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민주노총, 정말 비리 사슬 끊을 의지 있나

노조비리 혁신 방안 제시하고, 계급적 산별 전환에 힘 쏟아야

검찰은 쌍용자동차노조 위원장과 전현직 노조간부, 회사간부, 급식업체 대표 등 8명을 비리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오석규 현 노조위원장은 2005년 2월 경 특정 위탁급식업체를 선정해주는 대가로 업체로부터 2억 원을, 유만종 전 노조위원장은 2003년 2월 경 1억7천만 원을 받았고, 돈을 받은 노조간부는 모두 6명이라고 발표했다. 이들은 회사 구내식당 위탁급식업체 선정 과정에 개입, 매년 3억 이상을 청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속연맹과 민주노총이 작년 말 강승규 전 수석부위원장의 비리로 난리를 겪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채용비리 차원을 넘어, 노조가 업체로부터 직접 금품을 청탁 수수한 일이 사실로 확인되었다. 물론 기아차 비리 당시 대공장노조 비리 문제가 기아차 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라는 이야기는 흉흉하게 나돌았던 바다. 그런데 기아차노조 비리 이후, 혁신, 혁신 그렇게 떠드는 동안에도 현직 노조위원장은 꿀먹은 벙어리마냥 의연하게 지도부 행세를 했고,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려 했다. 노동자는 고사하고 인간의 예의를 넘어서는,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 모습이다.

전국금속연맹은 사과 성명을 발표하고 "다시는 노동조합에서 비리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며 제살을 도려내겠"다고 다짐했다. 나아가 "특별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지위를 막론하고 비리에 관련된 간부가 있다면 연맹의 소정의 절차를 밟아 특별조치"하고 "기업별노조 하에서 상존하고 있는 담합적 노사관계가 형성되지 않도록 기업별노조를 해체하고 산별노조로 조직을 재편하여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나 전국금속연맹의 이같은 사과 성명조차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 비리가 있을 때마다 머리 숙여 사과하는 것조차 벌써 몇 차례던가. 사과도 한두 번이지, 아무리 진심을 담은 성명이라 하더라도 이 사태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지지는커녕 동정조차 유발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쌍용자동차 전현직 노조 지도부의 비리 소식을 접한 현장의 목소리는 착잡한 가운데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더욱이 지난 강승규 전 수석 비리 이후 내부 비리고발센터의 형식적 운영과 비리 척결을 위한 자구 노력이 얼마나 형식적이었는가가 드러난 데 대해 침통함을 더하고 있다. 현장 노동자들은 비단 비리 문제가 아니라 하더라도 최근 자본의 공세에 맞선 민주노조운동의 대응이 무기력하다는 것을 잘 인지하고 있다. 작은 실리에도 대의를 저버리는 경향이 커지고, 따라서 자주성과 민주성이 훼손되고 있음을 피부로 느껴온 바다.

이처럼 기아차노조에 이어 쌍용차노조의 비리가 사실로 확인됨으로써 대공장노조의 비리가 우연과 계기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 상시적이란 것이 확인되었다. 다시 말해 아직 드러나지 않은 비리가 훨씬 많을 수 있고, 따라서 언제든 검찰의 표적수사의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노조비리가 구조화, 상시화 되는 데는 두 가지 원인이 배경을 이룬다. 하나는 민주노조운동이 자본의 공세에 맞서 자주성과 민주성을 지켜내지 못하고 작은 실리에도 쉽게 타협함으로써 비리에 상시적으로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이고, 또 하나는 기업별노조 내부에 상존하는 담합 시스템이 확대재생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검찰이 금속연맹의 산별전환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노조 비리를 수사, 발표한 것은 의도적인 것일 수도 있고 우연일 수도 있다. 따라서 전국금속연맹이 성명에서 밝힌 대로 "보수언론의 산별 노조부정론 유포와 때를 맞추어 검찰에서 노조간부 비리를 발표하는 것은 여러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판단은 사실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건 노조비리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검찰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여러 정황을 고려해서 수사, 발표 일정을 가져갈 것이고, 자본과 언론은 민주노조운동을 관리하는데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점이다.

금속연맹과 민주노총은 이런 험한 꼴 더 안 보고 싶다면, 진정 '비리 수사', '구속', '사과'의 악순환의 고리를 완전히 끊고 싶다면, 스스로 제도적인 것을 포함한 실질적인 혁신 조치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구체적인 실행계획까지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대공장 기업별노조를 재편하는 계급적 산별로의 전환에 혼신의 힘을 쏟고, 동시에 무엇을 위한 산별인가에 대해서도 자세히 이야기해야 한다. 정말 험한 꼴 더 안 당하려면.