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경대학교 미화, 경비 비정규노동자 20여 명 집단해고

해고노동자들, “조합 없애려는 의도, 고용승계 보장하라”

  11일 오후 4시 부경대 본부건물 앞에서 해고노동자들의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부경대학교 노동조합 소속의 경비원과 환경미화원 해고노동자 20여 명이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행동에 나섰다.

부산시 남구 부경대 노동조합 소속 환경미화원 11명과 경비원 20여명은 지난 3월 1일과 5월 1일 각각 집단 해고됐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시설관리노조 부산지역본부는 환경미화원의 경우 그동안 용역업체와 해마다 계약을 새로 맺으면서 계속 일을 해왔으나 올해 3월 1일부터는 한국청소용역협동조합 내 K용역회사와 T용역회사가 청소용역업무를 맡으면서 조합원들만 골라 집단 해고했다고 주장했다.

해고노동자들, “오후 10시에 이력서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전국시설관리노조 부경대지회의 해고노동자들에 따르면 “지난 2월 27일 오후 9시 30분쯤에 환경미화 반장이 조합원들에게 전화를 해 회사가 바뀌었으니 28일 오후 1시까지 이력서를 내라고 통보했다”며 “이에 조합원들이 시간이 이력서를 준비하는데 시간이 촉박하다고 했지만 환경미화 반장은 자신도 연락을 받은 처지라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회사에 전화하라고 했다. 그런데 회사명도 모른 체 가르쳐 준대로 전화를 했으나 담당자는 전화를 끊어버렸고 이후 전화조차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해고노동자들은 “해고노동자들은 28일 오후 4시경에 이력서를 제출했지만 환경미화 반장은 약속시간을 어겼다고 이력서 수령을 거부했다”면서 “심지어는 오후 1시까지 제출한 조합원의 경우 나이가 너무 많아 고용승계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전했다.

이에 해고노동자들은 “IMF 이후 계속적인 구조조정으로 5명이 근무하던 건물에 4명이 근무하고 또 3명으로 줄어도 새벽밥 지어먹고 출근하여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학업에 열중할 수 있도록 노력했는데 지난 시간을 생각하면 울분이 터져 말을 이을 수 없다”며 “월급을 올려달라는 얘기도 아닌데 어떻게 국립대학교가 이럴 수 있냐”고 분노를 터트렸다.

시설관리노조, “부당한 대우 고치기 위해 노조를 만든 것이 집단해고 이유”

  부경대 총학생회가 작성한 경미,미화해고노동자들 관련 게시물들이 캠퍼스 내 곳곳에 붙어있다.

시설관리노조 부산지부에 따르면 “환경미화노동자들이 그 동안 매년 계약기간을 10개월 내지 11개월로 맺어 퇴직금도 받을 수 없었다”며 “이런 부당한 대우를 고치기 위해 작년에 노조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이유가 되어 모두 집단해고 됐다”고 전했다.

부경대지회(지회장 남수철)의 경우 지난 4월 28일 조합원 총회를 통해 상급단체를 한국노총에서 민주노총 전국시설관리노동조합으로 변경했다. 소속 노동자들은 대부분 7~8년간 부경대에서 근무해 왔다.

또한 지난 5월 1일에는 부경대에 무인경비시스템 도입되면서 경비원 37명 중에서 20여명이 집단 해고됐다. 20여 명 중 10명은 조합원이다. 현재 부산에서는 매표소 무인화로 부산지하철 매표소 비정규노동자가 집단 해고되어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부산의 국립대에서도 무인시스템 도입에 따라 해고노동자들이 발생한 것이다.

이 때문에 부경대 총학생회에서도 학내 구성원들과 협의 없이 학교측이 일방적으로 무인경비시스템을 추진했다며 △무인경비시스템 도입 반대 △총학생회와 재논의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경대측, “학교는 제 3자 입장,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
한국용역협동조합측, “경비노동자가 환경미화노동자 선동했다”


  경비, 미화 해고노동자 20여 명이 부경대 본부건물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반면 부경대측과 용역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청소용역협동조합측은 얘기가 달랐다.

부경대 총무과 관계자는 경비미화 노동자 집단해고에 대해 “미화용역업무의 경우 부경대가 조달청에 의뢰를 해서 정하기 때문에 학교는 제 3자의 입장”이라고 전했으며 “무인경비시스템 도입은 학교의 완벽한 방범화재에 대한 대책이므로 해고된 부분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국청소용역협동조합 관계자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부경대의 경우 현행 법률적으로 비정규직은 계약기간이 1년 뿐이라 웬만하면 고용승계를 하려고 노력했다”며 “그러나 이력서 제출에 대해 늦게 통보한 점은 조달청의 배정통보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이고 또한 한 경비노동자가 미화노동자들에게 이력서를 내지 말라고 선동하기도 했다. 여기에 대해 녹취록도 가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시설관리노조 부산지부는 여기에 대해 “집단 해고된 사람들 중에 21명은 조합원이다”며 “이는 노조를 없애려는 의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시설관리노조는 9일 오전 10시 대학본관 앞에서 조합원과 학생들 100여 명이 모여 ‘부경대지회 고용승계 쟁취! 노조탄압분쇄! 시설관리노조 부산지부 1차 결의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민병훈 시설노조 조직차장, “부경대측이 문제해결에 나서라”
18일 오후 부경대 본부건물 앞에서 고용승계 요구 대규모 집회 예정


민병훈 전국시설관리노조 조직차장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부경대측이 용역업체로만 책임을 떠넘길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시설노조 부산지부도 부경대 해고노동자 고용승계 문제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시설관리노조는 18일 오후 4시 부경대 본부건물에서 해고노동자 고용승계와 노조탄압 중단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 2005년 초 부산대에서도 HID(북파공작원)출신이 운영하는 한국청소용역협동조합이 환경미화, 경비노동자들을 집단 해고했으나 52일 간 고용승계 투쟁 끝에 모두 복직된 바 있다. 당시 시설관리노조측과 해고노동자들은 고용승계를 위해 부산대 총장을 면담하러 가던 중 미리 대기하고 있던 군복차림의 HID출신 사람들로부터 물리적인 제지를 받았다고 주장, 파문이 일기도 했다.
덧붙이는 말

정연우 님은 참세상 부산경남지역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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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미화원 , 시설관리노조 , 부경대 , 경비원 , 집단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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