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의 마지막 숨통을 지키자!

대법원 앞에서 밤을 새며 108배를 하는 사람들


대법원 앞에서 108배를 수없이 반복하는 사람이 있다. 15일 오후 5시가 넘자 한두 명씩 사람이 모이더니, 108배를 반복한다. 구호도 노래도 없다. 현수막 하나없이 "새만금 갯벌은 살려야 한다"고 적힌 손바닥만한 노란 종이를 바닥에 깔아두고 절을 한다.

16일 새만금 공사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새만금을 사랑하고 지키려는 마음을 가진 시민들이 대법원 앞에 모인 거다. 두툼한 옷에 침낭과 담요를 들고 모였다. 108배의 몸짓은 16일 대법원 판결이 날 때까지 계속할 거라고 한다.


"내일 대법원 판결이잖아요. 그냥 있을 수 없어 나왔어요. 새만금에서는 온몸으로 싸우고 있는데, 저는 서울에 있잖아요. 대법원 앞에서 절이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나왔어요."

108배를 두 번 반복한 이호준 씨는 힘든지 가쁜 숨을 내쉬며 주저앉아 있다. 두툼한 외투는 벗었다. 날씨가 추운데도 등줄기에 땀이 난다고 한다.

"내일 판결에 따라 잘못하면 새만금의 마지막 숨통이 막힌다고 생각하니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갯벌의 생명이 죽어가는 데, 죽어가는 생명을 위해서 무슨 일이든 못하겠어요. 부끄럽게도 이 방법 밖에 생각할 수 없었어요."

이호준 씨는 대법원 판결에서 이기지는 못해도, 양심있는 대법관 몇 명이라도 소수 의견을 폈으면 바란다고 한다. 판결을 떠나 국민의 80%는 새만금을 살려야 한다고 생각할 거라고 확신한다. 부정적 판결이 나오면 어찌하겠냐는 질문에 입술을 깨문다.

"대법원에서 부정적 판결이 난다고 해도 그게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팔레스타인에서는 땅을 지키기 위해 돌 하나 들고 나섰잖아요. 탱크에 들어 눕고. 새만금을 지키기 위해 돌 하나 들고 온 몸으로 지켜야죠. 새만금 물막이 공사 꼭 막아야 해요."

한양대에 다니는 강혜원 씨는, "솔직히 너무 힘들어요"라고 한다. "이렇게 사람들이 모여 고통을 감내하며 새만금을 지켜야 하는 현실이 너무 가슴이 아파요. 하지만 끝까지 절을 할 거예요. 우리의 절이 대법관님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게요."

녹색연합 회원인 조회은 씨는 "어민들과 새만금 사람들이 살아온 터전이 무덤이 아니라 대대손손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며 두 손을 모은다.

대법원 앞 행사는 주최도, 계획된 식순도 없다. 16일 판결이 날 때까지 절을 할 사람은 절을 하고, 기도를 할 사람은 기도를 하며 새만금 물막이 공사가 저지 될 수 있도록 대법원에 마음을 전하는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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