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활성화’ 위해 내쫓긴 돈암시장 노점상

돈암시장 노점상, 생존권보장 촉구하며 천막농성 돌입


내쫒기고, 또 내쫒기고..

성북구 동서문동 5가에 위치한 돈암시장에서 35년 동안 노점상을 하며 과일과 생선 등을 팔아온 이영순(64세) 씨. 그는 “있는 사람들이 보기엔 별 거 아니지만, 이거라도 있으니 먹고 살았는데, 이제 어디 가서 벌어먹고 살지 막막하다”며 하소연했다.

문을 연 지 50년이 지난 돈암시장은 성북구의 대표적인 재래시장 중 하나이다. 그러나 지난 2003년 재래시장을 활성화한다며 돈암시장에 지하 5층 지상 25층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동일하이빌) 건축 공사가 시작됐고, 그 때 많은 수의 영세세입자와 노점상들이 시장을 떠나야만했다.

이영순 씨처럼 당시 시장에서 밀려난 노점상들은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시장 외곽에서 장사를 이어갔고 현재는 또 하나의 ‘돈암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하지만 지난 3년간 계속된 공사로 시장 주변은 흉물스럽게 변해버렸고, 이미 손님들의 발길도 끊어졌다. 이영순 씨는 “공사가 시작되고, 인적이 뚝 끊어졌다”며 “지난 3년 동안 있던 집도 다 날려먹고, 요즘에는 시장 안 천막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와중에 최근 동일하이빌 완공과 입주를 앞두고, 성북구청은 노점상들에 대해 자진정비를 요청하며, 강제철거를 시사하고 있어 노점상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영순 씨의 가게. 안쪽으로 그가 머무는 천막집이 보인다

김은미 전국노점상연합 동북부지역 성북지부장은 “이미 2003년 돈암시장 노점상들은 두 차례에 걸쳐 강제철거를 당했고, 투쟁 끝에 2003년 9월 자리를 옮겨 장사를 하는 것으로 동일하이빌 측과 합의한 바 있다”며 “그러나 최근 동일하이빌 측이 구청과 시청 등에 거리정비를 요청하는 민원을 넣어 성북구청에서 13일까지 자진정비하라는 계고장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또 성북구청의 노점상 강제철거 계획은 동일하이빌 측의 압박도 압박이지만, 성북구청의 자체적인 재래시장 환경개선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김은미 지부장은 주장했다. 돈암시장 주변에 형성된 이른바 ‘돈암외곽시장’은 지난 9월 서울시로부터 시설현대화사업 대상시장으로 선정되었다. 이에 따라 성북구청은 20억 원 규모의 사업비를 지원받아 돈암외곽시장 일대의 환경개선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상가가 아닌 거리에서 장사하는 노점상은 철저히 배제되고 있는 것이다.


“성북구청과 건설자본에 맞서 전면전 불사할 것”

돈암시장 일대 노점상 30여 명은 지난 8일 동일하이빌 근처에 천막을 치고, 강제철거 계획 철회와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는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김은미 성북지부장은 “이미 수차례에 걸친 철거와 동일하이빌 측의 협박으로 인해 상당수의 노점상들이 시장을 떠났고, 3년 동안의 공사로 인해 장사도 안됐지만, 여기가 생계터전이기에 버텨왔다”며 “여기서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고 밝혔다.

농성 중인 노점상들은 짧게는 15년 길게는 40년 이상 돈암시장에서 장사를 하며 살아온 사람들이다. 2대째 장사를 하고 있다는 올해 58살의 김영란(가명) 씨는 “어머니가 이곳에서 40년 동안 장사를 했고, 내가 그걸 이어하고 있다”며 “우리가 무슨 나쁜 짓 하는 것도 아니고, 장사만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건데, 왜 그걸 못하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한편, 전국노점상연합은 지난 11일 동일하이빌 앞에서 ‘노점상 생존권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노점상 생존권에 대해 어떠한 고민도 하지 않고 있는 동일하이빌 건설자본과 성북구청과의 전면전도 불사할 것”이라며 강제철거계획 철회와 노점상 생존권 보장을 촉구했다.

최신기사
기획
논설
사진
영상
카툰
판화

온라인 뉴스구독

뉴스레터를 신청하시면 귀하의 이메일로 주요뉴스를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