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비치호텔 앞 택시노동자의 분신 그 이후

[인터뷰] 신체 절반에 2도 화상 택시노동자 이만식 씨

  택시노동자 이만식씨. 그는 6개월 전 분신해 현재 병원에 입원해 있다

26일 부산 사하구의 화상전문병원인 하나병원을 찾았을 때 한 환자가 배에 압박밴드를 찬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 택시노동자 이만식(44)씨. 6개월 전 그는 몸에 라이터기름을 뿌리고 분신을 해 신체의 50%에 2도 화상을 입게 됐다.

이만식씨는 “호텔이 택시노동자들을 욕하고 인간 이하의 취급을 했기 때문에 울분을 참지 못하고 분신을 하게 됐다”고 털어났다. 이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05년 9월 10일 오후 3시경 부산 해운대 조선비치호텔 옆에서 순번제로 대기하고 있던 택시들 사이로 한 개인택시가 일본인 손님을 태워 나가면서 벌어지게 됐다.

순번제로 대기 중이던 택시기사 5~6명은 일본인 손님을 태운 택시를 입구에서 막고 왜 새치기를 했냐며 시비가 일어나게 됐는데 이를 본 호텔 측 직원들이 이 과정에 개입하게 됐고 오후 6시 30분경 이만식씨가 분신을 하게 됐다.

당시 현장에는 부산국제영화제와 APEC이 연이어 열리는 시점이라 의무경찰이 호텔부근에 배치되어 있었으며 호텔직원들과 택시기사들 간에 몸싸움이 있을 때도 관할 경찰서 112순찰차가 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택시노동자 이만식씨, “호텔이 택시기사 비하해서 분신했다”

이만식씨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호텔측 직원들이 ‘양아치 같은 택시기사XX들’, ‘거지같은 택시기사XX들’과 같은 욕을 택시기사에게 했기 때문”이라며 “택시기사들이 이에 대해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호텔 총지배인이 ‘죽을려면 죽어봐라’며 오히려 면박을 줘 분신을 선택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 사건은 전신2도 화상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된 이후 그가 소속되어 있던 한국노총 택시노조의 한 간부의 중재로 호텔측이 위로금 명목으로 4500만 원을 이만식씨에게 지불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병원에 입원 중인 이만식씨의 모습
그러나 이만식씨는 얘기가 달랐다. 이만식씨는 “호텔 측이 분신 후 합의과정에서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 있는 나의 의견을 구해 합의를 했다”며 “당시 중재에 나선 택시노조부산본부와 한남교통 분회장 김모씨가 나의 딸을 통해 백지종이에 도장을 받아갔다”고 주장했다.

이만식씨,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합의를 했다”

결국 이만식씨의 가족들은 부산지역법인택시 노동자들의 모임인 ‘부산 택시인의 쉼터’에 조사를 의뢰했고 합의과정에 대한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당시 원형은 부산인권센터 공동대표, 강한규 부산민주노총 노동상담소장, 안하원 부산민중연대 공동대표를 중심으로 ‘이만식씨 분신사고 진상규명 시민대책위’가 만들어졌다. 시민대책위는 곧 자체적으로 사건의 조사하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부산 택시인의 심터’의 구수진(박사교통)씨에 따르면 “당시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씨가 분신하자 호텔측 직원들이 이씨의 몸에 붙은 불을 먼저 끈게 아니고 먼저 호텔 앞에 있는 야자수에 옮겨 붙은 불을 껐다”며 “이는 한 그루의 야자수가 사람목숨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조선비치호텔의 반인륜적인 행위다”고 전했다.

호텔측, “이만식씨의 분신사고는 호텔과 별개의 문제”

그러나 조선비치호텔측 관계자는 당시 “이만식씨의 분신사고는 호텔과의 별개의 문제”라고 일축한 뒤 “호텔 CCTV기록에도 직원들이 먼저 이씨에게 소화기를 분사한 장면이 있다. 그래도 호텔 앞에서 벌어진 일이라 도의적인 차원에서 이씨에게 합의금까지 주고 끝난 문제를 왜 다시 들고 나오는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호텔측 관계자는 “우리측 직원들은 당시 아무도 욕을 먼저 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시비 중이던 택시기사들이 우리 직원들의 멱살을 잡고 때리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호텔측 관계자는 “호텔 총지배인은 당시 행사관계로 호텔로비에 영접을 나가있다가 이 장면을 목격하고 택시기사들을 향해 ‘깡패집단도 양아치 집단도 아닌 당신들이 왜 우리 직원을 때리느냐’고 말한 것이 전부”라며 “그런데도 택시기사들은 총지배인 멱살을 잡고 등 난동을 부렸다”고 주장했다.

이후 호텔측이 무대응으로 나오자 이만식씨는 지난 2005년 11월 5일 ‘공개사과와 함께 치료비 전액 보상하라’며 호텔 로비에서 1인 시위를 펼쳤다. 이만식씨에 따르면 “당시 1인 시위를 하다 경찰에 연행되어 법원으로부터 ‘업무방해죄로 인한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며 “현재 항소를 준비 중에 있다”고 한다.

이만식씨, “고 1인 딸이라도 어떻게 혼자 살아갈 수 있다면...”

6개월이 지난 지금 이만식씨는 여전히 화상의 후유증으로 고통 받고 있었다. 이만식씨는 “매일 바늘로 찌르는 것 같은 통증 때문에 더 이상 살아가는데 희망이 없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제대로 된 치료는 엄두도 못내고 있는 상황. 그는 “피부재활은 고사하고 병원비도 300만 원을 납부하지 못하는 지경”이라고 막막해 했다. 그는 더 이상 택시운전도 할 수 없게 됐다. 이미 호텔에서 받은 합의금은 한푼도 남아있지 않았다. 정부에서 주는 최저생계비만이 그의 유일한 수입이었다.

이만식씨의 분신사건은 이제 주변 사람들에게서 서서히 잊어져 갔다. 그가 속해있었던 노조에서도, 시민대책위에서도 이제는 이만식씨에게 대해 어떠한 대책도 내세우고 있지 못하고 있다. 결국 그의 분신은 그를 극한 상황에서 내몰아 희망마저 잃게 만든 것이다.

이만식씨는 기자와의 인터뷰 말미에 “고 1인 딸이라도 어떻게 혼자 살아갈 수 있다면 나는 죽어도 괜찮을 텐데”라며 “내가 어떻게 되더라도 딸만은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말

정연우 님은 참세상 부산경남지역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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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 , 이만식씨 , 조선비치호텔 , 택시인의 쉼터 , 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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