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7일 코오롱 본사 점거농성에서 최일배 위원장이 자해를 시도하자 조합원들이 만류하고 있다./참세상 자료사진 |
조합원들은 코오롱 사태의 직접 책임자인 이웅렬 코오롱 회장과의 직접 면담을 통해 회사 쪽의 대화와 교섭을 촉구하고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따른 책임자 처벌과 정리해고 철회 등의 요구안을 전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웅렬 회장 자택 앞에서 면담을 요구하던 코오롱노조 조합원들에게 사복 형사들이 투입돼 오전 7시경부터 폭력적인 연행이 시작됐으며 이 과정에서 김진년 대구경북본부장이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무리한 진압과 연행이 계속되자 최일배 위원장이 동맥 절단을 기도하여 과다한 출혈이 일어났음에도 불구, 경찰은 수갑을 채워 최일배 위원장을 연행했다. 현재 최일배 위원장은 고려대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8시 50분경 이웅렬 회장 자택 앞에 있던 조합원들은 모두 연행되었으며, 자택 안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조합원들도 곧 연행될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노동조합은 성명을 통해 "재벌 23위라는 대기업이 노동자들을 극한 투쟁으로 내몰며 죽음조차 조롱하는 현실에서 코오롱 노동자에게 남은 것은 악밖에 없다"면서 "악만 남은 노동자들이 어떻게 싸우는지 똑똑히 지켜보라"고 경고했다.
한편 코오롱 노동조합은 최일배 위원장이 농성에 들어가기 전에 "강제연행될 위험에 처하면 사전에 써놓은 내 편지를 공개해달라"고 노조 간부들에게 부탁하며 편지를 전달함에 따라, 최일배 위원장이 미리 작성해둔 유서를 공개했다.
최일배 위원장이 농성에 돌입하기 전 써놓은 유서
이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마음이 혼란스럽습니다.
“이게 아닌데... 노동조합이 원하는 것이 결코 이게 아닌데...” 하지만 결국은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조합원들의 민주적 선거절차에 의해 정당하게 당선이 되었고 노동부까지 인정했지만 용역깡패까지 동원한 사측의 온갖 만행으로 집행 8개월 동안 수모와 치욕만 당하였습니다.
그러나 900여명의 조합원을 대표하는 집행부라는 책임감 때문에 위원장 실에 ‘忍’자 까지 새겨놓고 노.사 상생을 위한 대화를 요청했습니다. 때로는 50이 넘은 늙은 노동자들이 한겨울 차가운 길바닥에서 노숙을 하고 삭발과 삼보 일 배, 18일의 단식까지 하면서 지속적인 대화의 노력을 했지만 노동조합 공문조차 단 한 차례도 접수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온갖 불법과 부당행위들이 만천하에 드러나 검찰에 고소고발까지 된 악의 축 조희정과 배성배는 개인의 안위만을 위해 조합원들에게 강제서명을 받아 마치 전체 여론인 것처럼 호도하며 조합원을 기만하였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조합원 길 들이기식 징계를 남발하고 공장안에 용역깡패 100여명을 1년 넘게 방치하면서 인권탄압까지 자행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 땅에 ‘정의’라는 것이 존재하는지, 법이 만인에게 평등하게 적용되는지에 대한 절망감만 커지고 무소불위의 폭압 앞에 언제가지 합법적인 투쟁으로 일관 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15만4천 볼트의 전류가 흐르는 송전탑위에서 세 명의 동지가 생명의 위협과 근육마비의 고통을 호소하며 하루하루를 죽음의 공포와 싸우고 있지만 사측은 최소한의 양심적 가책도 느끼지 않습니다. 조합원의 대표인 위원장이 회사사장 한번 만나는데 8개월의 인내와 동맥을 절단하려는 결의를 보여서야 가능하고 그 만남조차 ‘해고자중 1인’의 극단적 행동으로 치부하는 사측의 파렴치함에 분노를 넘어 피가 거꾸로 솟는 울분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이러한 현실에 맞서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죽음‘ 밖에 없습니다. 마지막 남은 방법이 이것밖에 없다면 결코 피하지 않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있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도해 주십시오. 노동조합이 모든 문제를 극단적 투쟁으로만 해결하려는 폭력집단인 것처럼 매도해서 저희를 두 번 죽이는 짓은 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리고 이 투쟁의 모든 책임은 저 하나로 끝나게 해주십시오. 더 이상 동지들의 희생이 담보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의 희생으로 코오롱에도 노동자가 당당히 인간답게 대우받을 수 있는 새로운 노. 사 상생의 문화가 꽃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코오롱노동조합 위원장 최 일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