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이 마지막 비정규직이었으면"

KTX승무원 파업 115일, 장기투쟁 노동자들과 합동집회

  이정원기자

파업 115일차를 맞이하는 KTX승무원들이 장기투쟁 중인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종로 보신각 앞에서 집회를 갖고 광화문 열린시민공원까지 행진해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내는 2차 호소문을 발표했다.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서도 한국합섬노조, 라파즈한라 우진사내하청노조, 레이크사이드CC 노조, 세종병원지부, 코오롱노조 등 장기투쟁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참석해 400여 명의 대오를 이뤘다.

정혜인 부산KTX열차승무지부 지부장은 대회사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던 노무현 대통령이 공기업의 비정규직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다고 하면 우리는 누구에게 호소해야 하나,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KTX승무원들이 철도공사에 직접 고용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며 "비정규직이 우리가 마지막이 되도록 힘내서 투쟁하자"고 조합원들을 독려했다.
  비정규직 철폐와 장투사업장 해결을 바라는 함성을 지르고 있다./이정원기자

이태영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KTX 동지들을 만나면서 장기투쟁 사업장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공약을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 속에 늘 빚이 있고 안타깝다"고 말하면서 "큰 산을 오르다 보면 여러 산을 넘어야 할텐데 가장 힘든 산이 바로 정상 직전에 있는 산이다. 승리가 눈앞에 있다. 옆에 있는 동지를 믿고 손 잡고 나아가자. 노무현의 더러운 손이 아니라 동지들의 뜨거운 손으로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자"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가족대책위 회원이자 한효미 부지부장의 친언니인 한효련 씨가 발언에 나서 주목을 받았다. 한효련 씨는 "우리의 딸과 동생들이 파업을 한 115일 동안, 가족들은 평생 올 서울역을 다 왔다"면서 "우리 가족대책위가 열린우리당, 인권위, 정부청사 등 가볼 수 있는 모든 곳을 다 가보았지만, 어디서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여기선 해결 못한다고 하던데 KTX승무원들이 언제까지 거리에서 살란 말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효련 씨는 KTX승무원들을 향해 "우리 가족들은 멋지게 투쟁하는 여러분을 늘 대견하게 생각하고 있다. 가족들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끝까지 지원하겠다"고 말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보신각 앞에서 집회를 마친 KTX승무원들과 장기투쟁 사업장 노동자들은 나눠진 노란색 풍선에 요구와 소망을 담아 손에 들고 광화문 열린시민공원까지 행진을 벌였다.
  행진이 시작되기 전 노란풍선에 소원을 쓰고있다./이정원기자

  이정원기자

  종각을 떠나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으로 행진을 하고 있다. /이정원기자


오후 4시경 한미FTA저지범국본이 천막 농성중인 이 곳 공원에 이르자 농성 중인 노동자, 농민, 영화인들이 박수를 치며 이들을 맞이했다. 영화감독 변영주 씨는 "한미FTA 저지투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진심으로 깊은 관계가 있다"면서 "한미FTA는 노동자들을 어떠한 권력으로부터도 배제한다. 진심으로 노동과 문화의 자유를 위한다면 2006년에 우리가 연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발언했다.
  이정원기자


KTX승무원들은 호소문에서 "파업 100일째 되던 날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나서라'고 촉구한지 15일이 지났고, 청와대를 목표로 집단행동을 세 번 했지만 어떠한 답변도 없다"면서 "과연 이 나라에 대통령이 있기나 한 것인가"라고 개탄했다. 이들은 또 "노동자들의 저항이 더욱 거세질 것이며, 우리는 소수만 남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반드시 승리한다. 파업을 하면서 배운 살아있는 역사교과서가 우리에게 그렇게 가르쳐 주었다"고 선언했다.

마무리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노무현 대통령께 드리는 두 번째 호소문'을 낭독하고 노란색 풍선을 일제히 하늘로 띄워 보내며 일정을 모두 마쳤다.
  한국합섬노조 조합원이 소원을 적은 풍선들을 길게 엮고있다./이정원기자

  날아간다. 모든 노동자의 소망을 담아 높이높이./ 이정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