡아가기 시작했다. 조합원들은 논두렁을 뛰어 깊은 산 속까지 쫓겨 들어가며 추위에 떨어야 했으며, 찜질방에서 옷을 벗은 채 잡혀가야 했다. 경찰은 불법파업 현행범으로 체포한다며 조합원들에게 체포영장을 제시하지도 않은 채로 오히려 불법을 자행한 것이다. 철도노조와 민주노총은 국가인권위에 ‘긴급구제요청’을 했으며, 인권위는 위급한 상황이라 판단하고 예비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공권력이 불법까지 자행했던 강경진압은 조합원들의 심리상태를 흔들어 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며, 산개투쟁이 더 이상 진행되기 어려운 상황까지 갔던 것이다.

정부를 등에 업은 채 기세등등 했던 철도공사

  강경태도로 일관했던 이철 철도공사 사장

둘째는 정부를 등에 업은 채 ‘선 복귀 후 교섭’을 주장하며 불성실로 일관했던 철도공사의 태도이다. 철도노조는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요구를 위해 헌법에 보장되어있는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인 파업을 진행했음에도 철도공사 측은 해고자 복직 문제에서 ‘노사평화선언’까지 요구하는 등 노조에서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요구까지 하며 대화를 거부했다.

이철 철도공사 사장은 “불법파업 참여 미복귀자에 대해 대량징계를 감수하는 한이 있더라도 ‘과거처럼 봐주겠지’라는 관행이 통하지 않도록 원칙대로 강력조치 하겠다”고 밝히고, “철도공사는 특히 지금까지 파업을 무마하기 위해 노조에 지나치게 퍼주기식으로 양보했던 경영 및 인사권을 제한하는 단협상의 ‘독소조항’에 대해 전면 손질을 추진하여 노사관계 개선의 재정립 기회로 삼겠다”며 2244명을 직위해제하고 철도파업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철도공사는 시시각각 철도 운행률과 복귀율을 부풀려 발표하며 철도파업에 임하고 있는 조합원들을 협박했다. 실제 복귀율에는 강제 연행된 사람들과 직접적인 복귀의사가 아닌 가족의 복귀의사까지 포함되면서 과장되었다.

정부와 철도공사의 앵무새 언론

  그들은 철도를 안전하게 움직이기 위해 파업을 했다.

이러한 과장된 복귀율은 공중파 방송을 포함한 언론을 통해 시시각각 알려졌다. 철도노동자들이 왜 파업을 했는지는 보도하지 않은 채로 그저 정부와 철도공사의 앵무새가 되었던 언론들의 태도는 철도노조의 파업을 어렵게 만든 세 번째 원인이다. 언론들은 언제나 그러했듯이 ‘시민의 발을 볼모로 한 파업은 안 된다’며 철도노조의 파업의 정당성을 무화시켰다.

철도노조가 이번 파업을 준비했던 이유는 약자에 대한 할인요금 확대로 대표되는 철도 상업화에 맞서 철도의 공공성을 지켜가기 위함이었으며, 공사화 이후 철도노동자에 대한 상시적 구조조정과 노동 강도 강화에 맞서 철도 안전을 지켜가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였다. 그리고 철도공사의 사업 확장으로 인한 최소한의 인력충원과 철도공사가 불법적으로 고용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정규직화를 요구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언론들은 ‘철밥그릇들이 임금인상 싸움에 나서고 있다’며 철도노동자들의 요구를 왜곡했다.

이러한 언론들의 보도태도는 여론을 철도노조에 불리한 방식으로 만들어 갔다. 이러한 여론의 압박은 파업대오에게는 당연히도 위협적인 존재로 다가왔을 것이다.

'비정규직 철폐‘ 외치던 철도노동자 외면한 민주노총

  철도노조의 핵심 요구는 '비정규직 차별 철폐'였다.

이렇게 철도파업이 여러 가지 요인으로 수세에 몰리고 있었음에도 민주노총은 철도노조가 산개투쟁 2일째에 접어든 3일, 비정규 관련 법안 처리가 4월로 연기되었다는 이유로 총파업을 유보하였다. 철도노조의 핵심적 요구 중 하나는 KTX여승무원들의 정규직화를 대표로하는 ‘비정규직 차별 철폐’였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이러한 철도노조의 싸움을 엄호하기는 커녕 총파업 유보로 스스로 불리한 국면을 만들고 말았다.

민주노총은 새 지도부 선출 이후 “국회 일정에 따라가는 식의 투쟁은 하지 않겠다”며 여러 차례 밝혀왔다. 그러나 또 다시 국회 일정 따라가기 선언적 총파업 이상의 계획을 만들어내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민주노총은 3일 투쟁본부대표자회의를 소집하고, “철도파업을 지지하기 위해 재 총파업을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것이 철도공사와 정부에 경고가 되기 만무했다.

철도노조가 현장복귀를 선언한 4일, 민주노총은 철도파업을 지지하기 위한 결의대회를 진행했으나 결국 100여 명이 참여한 조촐한 자리가 되고 말았다. “일당백의 정신으로 철도파업 사수하자”라고 사회자가 목청을 높였으나 결국 민주노총은 현장복귀를 선언하고, 스스로 패배를 인정하며 눈물을 흘리는 철도 노동자들의 뒷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철도 공공성의 깃발은 더욱 높이 오를 것“

철도노조가 현장 복귀를 선언한 4일, 용산역에 모인 2000여 명의 조합원들은 ‘투쟁명령 5호’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 자리에 모인 조합원들은 “아쉽다”라는 말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다. 보통 지도부의 파업철회에 물병을 던지며, 욕을 하며 저항하던 조합원들의 모습은 없었다. 그저 담배를 하나씩 꺼내 물고 눈물을 흘렸을 뿐이다.

  철도노조 조합원들은 머리띠를 다시 묶으며 현장으로 돌아갔다.

현장에서 만났던 한 지부장은 “패배한 투쟁”임을 분명히 했다. 이렇게 1만 7천 명이 참여한 철도파업은 4일 만에 마무리 되었다. 현장에서는 돌아온 조합원들에게 더 큰 탄압이 기다리고 있었으며, ‘선 복귀 후 교섭’을 외치던 철도공사는 언제나 그러했듯이 대화에 나서지 않고 있다.

철도노조는 4일 대국민담화문을 통해 복귀를 선언한 과정에 대한 안타까움과 철도공공성을 지켜가기 위해 더 힘차게 싸울 것을 밝혔다.

“저희는 철도를 천직으로 알고 철길에서 청춘을 바쳐온 철도노동자들입니다. 또한 지난 5~6년 동안 노동조합 민주화, 철도민영화 철회, 철도공공성 강화 등 철도가 어떻게 하면 국민의 공적 서비스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고심해 왔던 노동자들입니다. 그래서 한국철도공사 출범 이후 처음 진행된 이번 정기 단체교섭에서 철도의 공공적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싶었습니다”

“저희는 정부와 공사의 태도를 보면서 철도노동자들의 요구나 주장이 그리고 우리의 투쟁방식이 이렇게 탄압을 받아야만 하는 것인지 생각해 봅니다. 또한 오래지 않아 저희 뜻이 제대로 알려질 것을 믿습니다. 조희 조합원들이 2001년 민주철도노조 출범 이래 최대 규모로 이번 파업에 참여하고, 이제 조합원 모두가 결의해 다시 철도현장에 돌아가는 것은 그만큼 저희들 요구의 정당함을 믿기 때문입니다”

“비록 오늘 파업을 종료하지만 저희가 염원하는 철도 공공성의 깃발은 더욱 높이 오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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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방망이

    경찰 위협 때문에 파업를 철회했다고..........
    조금만 더 했으면 시민들이 나설려고 했던거 아요.
    경찰 보다 더 무서운게 국민이고 시민이라는 걸 알아야지.
    국민 무서운줄 모르고 설치다가 당신들 이나라에서 쫒겨나...

  • 불방망이바뵤

    궁민... 시밍... 우와 무섭다. 세금 안내는 불로소득이 수십조여도, 수천억 세금 떼먹혀도 말한마디 못하는 쪼다들이 조중동 자본언론 선동에 놀아나는 꼴이 진짜 무섭네....

  • 투시인

    평소에 나서는 시민이 되면 얼마나 좋아.
    6개월 동안 철도노조가 협상하면서 철도 공공성을 외칠 때 뭐했나?
    그리고 그 국민에게서 나는 빼라. 요새는 무식한 넘들이 더하다니까...

  • 시민

    저도 3월2일 지옥철 탔었는데요. 추운날씨에 기다리고, 콩나물시루에 그래도 탈려는 사람들때문에 노약자 부상 당할수 있는 상황이었는데요. 저 놀랐습니다. 역에서 기다리는 시간 30분, 타고 오는 시간 1시간 해서 노조 파업한다고 욕하는 사람 없었어요. 물론 힘든것 하소연 하는 소리들은 있었지만...우리 나라 시민들 파업에 대해 그렇게 광분하지 않아요. 정말 놀랐었습니다.

  • 시민2

    철도 노동자들이 혹은 지하철 노동자들이 파업했다고 해서 지옥철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시민님도 잘 알고 계실텐데요.
    아침 출근길은 파업이 아니어도 항상 지옥철에 시달립니다.
    그리고 요즘 들어 지하철 고장도 자주나서 출근시간에 지하철이 멈출때가 많습니다.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노동자들이 파업을 해서일까요...
    노무현정권은 철도 노동자들이 목숨을 담보를 돈장사를 하고있습니다.
    인력충원이 안되서 지하철, 기차 정비도 제대로 되지 않고, 남들 다자는 새벽 시간에 정비를 하느라 사고로 목숨을 잃는 노동자들이 1년동안에 30명이 목숨을 잃습니다. 이것은 어떻게 설명해야하나요..
    2년전 대구지하철 참사를 기억하신다면 이런 말 못합니다..
    더 심각한것은 대구지하철 참사를 겪은 대구 중앙역의 인력은 충원하지도 않는채 여전히도 운행을 계속하고있다고 합니다....
    정말로!! 시민의 발을 볼모로 잡고 있는것은 시민의 발인 철도, 지하철 까지 상업화 할려고 하는 노무현 정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